▲사진은 본 칼럼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다만,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데뷔한 만 24세 신인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극과 극의 표정을 보여준다. 특히, 왼쪽 사진은 노던 트러스트 2라운드에서 꿈의 타수인 59타(12언더파)를 몰아친 직후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익스트림 스포츠나 숨이 턱턱 막히는 격렬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골프는 운동이 아니라고 말한다.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원어민 영어 선생님은 'play'와 'do'의 쓰임을 설명하면서 요가·수영·승마·사이클은 do를, 축구·야구·배구·골프에는 play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play는 게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모든 운동은 play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체스나 바둑도 게임을 하기에 play를 쓴다고 덧붙여 주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대개 '명랑 골프'와 '눈물 골프' 두 가지로 게임을 즐긴다. 

명랑 골프는 산책이나 소풍 나온 사람처럼 스코어에 신경 쓰지 않고 동반자와 편하게 즐기는 골프를 말하고, 스킨스 게임이나 스트로크 게임을 하면서 내기를 하는 것을 보통 눈물 골프라고 한다.

내기 없이 골프를 치다 보면 왠지 심심하고 밋밋해서 '뽑기'를 하게 된다. 골프를 처음 접할 때는 자신의 타수를 잘 세지 못하고, 룰도 정확히 모르기에 동반자 중 고수의 말만 듣고 따르게 되는데 주로 이때 뽑기를 배우게 된다.

골프의 성장기를 통해 볼 때, 이 시기를 유년기라 할 수 있다. 이때의 다양한 경험은 골프 인생의 중요한 자산이 되는데, 뽑기를 통해서 룰과 스코어 계산법을 잘 습득하면 재미있는 골프의 세계로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뽑기'는 심지 뽑기, 제비뽑기처럼 운이 작용한다. 골프카트 등받이 쪽 통에 투표에 사용하는 도장처럼 생긴 막대가 다섯 개가 들어 있는데, 녹색, 빨간색이 두 개씩, 그리고 검은색이 하나다.

검은색을 조커라 하고, 네 명이 각각 하나씩 뽑고 밑을 뒤집어 확인한다. 같은 색깔을 뽑은 사람끼리 한편이 되는데 같은 편끼리 스코어를 더해서 적은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이 뽑기의 묘미는 조커에 있다. 게임 시작 전 조커는 미리 '파'나 '보기' 중 하나로 정해두고 시작한다. 그리고 다섯 개의 막대 중 같은 색을 뽑은 두 사람이 한편이 되고, 다른 색을 뽑은 한 명과 조커를 뽑은 사람이 한편이 되어 승부를 겨루게 된다.

즉 트리플 보기를 했던 사람이 조커를 뽑게 되면 미리 정해 놓은 파나 보기가 되는 것이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자신의 타수를 계산하기 바쁜 초보는 항상 당하기 마련이지만 잘 뽑은 막대 하나로 곗돈(?) 타는 재미를 보기도 한다. 이 뽑기만 잘 기억해 둬도 단순한 산책으로 생각했던 명랑 골프가 동반자들과 즐거움에 조미료 역할을 한다.

또 다른 명랑 골프 중에 '좌탄 우탄' 게임이 있다. 드라이버를 치고 난 후 편을 가르는 게임이다. 페어웨이 가운데를 기점으로 오른쪽과 왼쪽으로 편을 나눈다. 이 역시 자신의 타수를 계산해 보면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이외에 '일말 이삼'이 있는데, 앞 홀의 스코어로 편을 가르는 게임이다. 앞 홀에서 1등과 꼴찌가 한편, 2등과 3등이 한편으로 하는 게임이다. 이 역시 계산법은 같다.


▲사진=골프한국



골프의 유년기에 경험하는 많은 상황과 일화는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치기도 하거니와 훗날 좋은 골퍼로서 면모를 갖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시절이 중요한 것은, 같은 편이 된 사람을 통해 골퍼로서 가야 할 방향과 길을 배우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골프에 대한 많은 의문과 복잡하고 어려운 룰에 대해서도 이 시기에 배운다고 보면 유년기의 뽑기가 단순한 놀이만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시기를 지나고 스킨스 게임, 스트로크 게임인 '눈물 골프'로 한 단계 상승한다면 골프의 묘미는 더욱 배가 될 것이다.

아마추어 사이에서 '눈물 골프'는 상대의 눈에서 눈물을 쏙 빼놓는다는 강열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게임을 하겠다는 진정한 '초원의 결투'라고 보면 될 것이다.

보통 이 시기의 아마추어 골퍼를 일컬어 '질풍노도의 골퍼'라고 한다. 유년기를 거치면서 룰도 배우고 골프 실력도 조금 늘기 시작하면서 상대의 실수나 잘못도 바로 지적하고 무서울 것 없는 사춘기의 시기로 돌입하게 된다. 골프에서 이 시기는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과다한 욕심도 부려보고 잘못된 판단으로 그르친 결과를 손에 쥐기도 한다.

사춘기는 지나는 동안에는 잘 알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고 중독의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될 때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이 시기에 과한 내기를 잘못 배워서 라운드 때마다 '제사보다 젯밥'에 욕심을 부리는 사람을 보게 되는데, 평소에 쌓았던 좋은 관계마저 어긋날 수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특히 과한 승부욕은 상대를 아프게 하고 무심결에 튀어나온 벼린 말 한마디는 상대의 가슴에 날 선 칼을 품게 할 수 있다. 눈물 골프라고 꼭 상대를 눈물 나게 해서는 안 된다. 사랑하면 겁이 없어진다고 골프 역시 그러하다. 오직 골프의 열정으로 꽉 차있는 이 시기에는 두려움이 없다.

당구를 쳐본 사람은 알 것이다. 네모난 것만 보면 당구공이 굴러다니던 시절을. 천정을 보며 그려본 삼각형은 수학 문제 때 그려본 피타고라스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을. '골프 질풍노도'의 시기는 이보다 훨씬 길고 대담함도 오래간다. 골프를 위해선 모든 것도 내줄 자세로 살게 되고, 일어나 잠들 때까지 연습장이나 필드 갈 계획만 수립하고, 레슨 방송을 답습해 보고 또 혼자 연구한다. 라운드가 잡히면 시간, 장소, 날씨를 가리지 않고 따라다니고 이 무서운 열정과 끊을 수 없는 중독은 아마추어 골퍼의 숙명이다.

아마추어 골퍼가 프로 선수처럼 배우려고 한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직업으로서'의 차이다. 생계가 걸린 직업으로서 골퍼가 아니라면 골프를 통해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명랑 골프도 눈물 골프도 골프를 더 즐겁게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사랑을 통해 우리가 배우는 것이 '공감'이라면 골프를 통해 골퍼가 배울 것은 '소통'이라 할 것이다.

추천 기사: 선두권 향하던 박인비, 더블보기에 발목 잡혀…전인지와 공동13위 [LPGA AIG여자오픈]

추천 기사: 선두 강경남, 1타차 이태희·조민규와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 경쟁

추천 칼럼: 치열했던 우중 골프…"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