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즈 우승자 더스틴 존슨과 US오픈 챔피언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좋은 골프 스윙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3가지 요소를 말하면 '일관성, 방향성 그리고 비거리'이다.

'일관성'과 '방향성'은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드라이버 비거리'는 장타자와 일반 선수 간 격차가 현격하게 나타날 뿐 아니라 골프 경기의 패턴도 다르게 만든다.

브라이슨 디섐보는 페어웨이 벙커나 해저드 등 장애물을 단번에 제압하는 장타를 앞세워 티샷을 가능한 멀리 보내고 웨지나 쇼트 아이언으로 쉽게 버디를 노려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최근 PGA 투어에서 디섐보가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페데스컵 순위 2위에 마크 되었다. 

특히 페덱스컵 순위 1위인 더스틴 존슨 또한 대표적인 PGA 장타자로서 유사한 경기 패턴을 가지고 있으니, 드라이버 샷의 긴 비거리가 현대골프에서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총 길이 7,000야드를 전후한 코스에서 이들에게 파4홀뿐 아니라 파5홀은 다른 선수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만일 티샷의 정확도만 보장된다면 말이다. 

장타자의 경우 대부분 드라이버 정확도가 하위권에 있다. 따라서 장타자의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드라이버의 정확도를 높이는 일이 관건일 것이다.

더스틴 존슨의 2020시즌 평균 드라이버 정확도는 59%로 118위에 머물렀으며, 디섐보는 57%로 140위였다. 2019시즌 존슨은 56%로 174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매년 그의 경기 결과는 드라이버 정확도의 향상과 함께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2021시즌 더스틴 존슨이 마스터즈를 우승할 때 드라이브 정확도는 62.8%로 79위까지 상승했다. 반면 디섐보는 58.3%로 130위를 기록함으로써 빛을 보지 못했다.

드라이버 정확도가 하위권에 있다 해도 골프경기에서 일반 선수에 비해 장타 선수가 갖는 이점은 적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장타를 치는 선수에게 있어 드라이버의 정확도는 전체 경기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더스틴 존슨과 브라이슨 디섐보의 경기 전략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드라이브 비거리에서 디섐보는 장타자인 존슨에 비해 무려 평균 15야드 정도를 더 보낸다. 하지만 디섐보의 드라이브 정확도는 존슨에 비해 떨어진다. 

향후 PGA 투어 경기에서 코스의 총 전장이 지금보다 현격하게 길어지는 조건하에서는 정확도가 다소 낮아도 디섐보가 유리할 수 있지만, 지금의 코스 전장이 유지된다면 둘 사이의 비거리차이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존슨의 비거리 정도면 그 이상의 비거리를 확보하는 것보다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개최되었던 마스터즈 경기의 비거리는 디섐보가 337.8 야드로 1위이고, 더스틴 존슨은 321.4로 6위였음은 이것을 잘 설명해준다고 할 수 있다. 

드라이버 샷으로 비거리 320야드 이상을 보내는 확률은 2020시즌에 브라이슨 디섐보 56.5%, 더스틴 존슨 34.7%였다. 그럼에도 2021시즌 마스터즈 대회전에 디섐보는 보다 멀리 칠 것이라고 밝혔고, 이런 디섐보의 전략은 경기 관계자들이 코스를 세팅하는데 있어 영향을 미쳤을 지도 모른다.

실제 대회가 시작되고 디섐보는 스스로가 공언했던 대로 더 멀리 보내는 데는 성공했다. 비거리를 300야드 이상 보낸 확률이 66.7%나 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더스틴 존슨은 코스에 따라 굳이 멀리 치는 것을 고집하기보다 위험요소가 높은 곳은 안전한 공략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

결국, 지금의 PGA 투어 경기 코스에서는 어느 정도의 비거리가 확보된 선수라면 더 멀리 치기 위한 노력보다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스틴 존슨과 브라이슨 디섐보가 2020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즈에 출전했을 때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더스틴 존슨과 브라이슨 디섐보의 마스터즈 경기 결과를 들여다보면 더욱더 명확해진다.

공략 거리별 그린적중률(GIR)을 보면 175-200야드 사이에서 존슨은 53.33%로 153위를 기록했고, 디섐보는 45.45%로 213위를 기록했다. 장타를 치는 선수는 비교적 샷의 빈도수가 적은 긴 거리 어프로치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150-175야드 정도의 거리에서는 존슨의 60% 197위에 비해, 디섐보가 72%로 65위를 기록해서 존슨에 비해 정확도가 높다.

하지만 장타 선수에게 샷의 빈도가 높아지는 150야드 이내 거리에서는 두 선수 모두 그린적중률이 급격히 좋아지고, 이 구간에서 존슨의 그린적중률은 디섐보보다 더욱 앞선다. 125-150야드에서 존슨 82.61%로 40위, 디섐보 80%로 56위를 기록했다.


공략 거리별 평균 핀 근접도 또한 이들의 경기 패턴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이다.

175-200야드 구간에서 존슨은 15야드 편차를 기록해서 이 부분 269위였으며, 디섐보는 12.8야드 편차를 보여 219위로 각각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그러나 장타자인 디섐보와 존슨이 파5를 제외하고 이 구간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가 않다.

150-175야드에서 존슨 8.8야드(148위), 디섐보 8.5야드(118위)로서, 미들 아이언 거리의 편차도 PGA 투어 선수 평균보다는 낮은 편이었지만, 이들에게 비교적 샷의 빈도수가 높은 짧은 공략 거리에서는 양상이 달라진다.

125-150야드 사이의 어프로치 구간에서 디섐보와 존슨의 샷 편차는 각각 6.1야드와 6.2야드로 이 부분 35위, 46위로 급상승한다. 

특히, 100-125야드에서 존슨은 5.0야드의 편차를 보인 반면, 디섐보는 5.8야드로 존슨보다 훨씬 큰 편차를 보인다.


존슨과 디섐보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한 가지 더 있다.
퍼팅의 빈도가 높은 거리에서의 퍼팅 성공률이다.

2020시즌을 경기 결과를 보면, 퍼팅 빈도가 높은 5-7야드 거리에서 존슨은 25.53%의 성공률을 보이며 이 부문 16위를 기록한 것에 비해, 디섐보는 19.47%의 성공률을 기록해서 하위권인 93위에 있다.


전체적으로 요약하면 디섐보에 비해 비거리는 짧지만 존슨은 퍼팅을 포함한 그린 사이드 쇼트 게임이 훨씬 정교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섐보가 세계랭킹 1위 존슨을 능가하려면 샷의 횟수가 많은 125야드 이내 거리에서 핀 근접도를 더 높여야 하며, 6야드를 전후한 거리의 퍼팅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더스틴 존슨의 경기 패턴을 보면 150야드를 넘는 거리에서의 핀 공략에 대한 정확도는 PGA 투어 평균보다 훨씬 낮다. 퍼팅 성공률 또한 6야드를 넘어서는 거리에서는 높은 편이 아니다. 드라이브 정확도 역시 중하위권에 있다. 

그럼에도 더스틴 존슨이 올 시즌 세계랭킹 1위를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요할 때 길게 칠 수 있는 장타 능력과 함께 샷의 빈도가 높은 150야드 이내의 구간에서 5야드 전후로 핀에 근접시키는 샷의 확률이 높고, 이 거리에서 퍼팅 성공률이 높다는 것이다.

즉, 더스틴 존슨의 경기력은 현재의 PGA 투어 시합 코스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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