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20-2021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패트릭 캔틀레이가 우승 보너스 1500만달러의 주인공이 되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노자(老子)의 『도덕경』 45장에 대교약졸(大巧若拙)이란 말이 나온다.

大成若缺, 其用不弊. (크게 완성된 것은 마치 부족한 듯하지만 그 쓰임이 닳아 없어지지 않는다.)
大盈若沖, 其用不窮. (크게 가득 찬 것은 마치 텅 빈 듯하나 그 쓰임이 끝이 없다.)
大直若屈, 大巧若拙, (아주 곧은 것은 마치 굽은 듯하고, 솜씨가 뛰어난 것은 마치 서툰 듯하다.
大辯若訥. 靜勝躁, (정말 말 잘하는 것은 마치 어눌한 듯하고 고요함은 떠들썩함을 이긴다.)
寒勝熱. 淸淨爲天下正. (차분함은 열기를 이기고 맑고 고요한 것이 천하를 바르게 한다.)


패트릭 캔틀레이(29·미국)가 노자를 닮은 골프로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페덱스컵 투어챔피언십에서 1,500만달러(약 174억원) 보너스의 주인공이 되었다.

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레이크GC(파70·7,346야드)에서 열린 올 시즌 PGA투어를 총결산하는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캔틀레이는 최종합계 21언더파(269타)로 턱밑까지 쫓아온 존 람(26·스페인)을 한 타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직전 대회 BMW챔피언십 우승으로 페덱스컵 랭킹 1위에 올라 10언더파의 보너스 ‘시작 스트로크(Starting Strokes)’를 받고 출발한 캔틀레이는 3라운드까지 여유있게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페덱스컵 랭킹 4위로 6언더파를 받고 최종전에 나선 세계랭킹 1위 존 람이 1~2라운드에서 5타씩을 줄이며 캔틀레이와의 4타차 열세를 극복하고 선두권으로 올라와 1타 차이까지 추격해왔다. 

마지막 라운드는 캔틀레이와 존 람의 진검 승부였다. 캔틀레이의 방패가 존 람의 창을 막아내는 명승부가 볼 만했다. 캔틀레이는 존 람의 화려한 창술에 휘둘릴 만도 했지만 잘 버텨냈다. 조던 스피스와 브라이슨 디섐보를 합쳐놓은 듯한 존 람은 장타에다 정교함까지 자랑하며 캔틀레이를 협공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20-2021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패트릭 캔틀레이와 최종라운드에서 우승 경쟁한 존 람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최종 라운드에서 캔틀레이는 전반에 버디와 보기 각 2개씩으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람은 보기 없이 버디를 골라내 1타 차로 추격했다. 후반 15번 홀까지 두 선수 모두 파 행진을 하다 16번 홀(파4)에서 캔틀레이가 버디를 낚으며 2타 차로 앞서 나갔다.

그리고 이번 대회 최대의 변곡점인 17번 홀(파4)을 맞았다. 캔틀레이는 이번 대회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지만 특유의 ‘노자골프’로 위기를 벗어났다.

그는 이 홀에서 ‘대교약졸(大巧若拙)’의 시범을 보이는 듯했다. 

그는 공격보다 수비를, 그래서 모험보다 안전을 생각했다. 그 바람에 네 번의 미스샷이 나타났다. 안전하게 가려던 티샷이 우측으로 밀려 나무에 맞고 떨어졌다. 두 번째 샷은 갤러리들 속의 러프로 날아갔다.

한편 캔틀레이의 두 번의 미스샷을 확인한 람은 바로 핀을 겨냥해 버디 기회를 맞았다. 캔틀레이의 세 번째 샷도 온 그린에 실패했고 네 번째 어프로치도 부담스러운 보기 퍼트를 남겼다. 2타 차이를 일거에 만회할 기회를 맞은 람은 결연한 눈빛으로 홀을 쏘아 보았지만 버디 퍼트는 살짝 빗나갔다.

캔틀레이는 보기로 잘 막았다. 17번 홀의 다섯 개 샷 중 유일한 굿 샷이었다. 네 번의 미스샷을 하고도 보기로 막은 것이야말로 ‘대교약졸’의 표본이 아닐까 여겨진다.

18번 홀(파5)에서는 둘 다 이글 기회를 맞아 버디로 마무리되며 캔틀레이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이 내려졌다.

그는 화려하지도, 박력이 넘치지도 않으면서 강자들에게 강하다. BMW챔피언십에서도 괴력의 브라이슨 디섐보와 6차전까지 가는 연장전 끝에 우승하고 세계랭킹 1위 존 람까지 물리쳤으니 그는 ‘노자 골프’의 충실한 친선대사 감이다. 
2주 연승과 동시에 시즌 4승을 달성했다. PGA 투어 개인 통산으로는 6승째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20-2021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한 임성재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 for THE CJ CUP


재미교포 케빈 나가 3위(16언더파),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4위(15언더파),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잰더 쇼펄레(미국)와 빅토르 호블란(네덜란드)이 공동 5위(14언더파)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이 대회 3년 연속 출전, 공동 20위(4언더파)에 오른 임성재(23)는 PGA투어 시즌 최다 버디 신기록(498개)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00년 스티브 플레시(미국)가 작성했던 493개다. 
임성재는 49만7천500만달러(약 5억7천498만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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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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