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이 개최되는 스코틀랜드의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 사진은 2018년 카누스티에서 열린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인 제147회 디오픈 챔피언십 때 로리 맥길로이가 17번홀에서 퍼팅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올 시즌 LPGA 투어의 5개 메이저 중 4개는 끝났다. 19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Carnoustie Golf Links) 챔피언 코스에서 열리는 AIG 여자오픈이 마지막 남은 메이저 대회다.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한국 여자선수들이 올 시즌 메이저 무관의 한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AIG 여자오픈은 2018년까지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이란 이름으로 열렸다. 메인 스폰서가 바뀌면서 이름도 바뀌었다. 1976년 첫 대회가 열려 올해가 45회째다. 한국 선수와는 인연이 깊다. 박세리(2001년) 장정(2005년) 신지애(2008, 2012년) 박인비(2015년) 김인경(2017년) 등 5명의 선수가 여섯 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대회가 열리는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 코스는 세계 최고(最古)의 골프 코스인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와 함께 링크스 코스의 자존심을 다투는 명문이다. 링크스의 성지(聖地)라는 이곳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다면 한국 여자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충분하다.

15세기에 문을 연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보다는 늦지만 역사가 유구하기로 ‘톱10’에 든다. 스코틀랜드의 행정문화 중심지인 에딘버러(Edinburgh) 인근 앵거스(Angus) 시의 카누스티(Carnoustie)란 작은 해안가 마을에 자리잡은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는 라이벌인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와 자동차로 30분 거리다.
북해로 흘러드는 테이 강을 경계로 카누스티가 북쪽 해안에, 세인트 앤드루스가 남쪽 해안에 있다.

카누스티 골프클럽은 공식적으로 1842년에 설립되었으나 그 전에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초의 코스는 ‘영국 골프의 아버지’로 불리는 올드 톰 모리스(1821~1908)의 지원으로 앨런 로버트슨이 설계한 10개 홀로 출발했다. 1867년 톰 모리스가 코스를 재설계하고 1926년 선수 출신 코스 설계가인 제임스 브레이드(1870~1950)가 18홀로 완성했다. 이후 정규 18홀 규모의 번사이드 코스와 버든 링크스, 그리고 5개 홀짜리 미니 코스인 네스티 코스가 더해졌다.

당대 최고의 골퍼였던 톰 모리스가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그린 관리책임자로 근무한 이력으로 보아 세인트 앤드루스를 능가하는 코스를 만들겠다는 욕심이 작용했을 것은 당연하다.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의 회원들은 ‘세계 최고 클럽’이라는 긍지로 라이벌인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 대한 경쟁심은 엄청나 매년 두 클럽은 회원들끼리 매치 플레이 경기를 이어오고 있다.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가 폐쇄적인 회원제 코스라면 카누스티는 시립 골프장이란 차이만 있을 뿐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지에 프로골프협회를 만든 사람들도 대부분 카누스티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이 개최되는 스코틀랜드의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 사진은 2018년 카누스티에서 열린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인 제147회 디오픈 챔피언십 때 출전 선수들이 3번홀 그린에서 연습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영국의 골프장 정보사이트인 ‘톱100골프코스(Top100golfcourses.com)’는 수년 전 링크스 코스의 기본 특징을 다섯 가지로 요약해 소개한 적이 있다.
① 바람이 사시사철 많이 부는 해안가
②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지는 지형
③ 아름드리나무 대신 가시금작화(Gorse)와 같은 키 낮은 관목만이 있는 환경
④ 강수량이 적고 딱딱한 토질을 가진 곳
⑤ 군데군데 항아리 벙커와 같이 바람을 피할 구멍이 자연스레 생긴 곳 등이다.

바다에 면한 코스라고 다 링크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코스의 좋고 나쁨의 차원이 아닌 기후와 토양으로 링크스와 일반적인 코스가 구별되며 해안가 코스 중에도 숲이 많고 공원 같은 곳이 있는데 이런 코스는 링크스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따라서 링크스 코스는 늘 바람이 불기 때문에 풍향의 변화에 좌우되고, 띄우는 샷보다는 굴리는 샷이 더 유리하다. 땅이 딱딱해서 페어웨이에서도 퍼터를 잡을 수 있다. 디 오픈을 번갈아 개최하는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 카누스티, 뮤어필드 등 9개 순환 코스가 대표적인 링크스 코스라는 사실은 골프의 원형(archetype)을 지키겠다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철학이 배어있는 것이다.

카누스티는 링크스 코스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코스로 정평이 나 있다. ‘Carnoustie Effect(카누스티 효과)’란 용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선수들에게 패배와 좌절을 안기는 코스다. 

1999년 디 오픈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2위와 3타차 선두였던 장 방 드 벨드(55·프랑스)가 우승을 놓친 코스가 바로 여기다.

그는 좁은 페어웨이 때문에 굳이 드라이버를 잡을 필요가 없는데도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고 공은 러프로 날아갔다. 그러나 우승하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이언으로 개울을 피하면 3온이 가능했다. 3온에 실패하더라도 더블보기로 막으면 우승은 그의 몫이었다. 

그러나 그는 2온을 시도했다. 두 번째로 친 볼은 개울을 건넜지만 그린 옆 관람대를 맞고 튀어 깊은 러프로 들어갔다. 러프에서 친 볼은 다시 물로 들어가고, 1벌타 후 날린 볼은 벙커로 들어갔다. 결과는 트리플 보기. 그는 결국 연장전에서 스코틀랜드의 무명선수 폴 로리에게 우승을 헌납했다.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이 개최되는 스코틀랜드의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 사진은 2011년 카누스티에서 열린 브리티시 여자오픈 때 박인비가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이런 코스에서 여자골프 월드클래스 144명이 우승 경쟁을 벌인다. 한국 선수로는 박인비, 김세영, 박성현, 이정은6, 전인지, 유소연 등이 출전한다.

올 시즌 박인비(KIA 클래식), 김효주(HSBC 월드 챔피언십), 고진영(VOA 클래식) 등이 3승을 따냈으나 메이저 우승 트로피는 들지 못했다. 메이저 우승 없는 시즌은 2010년 이후 11년 만이다.
시즌 누적 승수에서도 미국(7승), 태국(5승)에 뒤진 3승에 그치고 있다.

다행히 2015년 브리티시 오픈 우승자인 박인비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011년 커누스티에서 열린 브리티시 오픈에서도 공동 7위에 올라 링크스 코스가 낯설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바람이 불면 매우 어려운 코스지만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코스가 딱딱해 공이 많이 굴러 장타자가 아닌 선수에게 유리한 곳”이라며 “바람이 세고, 벙커가 많아 샷 정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그동안 합류하지 못했던 단골 캐디 브래드 비처가 백을 메 마음이 든든하단다.
링크스 코스의 성지에서 우리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펼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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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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