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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어머니 49재를 마치고 무심코 아파트를 들어서다 발길을 멈추었다. 눈길이 현관문 맞은편 벽에 걸려 있는 액자에 꽂혔다.

‘근근화완(勤謹和緩)’이란 액자다. 수십 년 전 어머니께서 삶의 지표로 삼으라는 뜻으로 친히 붓글씨로 써주신 글이다. 49재 마지막인 7재를 마친 날 액자가 눈에 들어온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4자성어의 출전이 소학(小學)임을 나중에 알았다. 성현들의 가르침을 모은 수양입문서로, 중국 송나라의 주희(朱熹:1130~1200)의 지시로 제자 유자징(劉子澄)이 편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의 훈육을 위한 격언과 충신·효자의 사적 등을 모은 책이다.

송나라 때 장관(張觀)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갓 임관한 세 명의 신입관리가 찾아와 관리가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물었다. 
장관은 “나는 관직을 맡은 후 항상 근근화완(勤謹和緩)의 네 글자를 마음에 간직하고 지켰다.”고 말했다.

“첫째는 근(勤) 즉 부지런함이요. 둘째는 근(謹)이니 모든 일에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다. 셋째는 화(和) 즉 부드러움이니 남과 화합하는 것이다. 넷째는 완(緩)이니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 사람이 처음 세 가지는 이해하겠으나 마지막 네 번째는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장관은 “세상일의 실패는 거의 모두가 조급하게 서둘다 생기는 것임을 알라.”고 대답해주었다.
 

▲사진=골프한국

정작 이 4자성어의 교훈을 가슴으로 받아들인 것은 골프채를 잡고 나서임을 고백한다.
골퍼가 평생 가슴속에 새겨야 할 4자성어야말로 바로 ‘勤謹和緩’이라고 믿는다.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려면 연습을 하지 않고선 불가능한데 그러려면 부지런하지 않을 수 없다. 일상에 쫓기면서 없는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勤이다.

구력이 늘어날수록 겸손과 조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함부로 싱글 골퍼임을 입 밖에 내기를 쑥스러워할 줄 알아야 비로소 골프를 좀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謹의 가르침이다.

그리고 동반자, 캐디, 코스, 기상환경, 골프채 등과 대립하지 않고 친화적으로 하나가 되는 자세를 터득하지 않고선 진정한 골퍼가 될 수 없을 것이다. 和가 담고 있는 깊은 뜻이다.

무엇보다 골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상황을 맞는 태도다. 바쁘게 서두르면 호흡을 잃고, 호흡을 잃으면 리듬을 잃고, 리듬을 잃으면 집중력을 잃는다. 집중력을 잃으면 필경 스윙 리듬을 잃게 돼 있다. 골프의 미스샷은 십중팔구 서두름에서 발생한다. 緩이 4자성어의 마지막에 온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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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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