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앤드류스.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링크스(Links)’ 하면 자연스럽게 영국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류스GC의 올드코스를 떠올리게 된다.
코스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데다 1860년부터 디 오픈이라는 세계 최고(最古)의 대회를 개최하며 ‘골프의 메카’로 인정받는 곳이다. 

세계의 골프 관련 규칙을 총괄해온 R&A(영국왕립골프협회; Royal & Ancient Golf Club)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1754년 22명의 귀족과 신사들이 세인트 앤드류스 골프클럽을 결성했다. 1834년에 영국 국왕 윌리엄 4세가 ‘Royal and Ancient Golf Club’(왕립골프협회)이란 이름을 쓰도록 했다. USGA(미국골프협회; United States Golf Association)와 함께 골프 규칙을 제정해 세계 골프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1700년대의 세인트 앤드류스 골프코스는 해안가 황무지였다. 잔디도 잘 자라지 않았고 폭이 좁은 페어웨이와 조잡한 그린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세인트 앤드류스GC측은 지난 6세기 동안 이 코스에서 각종 골프시합이 열렸지만 한 번도 코스에 인공적인 디자인이 가미된 적이 없고 대부분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적인 지형 변화가 그대로 적용된 코스임을 자랑한다.

모래와 거친 잔디, 잡목이 우거진 언덕으로 이어진 링크스 지형 특성상 양 떼를 방목하는 목적 외에 쓸모가 없는 황무지를 골프코스로 활용한 것이다. 들 토끼들이 잔디를 깎아 먹어 평탄하게 된 곳을 그린(Green)이라고 불렀고, 양 떼들이 밟아 다져진 길을 페어웨이(Fair way)라고 불렀다. 양치기 소년들이 바람을 피하던 구덩이는 항아리벙커로 남았다. 인공이 배제된 황무지를 그대로 골프코스로 활용했다. 

디 오픈은 8개 코스(스코틀랜드 5곳, 잉글랜드 3곳)를 순회하며 열리지만 세인트 앤드류스에서만은 5년마다 열리는 것도 골프의 원형을 기린다는 의미가 있다. 

링크스란 코스의 형태가 아니라 스코틀랜드 해안가의 모래언덕이 있는 황야지대의 한 지명이었다고 한다. 이곳에 골프코스를 만들어 링크스 코스로 명명하면서 해안에 설치된 프코스를 지칭하는 일반명사가 되었다. 해안에서 떨어진 사구(沙丘)에 조성된 골프코스는 ‘듄스(Dunes)코스’로 불렸다.

우리나라의 골프코스는 주로 산악지대나 평지에 조성되었는데 최근 해안가나 간척지에도 골프코스가 들어서 링크스나 듄스코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충남 태안의 로열링스CC에서 링크스 코스의 색다른 매력에 빠졌다.

그동안 몇 군데 링크스 코스를 경험했지만 로열링스는 골프코스의 원형 세인트 앤드류스GC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로열링스는 서산 방조제로 내해(內海)가 바다와 분리되면서 생긴 간척지를 매립해 2014년 개장한 골프장이다. 바다였던 곳이 일부 호수(부남호)와 초지로 변해 목장이나 농지로 활용하는 부지를 제외한 황량한 들판에 골프장이 들어섰다.

▲사진제공=방민준

클럽하우스에서 나와 코스를 바라보면 마치 몽골의 초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높지 않은 산들이 멀리 물러나 있어 대초원의 분위기를 풍긴다. 갈대가 무성한 늪지대가 펼쳐져 있고 잡초 우거진 러프가 코스를 에워싸고 있다. 키가 크지 않는 관목들이 드문드문 심어져 해안가 링크스 코스의 풍광을 자아낸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해풍에 서걱대는 갈대숲에선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도 요란했다.

코스는 평탄했지만 곳곳에 해저드가 도사리고 있어 약간만 실수를 해도 해저드나 러프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초보자들에게는 난이도가 높게 느껴지겠지만 중급 이상자들에겐 도전욕을 자극하는 코스라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재미가 쏠쏠했다.

부킹 후 이 코스에 익숙한 한 동반자가 SNS로 보낸 “여분의 공 많이 준비하는 것 명심하세요.”라는 당부가 실감이 났다. 

라운드 재미도 특별했지만 코스에서 바라보는 지평선의 풍경, 서해안 쪽에서 일어나는 구름과 바람결에 실린 바닷내음 등은 스코틀랜드의 해안가 분위기를 간접 체험케 했다.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코스의 18번 홀의 그 유명한 ‘스윌컨브릿지’의 복제다리도 코스의 도랑에 만들어 놓았다.

갈대숲에서 들리는 새소리가 유난해 캐디에게 “가을이면 철새들도 많이 찾아오겠네?”하고 물으니 장관이라고 했다. 철새들의 배설물이 코스 곳곳에 널려 있는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 철새들 노니는 한 가운데서 라운드하는 재미가 어떨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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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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