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로리 맥길로이가 18번홀 그린에서 기다린 아내와 딸에게 다가가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난 9일 남서울CC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한 허인회(34)가 우승 트로피를 아내 육은채씨(33)에게 바치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5년 전 우승 트로피와 함께 공식 프로포즈를 하겠다고 약속했던 허인회가 약속을 지키는 순간이었다.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23승)을 보낸 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15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우승으로 통산 3승을 올린 뒤 우승이 없었다. 이번 우승은 6년 만이다.

허인회가 공식 프로포즈를 뒤로 미룬 채 결혼을 하고 5년 후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아내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연인으로 일본 투어 JT컵 대회에 처음 캐디 백을 멘 육씨는 결혼 후에도 남편을 위해 무거운 골프 카트를 밀었다.

이번 대회 우승도 아내의 자극 덕분이었다. 그가 1라운드 8번 홀까지 5오버파를 치자 아내 육씨는 “이대로 가면 컷 탈락이다. 오늘 이븐파를 치면 내가 돈을 주겠다”고 내기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후 9번 홀부터 그는 줄버디를 잡아 이븐파로 1라운드를 마쳤다. 그리고 2, 3라운드에서 9타를 줄여 단독 선두로 나서 결국 6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었고 공식 프로포즈의 약속도 지킬 수 있었다.

골퍼에게 가족 사랑은 ‘플러스 알파(+α)’의 힘을 발휘한다. 

북아일랜드의 골프영웅 로리 매킬로이(32)가 지난 10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살럿의 퀘일 할로우GC에서 열린 PGA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골프코스에서 그를 응원한 가족이 원동력이었다.

이미 이 대회에서 두 번(2010, 2015년)이나 우승한 이력이 있어 자신감이 있었겠지만 선두에 2타 뒤져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그가 전성기의 기량을 발휘하며 근래 보기 드문 멋진 경기를 펼친 것은 아내 에리카 스톨이 생후 8개월 된 딸 포피를 안고 그를 응원한 것이 큰 힘이 되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PGA투어가 쉴 때 무리하게 비거리를 늘리려다 스윙밸런스가 깨쳐 고전한 매킬로이는 이번 우승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음은 물론 오는 21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메이저 PGA챔피언십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부상했다.

2017년 PGA투어 직원이었던 에리카 스톨과 결혼해 지난해 9월 딸을 얻은 매킬로이는 우승한 날이 ‘어머니의 날’임을 상기하며 “아내 에리카의 첫 번째 어머니의 날에 우승을 거둬 더욱 기쁘다. 아내와 딸 포피가 이곳에 함께 있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최운정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s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선수들의 경우 공통적으로 부모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지원이 바탕이 되고 있다. 요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최운정(30)의 경우 아버지가 골프 백을 메며 투어 일정을 함께 소화하는 것도 가족 사랑이 아니라면 불가능할 것이다. 

캐나다의 골프천재 브룩 헨더슨(23)은 언니 브리태니 헨더슨(30)의 헌신적인 지원으로 LPGA투어 통산 10승(메이저 1승 포함)의 혁혁한 전공을 세울 수 있었다.

언니 브리태니도 골프선수를 꿈꿔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선수로 활동했으나 동생의 천재성을 꽃 피우는 일을 지원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 본격적으로 전담 캐디로 나섰다. 브리태니는 브룩의 언니이자 절친, 어머니 역할까지 해내며 전 LPGA투어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가족 사랑의 힘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역할이다.

LPGA투어에서 많은 엄마 선수가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도 가족 사랑이 바탕이다.
엄마 골퍼들에게 최우선은 골프가 아닌 가정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가족들이 아낌없이 후원한다는 뜻이다. 

LPGA투어의 엄마 골퍼는 스테이시 루이스(36), 저리나 필러(36), 수잔 페테르센(40), 브리타니 린시컴(36), 사라 제인 스미스(37), 모건 프레슬(32), 미셸 위 웨스트(31) 등 10여 명이나 된다.
미셸 위 웨스트는 지난 3월 기아클래식으로 LPGA투어에 복귀했는데 남편 조니 웨스트가 미셸 위가 플레이하는 것을 딸 마케나에게 보여주고 싶어 출전을 적극 권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LPGA투어는 ‘LPGA 차일드 디벨롭먼트 센터’를 설립, 경기에 나가는 엄마 골퍼 대신 보모들이 아이들을 보살피고 교육까지 맡아 엄마 골퍼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2020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 이벤트 대회인 PNC 챔피언십에 참가한 타이거 우즈와 찰리 우즈.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지난해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리츠칼튼CC에서 열린 PNC챔피언십은 가족의 힘을 증명하는 전형적인 대회다. ‘Father/Son Challenge’라는 이름으로 열리다 후원사 변경으로 PNC챔피언십으로 이름이 바뀐 이 대회는 PGA투어 선수들이 아들과 한 팀이 되어 경기를 벌인다.

타이거 우즈(45)가 아들 찰리 우즈(12)와 한 팀이 되어 출전했는데 아들 찰리 우즈가 아버지를 방불케 하는 놀라운 스윙으로 ‘새끼 호랑이’의 탄생을 예고하기도 했다. 

유서 깊은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도 본 대회 전에 선수들이 가족들과 함께 경기하는 장면 역시 골프에서 가족사랑의 플러스 알파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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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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