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021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제85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출전한 로리 맥길로이가 13번홀 그린에서 퍼팅을 놓치고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모든 샷은 결단을 요구한다. 상황에 따라 결단의 강도만 다를 뿐이다.

평소 연습을 많이 하고 코스에도 익숙하다면 별 고민 없이 결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연습을 별로 하지 못한 데다 모처럼의 라운드라면 사정이 다르다.

결단에 이르기 전까지 많은 망설임과 두려움을 통과의례처럼 겪는다. 아무리 부담 없는 라운드라도 홀마다 결단의 순간이 다가온다.

해저드를 앞두고 과감히 내지르느냐, 아니면 절제하며 안전한 루트를 선택하느냐, 볼이 OB구역으로 날아갔거나 벙커나 해저드에 빠졌을 때 만회를 위한 샷을 날릴 것이냐,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한두 타의 손해를 감수하며 더 큰 화를 자초하지 않는 안전한 길을 택할 것이냐. 드라이버를 잡을 것이냐 우드를 잡을 것이냐, 경사가 심한 그린에서 과감하게 홀인을 노릴 것이냐, 안전하게 홀에 붙이는 전략을 펼 것이냐.

모두 결단이 필요한 순간들이다. 티샷에서 어프로치 샷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많은 결단의 순간을 맞지만 특히 그린 위에서의 결단은 골퍼를 괴롭힌다. 까다로운 그린을 읽어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데다 잘 읽어냈다 하더라도 결단을 내려 실행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순간순간 온갖 생각이 피어올라 결단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잔인하게도 골프의 묘미는 결단의 순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의 결과에 따라 희열을 맛보는가 하면 좌절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어렵게 내린 결단이 성공으로 연결되면 하늘을 날 듯 기쁨을 맛본다. 얕잡아 보고 성급한 결단을 내린 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라운드 내내 악몽으로 남는다.

결단에 따른 극과 극의 심리적 보상이 골프를 지탱해주는 요소인지도 모른다. 순간마다 결단을 내려 실행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결단 없는 골프란 상상할 수 없다.

▲2021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 경쟁에 가세했던 장하나 프로가 최종라운드에서 신준하게 그린을 읽는 모습이다. 사진제공=KLPGA


만약 골프에서 결단의 과정이 필요치 않다면 그야말로 무미건조할 것이다. 중독성 강한 마력도 사라질 것이다.

골프의 묘미는 결단의 순간을 어떻게 넘겼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단을 내리기 전에 얼떨결에 날린 샷은 미스 샷이 되기 십상이다. 그 결과는 자신을 바보로 만들어 자학에 빠뜨린다. 이 자학감은 라운드 내내 자신을 옥죄며 괴롭힌다.

골프는 결단의 연속이다.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안전이냐 모험이냐, 도전이냐 우회냐, 기다리느냐 결행하느냐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결단 내리는 데 익숙하지 않으면 늑장 플레이어로 추락하고 전체 라운드도 꼬인다. 라운드 자체가 고통이 되고 만다.

골퍼에게 필요한 것은 결단의 순간을 파악하고 적절한 결단을 내리는 지혜와 용기다. 그리고 결단을 내린 후 후회 없이 결행하는 집중력이다. 결단의 순간 희망 사항과 실행 가능한 사항을 구별하는 냉철함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결단의 결과가 성공했을 때 기고만장해 자만에 빠지지 않고 실패 후에도 패배감에 젖지 않고 실패의 원인을 찾아내 두 번 다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자세는 더 높은 단계로 인도하는 사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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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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