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에서 2019년 우승자 고진영(사진제공=Gabe Roux), 2020년 챔피언 이미림 프로(사진제공=Getty Images)가 포피스 폰드(Poppie’s Pond)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골프한국] LPGA투어의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이 4월 2~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CC(파72)에서 열린다.

우승자가 호수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로 유명한 이 대회는 한국선수들과의 인연도 깊어 한국 골프 팬들의 시선이 쏠린다.

란초 미라지는 ‘Rancho Mirage(신기루 목장)’란 지명에서 연상할 수 있듯 LA의 동쪽 사막지역 외곽의 오아시스 같은 전원도시다. 휴양지이자 전원도시로 유명한 팜 스프링과 팜 데저트 사이에 있다. 근처에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과 구원의 산(Salvation Mountain), 대형 아울렛이 많아 미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 휴양객이 모여드는 곳이다.

란초 미라지 주변에는 수많은 골프장이 산재해 있지만 미션힐스CC는 오래 전부터 LPGA투어 대회를 개최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대회는 1972년 콜게이트 다이나쇼 챔피언십으로 출발했으니 올해로 49년째다. 1982년 나비스코 다이나쇼로 이름이 바뀌었다. 1983년 메이저대회로 승격되고 2015년 일본의 항공사 ANA가 메인 스폰서를 맡으면서 대회 이름도 ANA인스퍼레이션으로 바뀌었다.

미션힐스CC 하면 우승자가 뛰어드는 연못 ‘포피스 폰드(Poppie’s Pond)’가 먼저 떠오른다. 우승자는 캐디 또는 가족들과 함께 다이나쇼어 코스 18번 홀 옆에 있는 연못에 뛰어드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우승 트로피는 연못에서 나와 대형 타월을 몸에 두른 상태에서 받는다.

이 이벤트의 유래는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2세의 에이미 앨코트(미국)가 우승의 감격에 캐디와 함께 연못으로 뛰어든 것을 시작으로 전통이 되었다. 앨코트가 호수에 뛰어든 것을 놓고 당시 기온이 섭씨 40도에 달해 더위를 못 참아 홀아웃하자마자 호수로 뛰어들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에이미 앨코트는 1975년 LPGA투어에 들어와 메이저 5승을 포함, LPGA투어 통산 29승을 거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선수로는 2004년 박지은(영어이름 그레이스 박)이 처음 이 연못에 뛰어드는 영예를 안았다. 이후 유선영(2012년), 박인비(2013년), 유소연(2017년), 고진영(2019년), 그리고 이미림(2020년)까지 모두 6명이 호수에 뛰어들었다.

사연도 많다. 2012년 유선영은 김인경이 마지막 홀에서 40cm의 짧은 우승 퍼팅을 놓치면서 기회를 얻어 연장전에서 이겨 ‘호수의 여왕’이 되었다. 이때의 충격으로 김인경은 길고도 깊은 슬럼프에 빠진 일화는 유명하다. 

▲박인비 프로와 남편 남기협 씨가 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에 참가했을 때 모습이다. 사진제공=Getty Images

2013년 당시 약혼자인 남편 남기협씨와 연못에 뛰어들어 사랑을 뽐냈던 박인비는 2018년 호수의 여왕이 될 두 번째 기회를 맞았으나 퍼닐라 린드베리(스웨덴)와 재미교포 제니퍼 송과 함께 7차 연장전를 치르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다음 날 속개된 연장 8차전에서 린드베리가 10m의 긴 버디퍼팅을 성공시키면서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2015년엔 김세영이 ‘호수의 여왕’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스테이시 루이스와 브리타니 린시컴에게 추월을 허용, 브리타니 린시컴이 연장전에 우승하고 연못에 뛰어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지난해 대회에선 이미림이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18번 홀(파5·491야드)에서 20여m 거리의 칩인 이글을 성공시키며 넬리 코다, 브룩 핸더슨과 함께 연장에 합류, 첫 번째 연장전에서도 칩샷을 홀 가까이 붙여 버디를 하면서 우승을 차지, ‘칩샷의 여왕’이란 별명까지 함께 얻었다. 

올해는 과연 누가 ‘호수의 여인’이 될까.

올 시즌 첫 출전한 기아클래식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의 완벽한 우승을 한 박인비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8년 전인 2013년 약혼자 남기협씨와 호수에 뛰어들었던 기억이 생생한 그는 기아클래식에 이은 연속 우승으로 남편 남기협씨와 호수에 뛰어들겠다는 기대에 차 있다. 아버지가 대회 전에 기아클래식과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우승하는 꿈을 꾸었다고 하니 예사롭지 않다.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이미림, 지난해 연장전까지 갔다가 고배를 마신 넬리 코다, 브룩 헨더슨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기아클래식 4위로 예열을 마친 세계랭킹 1위 고진영도 2년 전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할 것이다. 

이밖에도 메이저 우승의 맛을 본 김세영, 김효주, 박성현, 전인지 등과 지난해 US여자오픈 우승자 김아림도 메이저 2연승에 대한 욕심과 LPGA투어 회원으로 참가한 첫 대회에서 컷 오프 당한 수모를 씻겠다는 의지가 남다를 것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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