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브 자하리아스

▲2021년 ‘대통령 자유훈장’을 수여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초록색 원 사진은 2020년 수상자의 훈장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나기 전 의미 있는 상을 수여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미국시간) 백악관에서 민간인 최고 영예인 ‘대통령 자유훈장’(The 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할 예정이다.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 그가 한 행동 중 비난받지 않은 유일한 행위가 아닐까 싶다. 

수상자는 안니카 소렌스탐(50·스웨덴)과 게리 플레이어(85·남아공), 그리고 베이브 자하리아스(1914~1956). 수상자 명단은 지난해 3월에 발표되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시상식이 연기되었다가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 상이 수여된다. 

LPGA투어 통산 72승(메이저 10승)을 거둔 소렌스탐은 스웨덴 출신으로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미국에 귀화한 살아있는 골프여제이고 게리 플레이어는 메이저 9승을 포함해 PGA투어 통산 24승의 ‘작은 거인’이다.

안니카 소렌스탐과 게리 플레이어는 골퍼라면 누구나 아는 저명인사지만 베이브 자하리아스를 아는 골퍼는 흔하지 않다.

텍사스 출신의 자하리아스는 LPGA투어 창립 멤버 13명 중 한 명으로 1956년 42세의 나이에 대장암으로 눈을 감았다. 

자하리아스는 오늘의 LPGA를 존재케 한 전무후무한 슈퍼스타다. 1950년 LPGA가 출범하기 전 베이브는 이미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 2개의 금메달과 은메달 1개를 땄다.

그의 본명은 밀드레드 엘라 디드릭슨(Mildred Ella Didrikson)이었지만 어린 시절 출전한 야구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친 후 당대 최고의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의 이름을 따서 베이브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는 뛰어난 볼링선수, 궁수 그리고 권투선수이기도 했다. 올림픽이 끝난 후 그는 실제로 농구팀을 꾸려 전국을 순회하며 시범경기를 펼쳤고 수영선수로도 활약했다. 

그는 특히 골프에서 압도적인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골프계를 호령하던 바이런 넬슨이 1945년 11연속 우승이란 대기록을 세웠는데 자하리아스는 1946년 7월부터 1947년 8월까지 베이브는 17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이란 신기록을 세웠다. 

1948년, 1950년, 1954년 US 여자오픈을 제패했다. 1954년 US 여자오픈에선 암 수술을 받은 뒤 회복 중에 출전해 12타 차로 우승,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여섯 번이나 AP통신의 ‘올해의 스포츠 우먼’으로 선정되었다. 

자하리아스의 매달은 그의 가족, 친구, 그리고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브 자하리아스재단 이사장인 페이트 주니어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LPGA를 창립한 13명 모두 개척자적 정신으로 위대한 족적을 남겼지만 자하리아스는 전설적인 스포츠 우상이었다. 

만능 스포츠우먼인 자하리아스는 골프 팬들을 LPGA투어 대회장으로 끌어들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오늘날 한국 여자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것도 자하리아스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르웨이 이민자의 딸로 태어난 그는 1932년 LA올림픽에 출전해 투창, 80m 허들에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따고 다른 종목에서 은메달도 추가했다. 높이뛰기에서도 세계 신기록을 세웠지만 배면 넘기가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금메달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주위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은 그녀는 21세 때인 1935년 텍사스 여자 아마추어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미국골프협회(USGA)는 그의 아마추어 자격을 박탈했다. 야구와 농구 등의 대회에 참가해 상금을 받았다는 이유였다.

8년 뒤 아마추어 자격을 되찾은 그녀는 1946~1947년 단 2년 만에 US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 브리티시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을 포함해 아마추어 대회에서 무려 17승을 거뒀다. 브리티시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미국 선수가 우승한 건 1893년 대회가 열린 이래 자하리아스가 처음이었다.

1947년 프로로 전향한 그녀는 팬들을 몰고 다녔다. 최단 기간에 통산 10승, 20승, 30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메이저 10승을 포함해 프로로 활동한 9년 동안 무려 41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가 세운 또 다른 기록은 여성 최초 PGA투어 대회 컷 통과. 그는 1945년 PGA투어 대회에 세 차례 출전해 두 번이나 컷을 통과했다.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이나 ‘천재 골퍼’ 미셸 위도 넘지 못한 벽을 넘은 것이다.

두 차례나 대장암 수술을 받으면서도 시즌 평균 최저 타수상인 베어트로피를 수상하고 수술 한 달 만에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불꽃 같은 삶을 살다 42세에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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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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