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제75회 US여자오픈의 티 마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제75회 US여자오픈이 11~14일(한국시간) 텍사스주 휴스턴 챔피언스GC에서 열린다.

코로나19 여파로 우여곡절 끝에 사상 처음 12월로 옮겨 치러지는 대회라 참가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다를 수밖에 없다. 파행적인 대회 일정으로 정상적인 투어 활동을 할 수 없었던 선수들은 메이저 중에서도 메이저인 이번 US여자오픈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로 나서고 있다.

1998년 박세리가 맨발의 투혼을 발휘하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둔 이후 US여자오픈은 한국 선수와 인연이 깊다.
박세리 우승 이후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 최나연( 2012년), 박인비(2013년), 전인지(2015년), 박성현(2017년), 이정은6(2019년)이 US여자오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998년 이후 작년까지 21년 동안 한국 선수 우승이 10회에 이른다. 한국 선수 우승 확률이 47%가 넘는다는 계산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선수의 우승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직전 대회인 LPGA투어 발런티어스 오브 어메리카(VOA) 클래식에서 박인비, 유소연, 재미교포 노예림, 고진영 등이 우승 경쟁을 벌여 US여자오픈에 대비한 성공적인 예열을 마쳤다. 우승은 미국의 안젤라 스탠포드에 돌아갔지만 한국 선수들의 기세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충분히 기대할 만해 보인다.

우선 선수 수에서 한국진영은 매우 탄탄하다.
이번 대회에는 아마추어선수(23명)를 포함해 모두 155명이 출전한다. 이 중 한국 선수가 27명으로 17.4%에 이른다. 미국 선수(41명, 26.4%) 다음으로 많다. 이어 일본 15명, 스웨덴 10명, 영국 9명, 태국 5명, 중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덴마크 호주가 각각 4명, 이태리 타이완이 각각 3명 등의 순이다.

수에서만 우세한 게 아니다. 이미 LPGA투어에서 활약하며 세계랭킹 상위를 점령하고 있거나 KLPGA투어와 JLPGA투어에서 기량이 입증된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과 2위 김세영, 5위 박인비의 각축전이 볼만하다.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최저 평균타수상(베어트로피)을 노리는 김세영은 박인비의 뒤집기 시도를 막지 못하면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 등 두 마리 토끼를 놓칠 수도 있다, 

▲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제75회 US여자오픈 우승에 도전하는 박인비, 김세영, 박성현, 전인지 프로(사진제공=Getty Images). 유소연, 고진영(사진제공=KLPGA)

박인비와 김세영 둘 중 한 명이 우승하면 남은 대회와 상관없이 올해의 선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금왕은 워낙 차이가 적어 110만 달러의 우승상금이 걸린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까지 끝나야 결정될 전망이다.

고진영 또한 세계랭킹 1위를 지키기 위해선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 
디펜딩 챔피언인 이정은6는 한국 선수 최초의 US여자오픈 2연패 위업 달성을 위해 전의를 다질 것이고 박성현, 전인지, 허미정, 이미림 역시 이번 대회를 통해 이름에 걸맞는 존재감을 증명해야 할 입장이다.
이정은6는 2019년 AIG 위민스오픈 우승자 일본의 시부노 히나코, 호주의 아마추어 가브리엘라 러플스와 출발한다.
 
2017년 아마추어로 이 대회에 참가해 준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린 최혜진은 3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캐나다의 골프천재 브룩 헨더슨, 미국의 리제트 샐러스와 한 조로 출발해 자존심 대결이 기대된다.
KLPGA투어의 임희정은 미국의 자존심 렉시 톰슨, 넬리 코다와 대결을 펼치고 박인비와 유소연은 태국의 강자 아리아 주타누간과 한 조로 출발한다.

VOA클래식을 건너뛴 김세영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미국의 브리티나 알토메아와 한 조로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을 펼친다.
고진영은 재미교포 다니엘 강, 스웨덴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와 일합을 겨룬다.

이밖에 김아림, 안나린, 김지영2, 성유진, 이성연 등 KLPGA투어의 강자들과 전미정, 배선우, 이민영2 등 J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어떤 이변을 일으킬지도 관전 포인트다. 

VOA 클래식에서 최종 라운드까지 우승 경쟁을 벌였던 재미교포 노예림을 비롯해 최근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호주교포 이민지와 오수현 그리고 올 시즌 2승을 올린 재미교포 다니엘 강도 눈여겨 지켜봐야 할 선수들이다. 

▲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제75회 US여자오픈 우승에 출전하는 노예림 프로, 비앙카 파그단가난(사진제공=Getty Images). 스테이시 루이스(사진제공=Paul Severn)

‘LPGA의 브라이슨 디섐보’로 알려진 필리핀의 비앙카 파그단가난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도 관심사다. 
올해 LPGA투어에 데뷔한 파그단가난은 30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브 샷으로 LPGA투어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 시즌 첫 5개 대회에선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으나 10월의 KPMG 위민즈 PGA챔피언십에서 공동 9위, 이어 열린 LPGA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에서 3위에 오르는 등 기량이 안정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LPGA투어닷컴은 최근 파그단가난을 집중 조명하며 “그녀는 괴짜가 아니라 여자 골프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극찬했다. 2004년 브리티시 여자오픈 챔피언인 캐런 스터플스(영국)는 “파그단가난은 여자 골프에서 혁명적인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회가 열리는 텍사스 출신으로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미국의 스테이시 루이스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출산 3개월 만에 필드로 돌아온 ‘철의 여인’ 스테이시 루이스는 US여자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2021년 도쿄올림픽에 미국 대표선수로 참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올 초만 해도 올림픽 출전기회가 없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US여자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세계랭킹 15위 안에 들면 올림픽 출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 골퍼’ 루이스의 올림픽을 향한 열정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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