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은 양희영과 박인비 프로. 하단은 안니카 소렌스탐.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미디어의 전문용어로 인식되었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이미 미디어의 범주를 벗어났다.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疏通)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에 가깝다. 소리(언어)나 몸짓, 그림, 기호 등으로 서로의 의사나 감정, 생각을 주고받는 것이 소통일 진대 소통 없는 인류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어원은 라틴어의 '나누다'를 의미하는 ‘코무니카레(communicare)’이지만 인류의 진화와 함께 21세기의 키워드로 진화했다.

인류의 진화란 소통 수단이나 방법의 진화와 동의어다. 동굴 벽에 새겨진 기호나 그림에서부터 문자의 발명, 다양한 필기구의 개발, 인쇄술의 발달을 거쳐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통한 첨단 통신기술이 생활화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로 변했다. 

골프야말로 철저한 ‘소통의 스포츠’라고 한다면 의아해할 것이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소통의 지평만큼이나 골프에서도 소통의 지평 또한 무한에 가깝다. 
좋은 신체조건과 뛰어난 기량, 강한 정신력을 갖췄다고 해도 나를 둘러싼 모든 대상과의 소통능력이 없이는 결코 좋은 플레이가 보장되지 않는다.

골프에서 소통의 대상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자신과의 소통이다. 자신의 생체리듬, 감성리듬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생체리듬은 떨어져 있는데 의욕만 앞서면 샷에 어깃장이 날 수밖에 없다. 감성리듬이 좋아도 생체리듬이 따라주지 못하면 플레이는 삐걱거린다.

라운드 전의 스트레칭이나 샷을 하기 전 빈 스윙도 내가 익힌 스윙과의 소통을 위한 동작들이다. 자신과의 소통을 겸허히 할 수 있다면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자신을 빼고도 소통해야 할 대상은 너무나 많다. 골프코스, 그날의 기상 상황, 클럽, 동반자, 캐디 등 골프코스에서 접하는 모든 것이 소통의 대상이다.

골프코스 설계가들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함정과 의외의 보너스를 코스 속에 숨겨둔다. 코스와 소통한다 함은 바로 코스 설계가의 의중을 읽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산천 구경하듯 주마간산 식으로 코스를 대해선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 내 손바닥의 손금이나 내 얼굴의 주름살을 살피듯 찬찬히 코스를 살펴보면 코스의 윤곽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그러고도 혹시 내가 놓친 것은 없을까 겸손한 자세로 코스를 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눈에 쉽게 띄지 않는 구릉과 고개, 비탈과 오르막을 숨긴 그린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소통능력을 필요로 한다.

날씨와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은 상상 이상의 보너스를 안겨준다. 라운드 전에 당일의 기상 상황을 점검하고 거기에 적당한 복장과 부수 장비를 여유롭게 챙기는 일이 바로 소통이다.
가벼운 우천이라도 여분의 장갑, 수건, 비옷 등을 준비한 사람과 베란다 창고에 넣어둔 골프백을 달랑 들고나온 사람의 경기 내용이 같을 수 없다.

장비와의 소통은 필수다. 호불호의 감정이 배제된 냉정한 시각으로 내게 각인된 클럽별 장단점과 속성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비슷한 거리라고 남들이 잡는 클럽을 아무 생각 없이 뽑아 드는 것은 바보짓이다. 평소 잘 다루지 못하는 클럽, 안심하고 다룰 수 있는 클럽을 파악하고 잘 다루는 클럽을 넉넉하게 잡고 부드럽게 휘두를 수 있는 지혜는 클럽과의 소통에서만이 나올 수 있다. 부단한 연습은 바로 골프클럽과의 소통 과정이다. 

동반자 역시 소통의 중요한 대상이다. 자주 라운드하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서로 거부감이나 불편함이 생기지 않게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동반자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

소홀하기 쉽지만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소통의 대상이 캐디다.
아무리 유능한 골퍼라 해도 코스의 정보에 관한 한 캐디와 비교되지 않는다. 어느 특정 코스라면 대부분 한 달에 두어 번, 몇 개월 만에 한번, 신생코스는 처음 경험할 텐데 캐디는 매일 1~2회 다양한 기량의 골퍼들을 보조하면서 코스가 안고 있는 거의 모든 속성과 함정, 비밀, 숨은 보물 쪽지를 샅샅이 꿰뚫고 있다.

이런 캐디와 가능한 한 최대한 소통하며 호감을 사야 하는데 의외로 캐디와 갈등 관계를 만들어 엉뚱한 피해를 자초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어떤 이유에서든 골프코스에서 캐디와 갈등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백해무익이다. 캐디가 보유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캐디와 원만한 소통을 하는 길이 최상이다.

프로골퍼라고 예외일 수 없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기량만으로는 스타가 될 수 없다. 골프와 연관된 다양한 대상과 분야와 원활한 교류를 하며 원만하고도 유쾌한 관계를 구축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인기 연예인과 다름없는 역할을 요구받는 스포츠 스타에게 소통능력은 필수적이다.

당연히 캐디, 동반자, 갤러리, 미디어와의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PGA투어나 LPGA투어 등 해외 투어에서 활동하는 프로선수들에겐 성공의 열쇠다. 

거미의 세계가 거미줄 위에 존재하듯 나의 세계 역시 나 이외의 모든 대상과 연결된 관계망 위에 만들어진다.

‘골프는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라고들 하지만 프로선수에게 혼자서 하는 골프는 의미가 없다. 겨뤄야 할 동료 경쟁자가 있고 캐디가 있고, 수많은 갤러리, 자신을 따르는 팬이 있다. 그밖에 스윙코치, 미디어 관계자, 대회 관계자, 후원사 등 선수 개인과 원활한 소통을 필요로 하는 대상은 부지기수다.

말수가 적다거나 대화 자체를 거북해한다면 주변과 원만한 관계를 만들 수 없다. 이에 따른 단절감, 소외감, 심리적 불안, 자신감 결여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 몫이 되고 만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의외로 기량 발휘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특히 자신이 활동하는 국가의 언어를 익히는 것은 필수다.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준 이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주변과의 적절한 말 섞음은 나의 존재감을 심어주는 지름길이다. 다변 또는 수다가 아니라면 적절한 대화와 감정의 소통은 상상 이상의 플러스 효과를 발휘한다.

실제로 프로세계에서 승수를 늘려가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수긍이 간다. 

동반자와 별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자신 혹은 동반자의 좋은 플레이에도 무덤덤하게 반응하고, 달려드는 펜을 달가워하지 않고, 미디어의 접근에 겁을 먹는 선수들이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주변과 잘 어울리며 서로에게 상승효과를 주는 대화를 나누고,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선수들은 슬럼프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롱런한다.

골프는 나와 나 아닌 모든 대상과의 진솔한 소통이자 교감이다. 나를 뺀 모든 대상과 허심탄회한 소통이 가능할 때 비로소 나의 골프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것도 착한 소통이어야 한다. 소통 없는 골프는 쭉정이다.
어찌 골프의 핵심이 ‘착한 소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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