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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캐디 없이 라운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캐디 없이 라운드할 수 있는 ‘노캐디 제도’를 부분적으로 채택하는 골프장이 있지만 캐디 없이 라운드하려면 진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기량과 자세가 전제되어야 한다. 싱글 핸디캡 골퍼들이라 해도 캐디 없는 라운드는 불편하고 실력 발휘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스코틀랜드 해안가에서 심심풀이 소일거리로 골프를 즐기던 때는 캐디가 필요 없었지만 귀족이나 신사들이 골프를 하면서부터 경기 보조자 즉 캐디가 등장했다. 선의의 내기를 하거나 시합을 할 때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캐디는 필수적이었다.

캐디의 역할도 변했다. 초기엔 채를 뽑아주고 닦아주고 거리를 어림짐작으로 알려주는 정도면 족했다. 그러나 지금은 골프 코스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꿰고 필요한 정보를 적절하게 제공하는 ‘움직이는 정보은행’ 역할을 해야 한다.

선수들의 경우 캐디는 단순한 경기 보조자를 넘어 선수의 심리상태를 안정적 긍정적으로 이끌어주는 역할로 경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어떤 캐디와 만나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라운드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중요한 것은 캐디 쪽보다는 골퍼 자신에 의해 결과가 좌우된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캐디에게 의존하면 정작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지 못한다. 티나 티마크, 예비 공도 준비 안 하고 클럽도 스스로 뽑아가지 않고 멀리서 몇 번 클럽을 갖다 달라고 소리치고 캐디가 공을 닦아 정렬해줄 때까지 손을 까딱하지 않는 골퍼는 정작 중요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

진짜 중요한 정보를 얻어내려면 캐디를 여유있게 해주어야 한다. 허드렛일 같은 잔심부름에 바쁜 캐디가 멤버들에게 코스 정보를 제대로 알려줄 틈이 있을 리 없다.

그런 의미에서 골퍼와 캐디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관계다. 너무 자잘한 일까지 시킬 정도로 가까우면 캐디가 정작 필요한 정보를 내어줄 여유가 없다. 지나치게 캐디에 의존한 나머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도 얻지 못한다.

‘내가 다 알아서 한다’는 식으로 캐디와 거리를 두는 것도 현명하지 않은 자세다. 어떤 방식으로든 캐디와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잔심부름은 시키지 않되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면 알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캐디는 코스 정보의 보고(寶庫)다. 주말골퍼는 한 달에 한두 번, 길면 1년에 한두 번 특정 코스를 경험하지만 캐디는 하루에 한두 번, 한 달에 40~50번 라운드한다. 보통 4명을 상대하니 정보량은 4배로 늘어난다. 이렇게 풍부한 정보를 활용하려면 캐디가 여유가 있어야 하고 동반자들과의 관계가 원만해야 함은 당연하다. 

유능한 캐디는 첫 홀을 마치고 나면 개인별 클럽별 비거리와 구질은 물론 개인별 루틴까지 파악한다. 두 번째 홀부터 캐디가 건네주는 클럽이 거의 정확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최근 라운드에서 보기 드문 유능한 캐디를 만났다.
일행 중에 3년째 백돌이를 못 면한 친구가 있었는데 이날도 많이 헤맸다. 캐디는 그 친구가 안타까웠는지 어느 홀에서 기다리는 틈이 생기자 원 포인트 레슨을 자청했다. 
“선생님은 슬라이스 때문에 고생 많으시죠?”

그러면서 척추각을 유지하며 오른쪽 어깨가 앞으로 딸려 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스윙을 하도록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따라 해보도록 한 뒤 직접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지금은 어색하시겠지만 그것만 지키시면 슬라이스로부터 해방될 수 있어요.”

놀라운 것은 바로 다음 홀에서 그 친구는 캐디가 시키는 대로 해서 티샷을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보냈다.
그러나 한 동반자가 입을 열었다.
“코스에서 캐디는 하느님이라는 사실 명심하게!”

연습장에서 그렇게 지적받으면서도 안 고쳐졌는데 캐디의 원 포인트 레슨으로 효과를 봤으니 나온 말이었다.
동반자들은 모두 ‘캐디는 코스의 하느님’이란 말에 동의를 표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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