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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술과 골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골프의 본향이라는 스코틀랜드의 사내들에게 골프코스에 나갈 때 지참해야 할 필수품 두 가지가 위스키와 스웨터다. 이곳 날씨는 하루에 4계절을 겪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특히 북해에서 불어오는 거친 바람과 안개와 잦은 비 때문에 여름철에도 추위에 대비해야 한다. 위스키와 스웨터 없인 라운드가 불가능할 정도다.

우리나라 골프장에서도 술은 필수에 가깝다. 라운드를 마친 뒤 뒤풀이로 가벼운 술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라운드 중에도 갈증 해소나 분위기상 맥주나 막걸리, 소주 등을 마시는 경우가 흔하다.

필자가 쓴 한국 최초의 골프 판타지소설 ‘버드피쉬’에 등장하는 지리산 걸리도사는 막걸리를 너무 좋아해 그를 따르던 영국 청년이 붙여준 별명이다. 걸리도사는 학창시절 아마추어 선수로 명성을 날렸던 캠브리지대학 출신 존 무어에게 골프의 정신세계를 깨닫게 해준다. 이 인연으로 아마추어 자격으로 디 오픈 출전권을 획득한 그의 캐디로 초청받아 스코틀랜드의 유서 깊은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코스에서 감격의 라운드를 경험한다.

소설 속의 걸리도사는 막걸리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며 상복(常服)한다. 존 무어는 이런 걸리도사를 위해 한국산 캔 막걸리로 냉장고를 채워 디 오픈 대회기간 내내 걸리도사가 막걸리 갈증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한다. 

골프와 인연을 맺은 뒤 모든 것을 골프와 연관시키는 습관이 붙은 필자는 ‘버드피쉬’를 쓴 계기로 막걸리와 매우 친해졌다. 평소도 소주와 함께 즐기는 편이지만 소설을 쓴 뒤 더 심해졌다. 무엇보다 막걸리는 골프를 제대로 즐기는 데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막걸리와 골프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의아스럽겠지만 나에게 귀중한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소주와 함께 국민주로 자리 잡은 막걸리는 장에도 좋고 값도 싸면서 많이 마실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문제는 자칫 병마개를 따면서 흘러넘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막걸리 술자리에선 심심찮게 어떻게 막걸리 마개를 어떻게 따는 것이 효과적인가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막걸리를 마실 때 바닥에 깔린 것이 골고루 섞이도록 흔들어 마실 것을 권장하는데 흔든 뒤가 문제다. 금방 병마개를 열었다간 막걸리가 분수처럼 뿜어져 술자리를 엉망으로 만든다. 탄산가스(이산화탄소) 때문이다.

막걸리의 효모가 탄산가스를 생성시키기도 하지만 맛과 유통기간 연장을 위해 탄산가스를 주입한다. 탄산가스는 흔들리면 부피가 늘어나는 성질이 있다. 팽창한 탄산가스는 분출 위험을 안고 있다. 

막걸리의 내용물을 잘 섞이도록 하면서 넘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따는 방법에는 여러 버전이 알려져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막걸리병을 뒤집어 흔든 뒤 몸체를 눌러주고 옆으로 기울여 마개를 조금씩 여는 방법이다. 병을 세우면 병 속의 탄산가스가 새어나갈 틈이 없어 막걸리와 함께 분출하기 쉽다. 병을 옆으로 기울이면 마개 부분의 틈이 생겨 가스가 미리 빠져나가 분출 위험이 그만큼 줄어든다. 이때 숟가락으로 병마개를 몇 번 두드려 주는 것도 가스를 빼는 데 효과적이다.

또 다른 방법은 병을 흔들기 전에 마개를 열었다가 닫은 뒤 흔들어주는 것이다. 병 안에 있던 탄산가스가 미리 빠졌기 때문에 분출의 위험이 줄어든다. 그러나 흔들고 나면 다시 가스가 생겨 조심해서 천천히 마개를 열어야 한다. 

이밖에 병목을 몇 번 비틀거나 꺾어주면 가스가 빠져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병 모가지를 비틀고 꺾으려면 꽤 센 악력이 필요할 것 같다.

촉(觸)이 빠른 골퍼라면 막걸리 병마개를 따는 방법에 묘수가 숨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18홀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나 불운 때문에, 혹은 상대적인 패배감 때문에 분노에 휩싸이거나 머리에 쥐가 나는가 하면 화산처럼 폭발하기도 한다. 절제력이 뛰어난 골퍼라 해도 가벼운 마음의 출렁임을 겪기 마련이다.

어떻게 하면 폭발하지 않고 분노에 휩싸이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라운드할 것인가는 바로 막걸리병을 넘치지 않게 따는 방법과 다름없다.

막걸리병 속에 가득 찬 탄산가스를 서서히 배출시키듯 내 안에서 솟구치는 실망과 좌절, 분노, 회한이 폭발하지 않도록 스스로 마음을 마사지하고 배출구를 마련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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