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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칩샷의 여왕' 이미림과 '칩샷'의 이해
LPGA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 우승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을 달성한 이미림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s


[골프한국] 이미림(29)의 ANA인스퍼레이션 우승은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LPGA투어의 잘 나가는 22살 동갑내기 넬리 코다와 브룩 핸더슨의 대결로 압축되는 듯했던 경기가 챔피언조 바로 앞에서 경기하던 이미림의 기적 같은 18번 홀 이글 칩샷이 체스판을 흔들었다.

이미림 스스로 그날 있었던 일들이 믿기지 않듯 LPGA투어 전문가들 역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LPGA의 편집장이자 뉴욕 타임즈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브 유뱅크스(Steve Eubanks)가 미국의 가수이자 영화배우인 프랭크 시나트라(1915~1998년)를 동원해 ANA 인스퍼레이션의 이적(異蹟)을 설명했을까. 

라스베이거스의 황태자였던 프랭크 시나트라는 ANA 인스퍼레이션 대회가 열린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CC에서 15분 거리에 살았다. 그가 살던 집은 한 목장주의 집으로, 복합자재로 나지막하게 지어져 60년대의 타임캡슐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허름했단다. 그는 여기에 살면서 라스베이거스의 밤무대를 주름잡았다.

이 시절 그는 ‘Luck Be A Lady Tonight(행운의 여신이여, 오늘 밤 내게로)’라는 노래를 즐겨 불렀다. 자신이 직접 가사를 썼다. 잭팟을 꿈꾸며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사람들을 위한 노래다.

골프광이었던 그는 미션 힐즈CC를 즐겨 찾았고 이 골프장의 이사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스티브 유뱅크스는 매일 밤 라스베이거스 쇼에서 ‘행운의 여신이여, 오늘 밤 내게로’를 읊조렸던 프랭크 시나트라도 18번 홀에서 일어난 드라마틱한 엔딩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썼다. 

▲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을 달성한 이미림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s

이미림은 18번 홀(파5·491야드)에서 20여m 거리의 칩인 이글을 성공시키며 15언더파를 기록, 넬리 코다, 브룩 핸더슨과 함께 연장에 합류할 수 있었다. 연장 합류도 앞선 6번 홀(파4·394야드)과 16번 홀(파4·419야드)에서의 칩샷으로 버디를 낚은 것이 발판이 되었다. 첫 번째 연장전에서도 3타째인 칩샷을 홀 가까이 붙여 버디를 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칩샷으로 추격의 발판을 만들고, 칩샷으로 공동 선두에 오르고, 칩샷으로 ‘호수의 여왕’으로 등극한 것이다. ‘칩샷의 여왕’으로도 불릴 만하다.

골프의 기술은 크게 롱 게임, 미들 게임, 숏 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어프로치 샷이 숏 게임에 해당된다. 

칩샷은 어프로치 샷(approach shop)의 한 종류다. 어프로치 샷은 그린에 공을 올리는 것보다는 홀 가까이 붙이는 성격의 샷이다. 롱 아이언이나 우드로 공을 홀 가까이 붙여도 '나이스 온'이라고 하지 '나이스 어프로치'라고 하지 않는다. 그린에서 100m 내외의 거리나 그린 주변에서 가능한 한 홀 가까이 공을 보내기 위한 샷으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다.

어프로치 샷의 종류에 피치샷(pitch shot), 피치 앤드 런(pitch and run), 칩샷이 있다. 피치샷은 공을 높이 띄워 많이 구르지 않게 하는 샷이고 칩샷은 공을 많이 띄우지 않고 낮게 굴려서 홀에 붙이는 샷이다. 피치 앤드 런은 공을 어느 정도 띄워 적당히 구르게 하는 샷으로 피치샷과 칩샷의 중간으로 보면 된다.

칩샷의 칩(chip)이 작은 조각이란 뜻에서 알 수 있듯 칩샷은 골프의 많은 샷 중에서도 아주 작은 조각 같은 샷으로 이해하면 쉽다.

아마추어에겐 드라이버샷, 페어웨이우드 샷, 아이언 샷, 벙커 샷, 퍼팅 등 여러 골프기술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 어프로치 샷이다. 그럼에도 연습량은 다른 샷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 특히 그린과 가까운 곳에서 많은 타수를 잃으면서도 이에 필요한 칩샷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도 낮은 편이다.

이미림의 골프 백에는 로프트 50도, 54도, 58도 3개의 웨지가 들어 있었다. 마지막 라운드 6, 16번 홀에서는 58도를 썼고 18번 홀에서는 54도를 사용했다. 연장전에서도 54도를 잡았다.

로프트 각도가 높을수록 공이 많이 뜨고 낮을수록 덜 뜨고 많이 구른다. 그러나 같은 로프트의 웨지를 사용해도 사람마다 공의 성질이 다르다. 볼의 위치, 클럽을 잡는 습관, 손목에 의한 로프트 조절 등 개인별 기호와 차이가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칩샷은 퍼팅과 함께 골프에서 가장 많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요구한다. 그린의 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한 뒤 볼을 띄울 것인가. 띄운다면 어느 정도 띄울 것인가, 굴릴 것인가, 띄웠다가 적당한 지점에 떨어져 구르게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선수들이 칩샷 연습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을 달성한 이미림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s

이미림의 마술 같은 칩샷도 코로나19 여파로 LPGA투어가 쉬는 동안 국내에 머물며 김송희 코치(32)를 만나고 얻은 귀한 소득 중의 하나가 아닐까.

18홀 이글 칩샷을 성공한 뒤 챔피언조의 경기 결과를 기다리며 누군가와 통화하는 장면이 중계화면이 잡혔는데 상대가 바로 김 코치였다. 

김송희 코치는 한때 LPGA투어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선수였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5년 LPGA 퓨처스투어 Q스쿨을 수석 통과한 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LPGA투어에서 뛰면서 ‘우승 빼고 다 해봤다’는 소리를 들었다.

2008년 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준우승, 2010년 메이저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3위, 메이저 LPGA챔피언십에서 준우승, 2010년 제이미 파 오언스 코닝 클래식 공동 2위, 2011년 에브넷 클래식 등 준우승 등 활발한 선수생활을 했으나 우승이 없어 초조해하다 결국 LPGA투어를 접었다. 그리곤 연세대 체육대학원에서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하고 코치로 나섰다.

이미림이 김 코치를 만난 것은 올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컷 탈락하고 난 뒤다. LPGA 선배인 김 프로를 찾아 고민을 털어놨다. 3년 전부터 겪는 샷 난조, 잦은 예선 통과 실패에 따른 실망감과 자신감 결여, 골프를 계속해야 할지에 대한 회의 등등.

그리고 김 코치로부터 조급한 마음을 떨치고 인내하는 법, 기술적인 보완을 하며 자신에 대한 신뢰를 되찾으면서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기적 같은 칩샷도 김 코치와 함께 한 담금질의 결과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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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0-09-16 09: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