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9-2020시즌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골프대회에 출전할 예정인 더스틴 존슨, 존 람, 로리 매킬로이, 저스틴 토마스, 브라이슨 디섐보, 임성재 프로, 대니얼 버거, 콜린 모리카와, 마쓰야마 히데키, 웹 심슨(상단부터).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2019-2020시즌 PGA투어의 대미를 장식할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이 4~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GC에서 열린다. 

앞선 두 플레이오프 노던트러스트와 BMW챔피언십을 거치면서 엄선된 30명의 '골프의 신'들이 잭팟을 노리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대회전을 벌인다. 1, 2차 플레이오프가 제신(諸神)들의 경연장이었다면 최종 플레이오프 투어 챔피언십이 열리는 이스트 레이크GC는 그리스 주요 신들이 힘을 겨루는 올림포스(Olympus)산인 셈이다.

1, 2차 플레이오프에서 나타났듯 투어 챔피언십은 새로운 골프 역사를 만들어낼 분위기로 충만하다.

초미의 관심사는 존 람(페덱스컵 랭킹 2위)과 더스틴 존슨(페덱스컵 랭킹 1위)의 대결이다. 존 람은 BMW챔피언십 연장전에서 기적 같은 퍼팅으로 우승했고 더스틴 존슨은 노던 트러스트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코스를 지배했다. 

PGA투어가 공개한 파워랭킹(예상 우승자순위)은 존 람, 저스틴 토마스, 웹 심슨, 더스틴 존슨, 대니얼 버거, 마쓰야마 히데키, 브라이슨 디섐보, 잰더 셔펠레, 콜린 모리카와, 브랜든 토드 등의 순이다. BMW챔피언십 직전 6명의 PGA투어 전문가 중 4명이 더스틴 존슨을, 2명이 존 람을 우승자로 지목했었다.

이밖에 토니 피나우가 파워랭킹 11위에, 해리스 잉글리시가 12위, 로리 매킬로이가 14위에 올랐다. 임성재는 파워랭킹 21위, 케빈 나는 29위에 올랐다.

임성재(22)는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에서 12오버파로 공동 56위에 그쳤지만 페덱스컵 순위 9위로 최종 플레이오프에 나선다. 신인이던 지난해 투어 챔피언십에선 19위에 올랐다. 한국선수로는 최경주(50)가 2007년 페덱스컵 5위에 올라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세계적 골프선수들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 연연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상금 때문이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제도는 PGA투어 일정이 끝난 뒤 골프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2007년 시작됐다. 정규 투어가 끝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개인 일정을 이유로 플레이오프 참가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자 상금과 보너스를 대폭 올려 선수들의 잭팟 욕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거액의 상금과 보너스에도 불구하고 최종전에서 우승자와 보너스를 받는 선수가 일치하지 않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최종전에서 우승해도 누적 페덱스컵 포인트가 뒤지면 우승자는 우승상금(167만달러)만 차지하고 보너스(1,500만달러)는 누적 포인트가 가장 높은 선수에게 돌아갔다. 포커스가 한 곳에 모아지지 않아 투어 챔피언십의 김이 빠졌다. 

우승자와 보너스 수혜자를 일치시키기 위해 지난해 제도를 뜯어고쳤다. 플레이오프 최종전 직전대회까지 페덱스컵 포인트를 계산하되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 들어갈 때는 페덱스컵 포인트를 없애는 대신 누적 포인트를 기준으로 대회 전에 언더파 점수를 미리 부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페덱스컵 포인트 1위는 10언더파, 2위는 8언더파, 3~5위는 각각 7언더파, 6언더파, 5언더파, 6~10위는 4언더파, 11~15위는 3언더파, 16~20위는 2언더파, 21~25는 1언더파, 26~30위는 이븐파에서 시작하는 방식이다. 테니스경기에서 시드를 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9-2020시즌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골프대회에 출전하는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 1위 더스틴 존슨과 2위 존 람.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이 방식에 따라 더스틴 존슨이 -10, 존 람이 -8, 저스틴 토마스가 -7,  웹 심슨이 -6. 콜린 모리카와가 -5, 다니엘 버거, 해리스 잉글리시, 브라이슨 디섐보, 임성재, 마쓰야마 히데키가 각 -4, 브렌든 토드, 로리 매킬로이, 패트릭 리드, 잰더 셔펠레, 세바스챤 뮤노즈가 -3, 란토 그리핀, 스코티 세플러, 호아킴 니만, 티렐 해턴, 토니 피나우가 -2, 케빈 키스너, 애브라함 앤서, 라이언 파머, 케빈 나, 마크 리시먼이 -1, 카메론 스미스, 빅터 호브랜드, 매캔지 휴즈, 카메론 챔프, 빌리 호셸이 이븐파로 출발한다. 

물론 미리 많은 언더파 점수를 받고 출발하는 선수가 유리하지만 페덱스컵 순위가 낮은 선수도 대회 성적에 따라 우승과 보너스를 함께 차지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우승자가 아니더라도 소정의 상금과 함께 더 많은 보너스를 받는다. 준우승자에게도 500만달러의 보너스가 돌아가고 최하위 30위를 해도 39만5천달러(약 4억6천만원)가 주어진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골프 팬들에겐 어지러운 면이 없지 않다. 미리 언더파 점수를 받은 선수들은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한 라운드를 마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출발선이 다른 경주와 같다.

지난해의 경우 로리 매킬로이는 페덱스컵 랭킹 5위로 5언더파로 출발했지만 72홀을 13언더파로 마쳐 합계 18언더파로 2위 잰더 셔펠레를 4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톱시드의 저스틴 토마스는 10언더파를 안고 출발했지만 72홀에서 3언더파밖에 기록하지 못해 합계 13언더파로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얼마든지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톱시드를 받은 선수에겐 저주다.

지난 10년간 랭킹 1위로 투어 챔피언십에 나선 선수가 1500만달러의 주인이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랭킹 1위로 나서 최종 우승까지 차지한 것은 2009년 타이거 우즈가 마지막이었다.

톱시드의 더스틴 존슨이 과연 이 징크스를 깨고 잭팟을 터뜨릴지도 관전 포인트다.

만약 매킬로이가 우승한다면 페덱스컵 사상 최초로 챔피언에 세 번 등극하는 선수가 된다. 다만 그의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어 불가피하게 불참 또는 기권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올 시즌 유일한 3승자인 저스틴 토머스,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을 제패한 콜린 모리카와, 괴력의 브라이슨 디섐보가 ‘톱시드의 저주’ 수혜자가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지금까지 매킬로이 외에 페덱스컵을 두 번 제패한 선수는 타이거 우즈뿐이다. 저스틴 토머스가 페덱스컵을 차지하면 우즈, 매킬로이에 이어 페덱스컵 정상에 두 번 오르는 세 번째 선수가 된다.

골프의 신들이 펼치는 대제전이 무엇을 보여줄지 흥미진진하다. 골프의 무상성(無常性)을 증명하는 이변이 일어날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을 보여줄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를 보여줄지, 전문가들의 전망은 얼마나 맞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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