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 프로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20년 윈덤 챔피언십 골프대회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아쉽고 또 아쉬웠다.

많은 골프 팬들이 2016년 윈덤 챔피언십에서의 PGA투어 첫 승, 2017년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의 감격을 고대했는데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김시우(25)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시지필드CC(파70)에서 열린 PGA투어 올해 정규시즌 마지막 대회 윈덤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를 공동 2위와 2타차 단독 선두로 출발했다. 

1라운드 공동 5위, 2라운드 공동 선두에 이어 3라운드에서 홀인원이 포함된 불꽃같은 경기로 공동 2위에 2타 앞선 18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서 3년 만에 승수를 보탤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김시우는 골프의 무상(無常)함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3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몰아쳤던 그는 어제의 그가 아니었다. 지루한 파 행진이 이어졌다. 결정적인 미스샷도 나왔지만 어렵지 않은 퍼팅을 여러 번 놓쳤다. 특히 6번 홀(파4)의 더블보기에 발목이 잡혔다. 다른 선수들이 4~5타씩 줄여가는 데 그만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까먹었다. 8번 홀까지 3타를 잃고 순위는 공동 9위로 밀렸다.
9, 11, 12번 홀에서 버디를 하며 반등을 시도했으나 선두그룹 짐 허먼(42), 빌리 호셸(33) 등을 추격하기엔 늦었다.

결국 김시우는 이븐파를 쳐 최종합계 18언더파 262타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우승은 21언더파의 짐 허먼이 차지하고 빌리 호셸이 1타차 2위에 올랐다. 

임성재(22)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순위를 14위에서 공동 9위로 끌어올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개된 대회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냈다.

김시우는 미국에 등장할 때부터 화제를 몰고 다녔다. 2016년 윈덤 챔피언십에서의 PGA투어 첫 우승, 201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할 때 그는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있었다. 

2012년 12월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PGA투어 Q스쿨을 통과할 때도 미디어를 탔다. 이때 4명의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가 25위 안에 들어 PGA투어 풀시드권을 얻었는데 김시우는 최연소 Q스쿨 통과기록을 세웠다. 고등학교 2년생으로 당시 정확한 나이는 17세 5개월 6일.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보다 4년 빠르고 종전 기록인 2001년 타이 트라이언(미국)의 17세 6개월 1일을 약 한 달 정도 앞당긴 것이다. 

180cm, 85kg의 다부진 체격조건에 군더더기 없는 스윙으로 드라이버 비거리도 300야드를 넘어 미디어들은 그를 차기 PGA투어 스타 후보로 지목했다. 

만 18세가 되기 전에는 PGA 투어 회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으로 출전 제약을 받으면서 2014년 PGA 2부 웹닷컴투어로 밀려났다가 1승을 올려 상금랭킹 25위 안에 들어 2015-2016시즌 정규 투어에 뛸 수 있게 됐다. 

미국 진출 4년만인 2016년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했다. 끈질기게 그를 추격한 짐 퓨릭, 루크 도널드, 브랜드 스네데커, 그래엄 맥도월, 케빈 나, 리키 파울러, 패트릭 리드 등 PGA투어의 스타들 앞에서 그는 단연 빛났다. 그의 샷은 21살 PGA투어 초년병의 그것이 아니었다. 요란한 몸동작을 배제한 군더더기 없는 스윙, 샷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담담한 표정, 내로라는 장타자에 뒤지지 않는 비거리 등 김시우는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탁월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7년 5월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에서 열린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김시우는 우뚝 섰다. 
21억 원이 넘는 우승상금을 포함한 두둑한 상금을 노리고 세계 톱랭커들이 총출동한 대회에서 나이답지 않게 고도의 인내심과 평정심을 발휘하며 기라성 같은 선수들의 추격을 뿌리치며 자신의 진면목을 만천하에 증명했다.

▲김시우와 함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9-2020시즌 플레이어프에 진출하는 임성재, 강성훈, 안병훈, 이경훈 프로(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AFPBBNews = News1

PGA투어 2019-2020시즌 마지막 대회를 장식할 우승을 놓친 것은 아쉽지만 이번 대회 성적으로 페덱스컵 순위를 121위에서 82위로 끌어올려 125위까지 자격이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대회에는 출전할 수 있게 됐다.

1차전 노던 트러스트(한국시간 8월21~24)에 125명이, 2차전 BMW챔피언십(8월28일~31일)에 70명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9월5일~8일)에는 상위 30명만 출전할 수 있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는 대회당 총상금이 950만 달러나 되고,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이 끝난 뒤 페덱스컵 우승자에게 1,5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주기 때문에 PGA투어 선수들에게 플레이오프 진출은 그 자체가 중요한 목표다.

플레이오프 1차전인 노던 트러스트에는 페덱스컵 순위 5위 임성재(22), 31위 안병훈(28), 61위 강성훈(33), 82위 김시우, 110위 이경훈(29) 등 한국선수 5명이 출전한다. 
한국선수들이 남은 플레이오프 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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