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칼럼 > 인기칼럼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방민준의 골프세상] PGA투어에 불붙은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브라이슨 디섐보, 콜린 모리카와. 사진은 2020년 PGA챔피언십 때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다윗과 골리앗은 구약성서의 사무엘서(書)에 등장한다.

이스라엘의 적국인 블레셋의 장군 골리앗이 이스라엘을 침략, 엘라 골짜기에서 사울 왕의 이스라엘군과 대치하며 “누구든지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자와 겨루자. 이 대결에서 패배하면 이긴 자의 나라를 섬기도록 하자”고 소리치자 사울과 이스라엘군은 두려움에 빠졌다. 

골리앗은 신장 2m83cm의 거인으로 놋투구와 갑옷 차림에 긴 창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양을 치던 어린 다윗이 아버지 심부름으로 전쟁터에 나간 형들을 찾아갔다가 골리앗이 이스라엘을 모욕하는 이 현장을 목격했다.

사울 왕은 아무도 나서지 않자 골리앗을 이긴 사람에게 많은 재물과 함께 자기 딸을 아내로 맞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도 나서는 자가 없었다.

이때 17살의 양치기 소년 다윗이 나섰다. 사울 왕과 주변 사람들은 너무 어리다고 만류했으나 다윗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사울 왕은 다윗에게 군복과 투구, 갑옷, 칼을 주었으나 신장 1m70cm의 다윗에게 맞지 않았다. 

다윗은 다 벗어던지고 양몰이 할 때 사용하던 막대기 하나와 줄팔매(가죽에 돌멩이를 담아 끈으로 연결해 투석하는 도구), 돌멩이 다섯 개를 주머니에 넣고 골리앗에게로 다가갔다. 

골리앗이 다윗을 내려다보며 다가오자 다윗은 골리앗을 향해 물맷돌을 날렸다. 예리한 돌은 정확히 골리앗의 양미간에 박혔고 골리앗은 쓰러졌다. 다윗은 쓰러진 골리앗이 차고 있던 칼을 빼내 골리앗의 목을 베었다. 블레셋 군대는 골리앗이 죽은 것을 보고 도망갔고 이스라엘은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


세계의 최고 골퍼들이 겨루는 PGA투어에는 전에도 골리앗, 헐크로 불릴 만한 거한(巨漢)들이 있었다. 그들은 월등한 신체조건으로 강펀치를 날리며 다윗들을 떨게 했다.

이런 흐름은 코로나 사태 이후 심해졌다. 브라이슨 디섐보가 골리앗 경쟁에 불을 붙였고 너도나도 장타 경쟁에 뛰어들었다. PGA투어는 대포를 장착한 골리앗 같은 거한들의 전장이 되고 말았다. 

지난 7~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TPC 하딩파크(파70)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마지막 날 리더보드 상단을 차지한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PGA투어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더스틴 존슨, 매슈 울프, 토니 피나우, 브라이슨 디섐보, 스코티 쉐플러, 카메론 챔프, 브랜든 토드, 브룩스 켑카 등 신장 190cm 전후에 33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브 샷을 날리는 골리앗들이다. 이 틈에 끼인 175cm 77kg의 콜린 모리카와(23)는 영락없이 다윗의 모습이었다.

마지막 라운드 16번 홀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을 완벽히 재현해낸 현대판 엘라 골짜기였다.

챔피언 조가 전반을 마쳤을 때쯤 폴 케이시, 콜린 모리카와, 매슈 울프, 토니 피나우 등이 10언더파 공동 1위에 올라 있었다.
14번 홀(파4)에서 모리카와의 두 번째 샷이 짧아서 그린에 올리지 못했으나 세 번째 칩샷이 그대로 홀인, 버디를 하며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앞조의 폴 케이시도 이에 질세라 16번 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 공동선수가 되었다. 

모리카와가 16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섰다. 296야드의 길지 않은 파4 홀이다. 그린은 벙커와 러프, 큰 키의 소나무에 에워싸여 있었다. 장타자의 경우 드라이버로 치면 홀을 훌쩍 넘어가 우드를 잡거나 컨트롤 샷을 해야 하는 까다로운 홀이다. 
시즌 평균 드라이버 거리가 295.1야드로 투어 내 드라이버 비거리가 100위 밖인 모리카와에겐 오히려 공략하기 적합한 홀이었다.

그는 드라이버를 잡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뒤 바로 그린을 노리고 샷을 휘둘렀다. 그의 티샷은 그린 바로 앞에 떨어진 뒤 굴러서 홀 2m쯤 앞에 멈췄다. 그리고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단숨에 더스틴 존슨과 폴 케이시를 2타 차 공동 2위로 밀어내고 PGA투어 세 번째 우승이자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콜린 모리카와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2020년 PGA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내겐 정말 평범한 드라이버 샷이 필요했다. 330야드를 치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4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한 더스틴 존슨 등 골리앗들의 기세가 등등했으나 16번 홀에서의 모리카와가 날린 물맷돌에 모두가 나가떨어진 꼴이 되고 말았다. 

더스틴 존슨과 폴 케이시의 공동 2위에 이어 매슈 울프, 토니 피나우, 스코티 셰플러, 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 제이슨 데이(호주)가 공동 4위(10언더파 270타)에 올랐다.
대회 3연패를 노린 브룩스 켑카는 공동 29위로 밀렸고 로리 매킬로이는 공동 33위, 타이거 우즈, 저스틴 토머스는 공동 37위에 머물렀다.

한국 선수 중에는 김시우(25)가 7언더파 273타로 욘 람(스페인), 패트릭 리드 등과 공동 13위에 올랐고 안병훈(29)은 공동 22위(4언더파 276타), 강성훈(33)은 79위(10오버파 290타)에 그쳤다.


일본계 아버지와 하와이 원주민 어머니를 둔 모리카와는 1997년 LA에서 태어나 UC 버클리 대학에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대학 재학중이던 2018년 3주 간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모리카와는 PGA투어 첫해를 화려하게 시작했다. 지난해 PGA투어 데뷔 후 22개 대회 연속 컷 통과에 성공, 쉽게 2019-2020시즌 투어카드를 확보하고 2019년 베라쿠다 챔피언십에서 PGA투어 첫승을 올렸다.

지난 시즌 임성재가 신인왕을 놓고 모리카와와 끝까지 경합을 벌인 것도 그의 꾸준한 성적과 PGA투어 1승 때문이었다. 
모리카와는 신인왕은 놓쳤지만 지난 7월 워크데이 채리티 클래식에서 저스틴 토마스를 연장전 끝에 물리치고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제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물론 PGA투어의 거한들이 모두 힘만 센 골리앗일 리 없고 보통체격의 중단거리 비거리의 보통선수들이 모두 다윗처럼 지혜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리카와는 PGA투어가 결코 힘과 거포(巨砲)의 선수들이 지배하는 곳이 아님을 증명하며 많은 보통 선수들을 위해 희망의 불화살을 쏘아 올렸다. 

추천 기사: '국내파' 박현경·임희정 '해외파' 김효주·김하늘, KLPGA 우승 경쟁 예고

추천 기사: LPGA 올해 첫 메이저 '전초전'…김인경·이미향·전인지 출격

추천 칼럼: LPGA 마라톤 클래식에서 빛난 다니엘 강과 리디아 고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0-08-13 06:4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