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골프대회인 PGA챔피언십에 출전한 김주형 프로. 타이거 우즈, 임성재와 찍은 사진이다. 사진출처=김주형의 인스타그램


[골프한국] 18세 청년 김주형의 PGA챔피언십 나들이.꿈과 기대가 컸던 만큼 컷오프 탈락에 따른 실망도 컸을 것이다.

그러나 20여일 남짓한 기간 경험한 PGA투어 메이저 PGA챔피언십 출전의 기억은 그에게 거목(巨木)으로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값진 거름이 되었을 것으로 믿어진다.

도전하는 자세와 실패를 받아들이는 그의 태도는 아프리카 대평원의 고고한 맹수를 보는 듯하다. 

어린 나이에 프로의 세계에 뛰어들어 이뤄낸 깜짝 놀랄 만한 성과도 대단하지만 주어진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고 패배를 달게 받아들이는 그에게선 아프리카 초원 사자무리의 왕을 꿈꾸는 어리지만 용맹한 사자의 모습이 보인다.

그에게 따라붙는 ‘노마드 골퍼’라는 수식어 자체가 초원에서 자신의 독립왕국을 세우려는 맹수를 떠올린다. 

아버지를 따라 아시아 각국을 전전하며 골프를 익힌 뒤 15세에 프로가 돼 아시안투어와 KPGA 코리안투어에서 뛰어온 김주형에게 PGA투어는 언젠가 그의 무대가 되어야 할 무지개 동산이다. 

2019년 17세의 나이에 아시안투어 파나소닉오픈 인디아 대회에서 우승하며 파란을 일으킨 김주형은 참가하는 대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지난 7월 JGTO(일본프로골프투어)와 아시안투어가 공동으로 개최한 SMBC 싱가포르오픈에서 그는 미래의 골프스타로 부상했다. 

지난해 디오픈 우승자 셰인 로리를 비롯해 저스틴 로즈, 헨릭 스텐손, 맷 쿠차, 태국의 골프영웅 제인 와타난넌드 등 세계 톱클래스들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그는 전혀 주눅들지 않고 톱스타들과 허물없이 교감하며 어울렸다. 그의 얼굴에선 내로라는 대가들이 모인 이곳이 바로 내가 있을 곳이란 확신이 넘치는 듯했다.

지난달 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 준우승에 이어, 두 번째 대회인 군산CC오픈에서 프로선수 최연소 우승기록을 세운 그는 세계랭킹을 92위까지 끌어올려 세계랭킹 100위까지 주어지는 PGA챔피언십 초청장을 받았다.

참가 여부를 놓고 잠시 고심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는 안주보다는 도전을 선택했다. 

지난 7월 21일 출국한 그는 다행히 PGA챔피언십 참가선수로 2주간의 자가격리를 면제받고 현장에 적응할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임성재 등 한국의 선배들 도움으로 연습 라운드를 하고 우상인 타이거 우즈와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대회 시작 전 “메이저 대회를 구경하러 온 게 아니라 선수로 출전하는 만큼 들뜨지 않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며 나름의 꿈을 보인 김주형은 8월 7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TPC 하딩파크에서 대망의 PGA투어 데뷔전을 치렀다.
 
남아공의 찰 슈어첼과 멕시코의 아브라함 앤서와 한 조로 경기한 그는 1라운드를 이븐파로 마쳐 컷 통과의 희망을 쏘았다. 로리 맥길로이, 존 람 등과 동타였다. 슈어첼이 1오버파, 앤서가 1언더파였으니 김주형으로선 성공적인 출발이었다.  

그러나 성공적인 출발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는 2라운드에서 7오버파 77타를 기록, 7오버파 147타로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첫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리듬을 놓친 게 화근이었다. 버디 3개를 건졌지만 무너진 마음을 다잡지 못했다.

김주형은 대회 전 “성공적인 메이저 데뷔전을 위해 들뜨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다”고 털어놨으나 1라운드를 치른 뒤 자신도 모르게 흥분했던 것 같다.

이런 모습조차 18세의 청년인 그답다.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이븐파를 쳤으니 희망과 기대에 어찌 흥분을 숨길 수 있겠는가. 

컷오프 통과 실패 후 그의 마음 자세가 멋졌다. 
그는 경기 후 SNS를 통해 “이렇게 멋진 시간을 허락해준 PGA챔피언십에 감사한다”며 “아쉽게 나의 대회는 여기서 끝났지만, 정말 많이 배우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배우는 기회였다.”고 털어놨다.

첫 메이저 대회에 참가해 컷 오프 통과에 실패한 김주형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골프 팬들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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