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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골퍼라면 누구나 보다 나은 스코어를 추구한다. 그러나 스코어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골프 자체의 묘미마저 빼앗는다.

골퍼들은 라운드할 때마다 신기록을 기대하지만 이 기대가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40대 이전이면 1년에 한두 번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40대가 넘으면 기록경신은 고사하고 유지조차 힘들다. 

베스트 스코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자신의 베스트 스코어가 만들어질 때의 상황을 떠올려 보면 좋은 기록이 나오는 공통적인 조건을 알아낼 수 있다. 

베스트 스코어는 얼떨결에, 무심결에 만들어진다. 잘 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열심히 하고 나니 신기록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동반한 고수한테 한 수 배우자는 자세로 임했는데 결과는 신기록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기록을 깨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나선 라운드에서 베스트 스코어를 달성한 경우는 거의 없다. 신기록 달성의 각오로 나선 라운드는 어김없이 형편없는 스코어를 안겨준다. 

그런데도 많은 골퍼들이 기를 쓰고 신기록 달성, 또는 자신의 기대치에 맞는 스코어 작성에 매달린다. 첫 홀에서의 ‘올 파’나 ‘올 보기’를 서슴없이 받아들이고 티샷을 실수하곤 스스로 멀리건을 자청하는가 하면, 캐디에게 “트리플 보기 이상은 적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한다. 심지어 OB 난 볼을 OB가 아니라고 우기고 러프에서의 타수를 줄여 신고하면서까지 좋은 기록에 연연한다. 

베스트 스코어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신기록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욕망 없이 겸허한 자세로 골프에 열중했을 때 그 결과로 남는 것이다.


신기록 또는 기대치 스코어 달성을 열망하는 골퍼에게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은 천금 같은 팁을 제공한다. 

노자의 핵심사상인 ‘무위무불위(無爲無不爲)’ ‘무위자연(無爲自然)’이 바로 금맥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되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되어진다’는 뜻으로 같은 의미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무위(無爲)를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인위(人爲)의 반대개념으로 인위적 힘을 가하지 않은 자연스런 행위를 뜻한다. 억지로 무엇인가 해내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순리에 맡겨두라는 가르침이다.

노자의 눈으로 보면 골퍼들은 대부분 무엇인가 이루려는 ‘유위(有爲)의 골프’를 한다. 가능한 한 멀리 그러면서 정확히 날리겠다는 욕심에 차 있다. 모든 샷에 의도가 배어있다. 평소 안 되던 것을 굳이 해내려 덤비기도 한다. 오로지 많은 굿샷으로 흡족한 스코어를 만들겠다는 열망뿐이다. 

그러나 골프란 결코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다. 열망이 너무 절박하고 간절해도 엉뚱한 미스샷이 속출한다. 골프의 미스샷은 바로 ‘유위의 골프’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번 집중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여기며 샷을 날릴 수는 없다. 지나친 집중은 때로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머리에 뭔가 잔뜩 차 있을 때보다 비었을 때 오히려 명쾌한 샷이 만들어진다. 큰 기대 없이 무심하게 한 스윙에서 기막힌 샷이 만들어진다.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도 골퍼들이 평생 새겨두어야 할 화두다. 

노자는 “천하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그러나 굳고 센 것을 꺾는 데 물보다 더 뛰어난 것 또한 없다. 이는 물이 철저하게 약하기 때문이다”라고 설파했다.

부드러우면서 힘찬 샷을 꿈꾸지만 힘을 빼지 못해 고생하는 골퍼들에게 ‘부드러운 것이 가장 강하다’는 것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가 어디 있을까.
‘노자와 함께 하는 골프’를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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