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 이벤트 경기에 출전한 고진영, 박성현 프로. 사진제공=P. Millereau/The Evian Championship


[골프한국] 스킨스 게임도 이렇게 아름다운 결말을 맺을 수도 있구나.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과 3위 박성현(27)이 2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 오션코스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에서 극적인 무승부로 함께 웃었다.

총상금 1억원이 걸린 이 대회에서 승부가 한쪽으로 기우는 듯했으나 결정적 순간에 극적인 승부수를 주고받아 각각 5,000만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박성현은 16번 홀까지 1,600만원 뒤져있다가 17번 홀에서 단번에 2,600만원을 가져가면서 1,000만원 차이로 승부를 뒤집었다. 고진영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1,000만원의 상금이 걸린 마지막 18번 홀에서 고진영이 버디에 성공하면서 상금 누적액이 5,000만원으로 무승부가 됐다.

상금 전액은 밀알복지재단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후원회로 기부된다.

경기가 끝난 뒤 두 선수 모두 이구동성으로 “우리가 원한 대로의 최고의 시나리오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스킨스 게임의 특성을 알면 두 선수의 심정에 이해가 간다. 

홀별로 상금을 걸고 그 홀에서 가장 플레이를 잘 한 사람이 상금을 차지하는 방식이 스킨스 게임이다.

일반 골프 경기는 스트로크 플레이방식으로 진행돼 얼마나 적은 타수를 쳤는가로 성적이 가려지지만 스킨스 게임은 홀마다 상금을 걸어, 해당 홀에서 이기면 상금을 차지한다.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상금은 다음 홀로 넘어간다. PGA투어에선 공식 시즌이 끝난 후 매년 11월이나 12월에 이벤트성 대회로 열린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재미 삼아 약간의 돈을 걸고 스킨스 게임을 한다. 핸디캡을 따지지 않고 균등하게 돈을 내기도 하고 핸디캡이 낮은 동반자가 자비로운 경우 핸디캡에 따라 액수를 조정하기도 한다.

원래 재미와 흥행을 위해 만들어진 방식이라 스킨스 게임은 경쟁 당사자는 물론 관전자들에게 스릴감을 안기고 강도 높은 즐거움을 준다. 특히 미국 선수들은 스킨스 게임을 즐긴다. 판돈을 서로 많이 차지하겠다고 겨루는 것이지만 경쟁자끼리 농담도 나누고 미소를 잃지 않는다. 결코 얼굴을 붉히지 않는다.

고진영과 박성현의 경우는 다르다. 목적은 코로나19로 냉랭하게 식은 골프 열기를 되살리고 자선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번 대결은 보통 스킨스 게임과 성격이 다르다. 

두 선수는 나이 2년 차이의 선후배인 데다 서로 언니 동생으로 가까이 지내는 사이다. 선배인 박성현은 전 세계랭킹 1위이자 현재 3위, 후배인 고진영은 현재 세계랭킹 1위다. 박성현은 소문난 장타자고 고진영은 정교함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돈이 걸린 경기라 해도 기부하기로 된 것이어서 상금 욕심도 있을 리 없다.

결국 자존심의 대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패배자는 자존심이 상처받게 돼 있다. 두 선수를 따르는 팬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거의 6개월 동안 경기가 없어 선수들 스스로 자신의 컨디션과 기량에 확신이 없는 상태다. 아무리 이벤트성 경기라 해도 지면 이래저래 응어리가 남게 돼 있다.

스킨스(Skins)의 어원을 알면 두 선수의 이런 입장이 이해된다. 

스킨(Skin)은 피부라는 뜻이다. 이의 복수형인 스킨스는 가죽, 모피를 의미한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생활무대였던 미국의 애리조나주는 사막인 탓에 동물 가죽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인디언 사회에서 가죽과 모피는 화폐나 다름없었다. 부족 간의 싸움에서 얻는 가죽 모피는 부족에게 자랑하고 추장에게 바치는 최상의 전리품이었다.

스킨스는 인디언들에게 돈이자 자존심이었다. 오늘날 스킨스 게임에선 모피나 가죽 대신 돈이 걸려 있지만 동시에 자존심을 상징하는 데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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