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전한 김시우, 임성재 프로.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기야 골프대회를 중단시켰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500만 달러) 1라운드를 마친 뒤 대회를 전격 취소했다. PGA투어 측은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에서 1라운드를 끝낸 뒤 선수들에게 ‘2라운드 대회를 취소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PGA투어 측은 이에 앞서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2라운드부터 무관중 경기를 치르기로 발표했다가 대회 자체를 아예 취소한 것이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예정된 발스파 챔피언십, 월드골프챔피언십 델 테크놀로지 매치플레이, 코랄레스 푼타카나오픈과 발레로 텍사스오픈까지 열지 않기로 했다. 

LPGA투어 측도 내주부터 잇따라 열릴 예정이던 볼빅 파운더스컵, 기아클래식,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 등 3개 대회를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 2개 대회도 연기됐다.

마이크 완 LPGA투어 커미셔너는 "LPGA 가족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연기된 3개 대회는 올해 안에 다시 일정을 잡겠다"고 밝혔다.

PGA투어와 LPGA투어의 대회 중단 및 취소 결정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미대륙 전역으로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해 대회 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일본 JLPGA도 앞선 두 개 대회를 취소한 데 이어 세 번째 대회인 T포인트 에네오스 골프토너먼트를 취소했다. 
골프대회는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아닌 한 좀처럼 중단되지 않았다. 더구나 바이러스 때문에 골프대회가 취소된 것은 골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골프가 갖고 있는 마력 때문에 전쟁 중에도 개인의 골프는 허용되었다.
 
골프대회를 중단시킨 불가항력의 대부분은 전쟁이었다.

지구촌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디 오픈의 경우 1860년 스코틀랜드의 한 작은 도시 프레스트윅의 12홀짜리 골프코스에서 대회가 시작된 이래 1871년 단 한 번 중단되었는데 이유는 참가 선수들에게 줄 상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1873년부터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로 장소를 옮겨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명성을 이어갔지만 1차 세계대전(1915~1819년)과 2차 세계대전(1942~1945) 때 대회를 열지 못했다. 
미국도 1차 세계대전 중인 1917~1918년 2년간과 2체 세계대전 때 4년간 US오픈, 마스터스 등 큰 대회를 중단시키고 소규모로 횟수를 줄여 개최했다.
1927년 시작된 라이더컵 대회(미국과 영국팀 간의 대항전, 나중에 영국팀은 유럽연함팀으로 대체됨)도 2차 세계대전 때 6년간 중단됐었다. 
  
그러나 전쟁 중에도 대회는 중단되었지만 일반인의 골프는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다.  
1960년 5월1일 미국의 U-2기가 소련 영공에서 격추되어 조종사가 체포된 사건이 발생한 그 시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공개돼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골프 역사를 보면 전쟁 중에도 개인이 골프를 즐긴 사례는 적지 않다.

특히 유럽에선 2차 대전 중에도 골프를 즐긴 사람이 꽤 많았는데 전쟁이 골프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약간의 골프 규칙의 변경 정도였다. 
영국의 한 클럽 로컬 룰에 남아 있는 ‘경기 중 권총 사격이나 포 사격이 있을 경우 플레이어는 경기 중단에 대한 페널티 없이 몸을 숨길 수 있다.’는 규정은 그런 흔적이다.

‘회원의 안전을 위해 불발탄이 발견될 경우 불발탄이 폭발하더라도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지점에 붉은 깃발로 마크를 해놓고 이 지점에서 드롭해 칠 수 있다’는 규정도 보인다. ‘적군의 공격으로 볼이 움직이면 리플레이스 할 수 있으며 같은 상황에서 볼을 잃어버리거나 볼이 부서졌을 경우 홀에 가까이 다가서지 않은 지점에서 벌타 없이 드롭할 수 있다’는 로컬 룰도 있었던 것을 보면 꽤 심각한 상황에서도 골프를 즐긴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골프를 즐기는 데 제한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모든 금속과 고무는 전쟁 물자로 징발되어 골프 장비의 생산이 중단되었다. 그래서 골퍼들은 볼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하여 더욱 신경을 썼으며 볼도 재생볼만 구입할 수 있었다,
 
2001년 9월11일 미국의 심장부가 사상 최악의 테러를 당한 뒤 미국이 테러 말살을 위한 보복전쟁을 선포하면서 각종 골프대회가 취소되었다. 월드 골프챔피언십 대회를 비롯, PGA와 LPGA의 정규투어가 속속 취소된 데 이어 미국과 유럽 간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 대회도 1년 뒤로 연기되었다. 

이런 결정은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테러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많은 선수들이 항공편으로 이동하는 것을 꺼리는 데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임박하면서 대회 자체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었다. 

1, 2차 세계대전 이후 PGA투어가 취소된 것은 1949년 텍사스주의 포트워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콜로니얼 클래식이 폭우로 취소된 이후 52년 만이라고 한다. 

2016년 4월 15일엔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 내습한 지진으로 JLPGA투어 KKT컵 반테린 레이디스오픈 대회가 취소되었다. 이 대회는 당초 15~17일 사흘간 열릴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날 규모 6.6의 강진이 발생하자 주최 측은 1라운드를 취소한 뒤 여진이 이어지자 대회 자체를 전면 취소됐다.

2017년 9월 14일 북한이 북태평양을 향해 일본 상공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고 있던 ANA오픈이 일시 중단되었다가 재개되기도 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첫 라운드에서 2017년 이 대회 최연소 우승기록을 세운 김시우가 7언더파로 선두 마쓰야마 히데키에 2타 차 공동 2위, 임성재가 3언더파 공동 22위, 안병훈과 이경훈이 2언더파 공동 37위에 오르는 등 한국 선수들이 좋은 출발을 보여 골프 팬들로선 대회 취소가 아쉽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로 대혼란에 빠진 상황이니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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