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테일러가 2020년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최종일 필 미켈슨과 4라운드에서 동반 경기한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2월 7~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에서 열린 AT&T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에서 캐나다의 무명 닉 테일러(31)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 전향 10년 만에 PGA투어 통산 2승을 올렸다.

그가 1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치며 단독 1위에 오르고 2라운드에서도 6언더파를 보태며 단독 1위를 지켰음에도 매스컴의 시선은 여전히 세계 골프의 저명인사(Celebrity)들에게 쏠려 있었다. 

각계의 저명인사가 참가하는 대회지만 그에 못지않게 골프계의 저명인사도 즐비하다. 

대표적인 예가 필 미켈슨(49)이다. PGA투어 통산 44승에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미국을 상징하는 선수다. 그는 특히 페블비치 프로암대회를 5번이나 제패한 적이 있어 과연 그가 이번에 6번째 우승을 차지할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필 미켈슨 말고도 더스틴 존슨, 맷 쿠차, 조던 스피스, 케빈 키스너, 제이슨 데이, 패트릭 켄트레이, 카메론 챔프, 루크 도널드, 폴 케이시, J.B. 홈즈, 스튜어트 싱크 등 골프계의 샐럽은 수두룩했다. 

이런 골프 스타들 틈에서 닉 테일러는 3라운드에서도 3언더파를 쳐 1타 차 선두로 필 미켈슨과 함께 챔피언조로 마지막 라운드를 맞았다. 여전히 미켈슨의 대회 6번째 우승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테일러는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며 갤러리의 박수갈채를 이끌어 내는 미켈슨과 한 조로 경기하면서도 자신만의 경기에 집중했다. 4, 5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고 6번 홀에서 이글을 낚으며 미켈슨과의 격차를 2타로 벌렸다. 8번 홀에서 보기가 나왔지만 9번 홀에서 버디로 만회했다. 

5타 차 단독 선두가 된 그는 11번 홀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11, 12번 홀 보기에 이어 14번 홀 더블보기로 순식간에 4타를 잃었다. 그러나 테일러는 다시 평정을 되찾고 15, 17번 홀에서 1타씩을 줄이며 최종합계 19언더파 268타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확정 지었다. 

필 미켈슨은 갤러리들을 만족시킬 화려한 플레이에 집착하다 테일러에 5타 뒤진 14언더파로 단독 3위에 머물렀고 2위는 15언더파의 케빈 스트릴맨에게 돌아갔다. 4위는 11언더파의 제이슨 데이.

페블비치 프로암에서의 닉 테일러와 필 미켈슨의 대결은 두 선수가 대조적인 경기 스타일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골프 팬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테일러의 골프는 한마디로 고요하다. 스윙은 담백하고 갤러리에 대한 반응도 차분하다. 감정의 기복이 별로 없다.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구도자를 연상케 한다.

반면에 필 미켈슨의 골프는 화려하다. 팬들의 사랑을 실감하기도 하겠지만 그가 보여주는 모든 동작은 팬들을 의식한 퍼포먼스처럼 보인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골프 팬들이 환호하고 탄식한다는 것을 알고 그 자체를 즐긴다. 특히 그린 근처 벙커나 러프에서의 그림 같은 로브샷은 동반 선수들까지 기죽이게 할 정도로 예술의 경지에 가깝기에 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이번 대회에서 닉 테일러가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도 생활을 위해 승리가 너무도 절실했기에 자신의 경기 외에 다른 데 정신 팔 겨를이 없었던 탓도 있었다. 

반면 골프 부호나 다름없는 미켈슨으로선 승리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구축해놓은 상징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일에 소홀할 수 없었을 터이다. 그만큼 골프 집중도에서 닉 테일러와 다르다는 의미다.

캐나다 중부 마니토바 주 위니펙에서 태어난 테일러는 2010년 프로로 전향한 뒤 PGA투어 카드를 유지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였다. 상금순위 125위 안에 들어야 2년간 투어카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2015년 PGA투어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하며 2년간 투어카드 걱정을 않게 되었지만 아내 앤디 테일러는 생활을 위해 병원에서 풀 타임으로 일해야 했다.

160개 대회 만에 두 번째 우승을 안은 테일러는 앞으로 2년간 투어카드 걱정을 내려놓게 된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테일러의 ‘고요한 골프’ ‘절박한 골프’가 앞으로 얼마나 우승을 안겨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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