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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이 빠진 접시 계속 쓸 것인가, 새 접시로 바꿀 것인가?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골프를 하다 보면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에 올려놓는 형벌을 받은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를 떠올릴 때가 많다.

시지프스가 열심히 바위를 굴려 정상에 올려놓는 순간 바위는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만다. 그렇다고 바위를 밀어 올리는 일을 그만둘 수도 없다. 분노한 제우스가 그에게 내린 영겁의 형벌이기 때문이다.

골프를 하는 사람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시지프스의 형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즈프스가 바위를 산꼭대기에 올려놓는 일을 되풀이하듯 골퍼들은 끝이 없는 계단을 올라가는 형벌을 받은 것 같다. 보다 좋은 스윙, 보다 좋은 스코어, 지금과 다른 골프의 신세계를 찾아 온갖 고통과 수고를 감내하지만 정상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골프라는 스포츠 자체가 무상(無常)한 것임을 잘 알면서도 무모하게 시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스윙 교정이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나이를 초월해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것이 스윙 교정이다. 20대까지는 골프에 대한 열정과 자질이 있든 없든 연습을 통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교과서적인 스윙을 터득할 수 있다. 근육이나 감각이 굳어있지 않아 이상적인 스윙 메커니즘을 입력시킬 수 있다. 

30대를 지나 40대 초반까지는 골프에 대한 열정과 완벽을 추구하는 열망이 뜨거운 사람이라면 스윙 교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결코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익힌 것을 되풀이하려는 습관이 몸과 마음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50대를 넘어서면 스윙 개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옳다. 연습장에 가보면 중년들이 레슨을 받으며 거울 앞에서 스윙을 가다듬고 있지만 개선되는 경우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젊은 레슨프로들은 나이를 무시하고 젊은이에게나 통할 교과서적인 동작을 강요하지만 이미 근육과 운동감각이 굳어버린 상태에서 제대로 소화해낼 재간이 없다. 오히려 무리하게 스윙 개조를 시도하다 그나마 유지하던 자신만의 골프 감각을 잃어버려 고생하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했다. 

50이 넘어 스윙을 뜯어고치려 드는 것은 쓰던 접시를 깨어버리고 새로운 접시를 빚는 일만큼 어렵다. 지금 쓰는 접시보다 월등히 우수한 접시를 빚을 자신이 없다면, 다소 투박하고 이가 빠졌어도 손에 익은 접시를 아껴 쓸 생각을 하는 게 낫다.

나이와 신체조건, 이미 굳은 스윙 버릇에 맞는 조언을 할 수 있는 노련한 레슨프로를 만난다면 행운이다. 낡은 접시의 틈을 메우고 상처를 다듬는 선에서 교정받을 수 있다.

그래도 골프를 지독히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 나이 들기 전에 제대로 된 스윙을 터득해보자는 열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 나이를 거스르려는 무모함이 때로는 새로운 골프의 신천지를 경험하게 해줄 수도 있다. 적어도 자신을 채찍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쓰던 접시를 깨고 새 접시를 빚을 것인가, 그대로 사용할 것인가는 이제 내가 결정할 일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0-02-06 08: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