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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반걸음 앞에서 멈춘 '모아이의 부활'…PGA 피닉스오픈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토니 피나우.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웹 심슨(34)의 역전 우승은 극적이었고 토니 피나우(31)의 연장전 패배는 아쉬웠다.

두 선수 모두 지난 1월 31일(한국시간)부터 2월 3일까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PGA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에서 최후의 2인으로 남아 사실상 ‘콜로세움 골프’의 승자로 우뚝 섰다.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광란적 분위기 속에서 최후까지 살아남아 플레이오프에 나간 것만으로 두 선수는 골프 팬들로부터 엄지 척을 받을만했다.

기복 없이 견고한 플레이와 부드러운 매너의 웹 심슨은 이미 메이저 1승(2012년 US오픈)을 포함해 PGA투어 통산 5승에 프레지던츠컵, 라이더컵의 미국대표로도 수차례 출전, 믿을만한 미국 대표선수로 사랑받고 있다.

이런 웹 심슨에 비하면 2015년 PGA투어에서 본격 활동한 이후 1승에 머문 토니 피나우의 전적은 초라해 보인다.

아마추어 시절 유타주 안에서 그는 강자였다. 주니어 월드 골프챔피언십 우승을 비롯해 유타주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 유타주 고교챔피언십 2회 등 유타주에서는 이름을 떨쳤으나 전국구 선수는 아니었다. 

17세에 프로로 전향했으나 유러피언투어와 PGA 2부투어를 전전하다 2013년 웹닷컴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거쳐 2014-2015시즌 PGA투어 시드를 얻었다.

2015년 AT&T 바이런넬슨 챔피언십, 더 메모리얼 토너먼트, PGA챔피언십 대회 등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 2016년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PGA투어 진입 3년 만이다.

이후 2016년 디 오픈에 출전해 공동 18위에 오르는 등 톱25에 아홉 번이나 들며 서서히 중량감을 드러냈다. 2018년 라이더컵, 지난해 프레지던츠컵에도 출전했다.

토니 피나우에게 WM 피닉스오픈은 4년 만에 PGA투어 2승을 올리면서 중량급 선수로 체급을 올릴 절호의 기회였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토니 피나우는 웹 심슨에게 한때 공동 선두를 허용했으나 15번 홀에서 심슨이 보기를 하는 사이 타수를 2타 차이로 벌였다. 세 홀만 무사히 넘기면 대망의 PGA투어 2승, 그것도 ‘콜로세움 골프’에서의 의미 있는 우승을 낚을 수 있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변덕이 심했다. 토니 피나우에게 보였던 미소를 마지막 두 홀을 남기고 심슨에게로 돌렸다. 

심슨은 특유의 집중력과 침착함으로 17, 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건지며 토니 피나우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18번 홀에서 홀컵에서 멀리 있던 심슨이 버디에 성공하자 피나우는 중압감 탓에 버디를 놓쳤다. 

연장 첫 번째 홀(18번)에서도 승리의 여신은 심슨의 손을 놓지 않았다. 심슨은 5m 거리의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고 벙커에서 볼을 올린 피나우는 파에 그쳤다.

토니 피나우는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태어나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살고 있지만 외모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의 조상은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의 통가와 사모아제도의 원주민 후예다.

그의 긴 얼굴은 남태평양의 이스터섬 모아이(Moai) 석상과 너무 닮았다.

이스터섬은 사모아 제도와 아주 멀리 떨어진 칠레령이지만 한때 하와이까지 지배했던 통가왕국의 후예들이 이스터섬에 이주해 살았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1722년 네덜란드의 탐험가가 부활절에 이곳에 상륙하면서 이스터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8세기부터 외부인들의 유입이 이루어지면서 질병과 노예사냥 등으로 4천여 명에 달하던 인구도 수백 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모아이 석상은 4세기경 이 섬으로 건너온 폴리네시아계 원주민 부족이 수호신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피닉스오픈에 4차례나 참가해 한 번도 컷 통과를 못한 토니 피나우는 필자의 눈에 ‘부활하는 모아이’였다. 

심슨에 한 타 앞서 마지막 18홀을 맞이했을 때 “C’mon, Tony!” “Show the 801! Let’s go!”라는 환호가 터졌다. 801은 유타주의 지역번호다.

18홀 그린에 올라섰을 때 그린 주변에는 토니 피나우의 어머니와 8살짜리 아들, 남동생과 여동생들이 ‘모아이의 부활’을 축하하기 위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심슨이 18번 홀에서 연거푸 버디에 성공하면서 피나우가 할 수 있는 것은 심슨을 축하해주는 일밖에 없었다.

피나우와 심슨은 PGA투어에서도 알려진 절친 사이다. 지난해 호주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 팀메이트로 좋은 성적을 냈다. 심슨은 하필 물리쳐야 할 상대가 피나우였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했고 피나우는 심슨의 결정적 순간의 버디와 우승을 축하했다. 
골프란 때로 잔인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선두 경쟁에 나서다 공동 9위에 머문 안병훈(29), 공동 34위로 내려앉은 임성재(22), 공동 52위 강성훈(33), 공동 55위 최경주(50) 등 한국 선수들에겐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였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0-02-04 11:5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