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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원포인트 레슨의 함정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고수든 하수든 골프를 하면서 빠지기 쉬운 유혹이 원 포인트 레슨이다.

초보자이거나 하수로서 골프의 즐거움을 더하고 스코어를 개선하기 위해 고수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수 역시 헤매고 있는 하수를 보면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고픈 충동을 억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원 포인트 레슨은 비상(砒霜)과 같은 극약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원 포인트 레슨은 대단한 효험을 발휘한다. 그러나 남용하면 실타래가 얽히듯 스윙을 망가뜨리거나 라운드 자체를 망치기 십상이다.

구력 1~2년 정도의, 골프에 대한 지적 욕구가 왕성할 시기의 초보일 경우 고수와 라운드를 하면 습관적으로 원 포인트 레슨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족집게처럼 문제점을 정확히 집어낼 수 있는 고수라면 결정적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현장에서 온갖 것을 주문하며 뜯어고치려는 돌팔이 고수를 만나면 그동안 쌓아온 스윙마저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아직 초보이니 곳곳에 문제가 많을 터이다. 고쳐나가고 싶은 욕망이 굴뚝같지만 남이 던져주는 원 포인트 레슨을 덥석 받아들이다간 어렵게 구축해온 자신만의 스윙을 망가뜨린다.
스스로 스윙의 원리를 깨우치기 전이라 남이 던져주는 원 포인트 레슨을 가려서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는 고수 또한 하수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지적이 옳다는 보장도 없다.
한눈에 문제점을 집어낼 수 있는 고수라 해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보자로부터 원 포인트 레슨 요청을 받으면 난감해진다.
처음부터 골프를 다시 시작하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두 가지 지적으로 고쳐질 것도 아니니 별수 없이 흔하디흔한, 그러나 가장 중요한 “좀 더 부드럽게 치도록 하시지요” “머리를 들지 않도록 신경 쓰세요”라고 말해주는 것이 고작이다. 

필자도 난감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연습장에서 얼굴이 익은 분이 다가오더니 자기 부인의 스윙을 좀 봐 달라고 했다. 볼이 계속 슬라이스가 나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것이다.
얼핏 스윙하는 것을 보니 내가 끼어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본적인 스윙 궤도는 물론 아직 그립이나 어드레스조차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사람을 어찌 원 포인트 레슨으로 슬라이스를 고칠 수 있겠는가. 
“제가 원 포인트 레슨 할 정도가 못됩니다.”하고 정중히 사양하는 방법 외에 길이 없었다.

기본적인 것을 거의 다 갖추고 미세한 잘못이 있을 경우 원 포인트 레슨은 효과가 있다. 
그러나 골프채를 잡은 지 몇 개월도 안 되어 고수를 붙잡고 원 포인트 레슨을 요청하는 것은  아직 기둥이나 대들보도 세우지 못했는데 멋진 어처구니 장식을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필드에서의 원 포인트 레슨은 가능한 한 요청하지도 응하지도 않는 게 좋다.
라운드 중에 원 포인트 레슨을 그대로 적용하다 어렵사리 일구어 온 자신의 스윙마저 무너뜨리며 라운드를 망치는 광경을 종종 목격한다. 그래서 노련한 고수는 라운드를 끝내고 나서야 중요한 포인트를 지적해준다.

사실 원 포인트 레슨만큼 무책임한 것도 없다. 신체조건, 연습과정, 드러나지 않은 핸디캡, 굳은 습관 등 개인 사정을 모르면서 몇 마디로 레슨을 한다는 것은 무례다.  
그런데도 구력 1~2년이 되면 자신보다 못 치는 사람을 보면 원 포인트 레슨 충동을 못 참는다. 

구력 20년에 기괴한 스윙을 가졌지만 80대 초반을 치는 지인이 있다. 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그의 스윙에 대해 말을 안 한다. 스윙을 고치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포기하고 자신의 스윙을 숙명으로 여기고 골프를 즐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판 모르는 초보자들이 그를 괴롭힌다. 겉모습만 보고 걸음을 멈추고 이래라 저래라 덤벼든다.
몇 번 가르치러 덤비는 사람과 다툰 적이 있는 그는 이젠 “아이고 고맙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하고 머리를 숙여 초보자를 돌려보내는 요령을 터득했다.
 
골프란 지문과 같아서 골프채를 잡는 순간 그 사람만의 골프가 형성되게 돼 있다. 모두가 비슷한 교습서를 탐독하고 같은 레슨프로로부터 배워도 실제로 구현하는 스윙은 각양각색 천태만상일 수밖에 없다.

이런 골프를 원 포인트 레슨으로 고치려 드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 
원 포인트 레슨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받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한쪽은 고수에게서 무엇인가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하고 한쪽은 상대가 받아들일 수 한도 안에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계란 안의 병아리 새끼와 바깥의 어미 닭이 안팎에서 동시에 껍질을 쪼는 '줄탁동시(?啄同時)'가 이뤄질 때 비로소 원 포인트 레슨은 효험을 발휘한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20-01-09 09: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