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성, 집중, 인내심 그리고 실패를 활용하는 지혜가 돋보이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사진은 2019년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에 출전한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아프리카 초원의 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놀라는 것은 맹수들의 사냥 장면이다. 

사자나 치타 표범 늑대 등 이른바 먹이사슬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는 맹수들의 사냥 모습은 결코 맹수답지 않다.
이들은 아무리 굶주려도 마구잡이로 사냥하지 않는다.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덤벼서는 결코 먹잇감을 구할 수 없음을 체험으로 터득한 때문이리라. 

아무리 연약한 사냥감이라 해도 이들은 드러내놓고 먹잇감에 다가서지 않는다. 물론 상대하기 벅찬 성체를 사냥감으로 삼는 무모함도 없지만 약한 사냥감을 점찍어 놓고도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답답할 정도다. 

멀리서 먹잇감의 일거수일투족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기회를 엿보다 사냥 목표를 정한다. 먹잇감에 접근할 때도 풀숲에 몸을 낮추고 소리 없이 다가가 인내심을 갖고 공격하기 좋은 기회를 엿본다. 이때의 끈기와 인내는 인간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회가 왔을 때 전광석화처럼 온 힘을 다해 먹잇감으로 달려가는데 이 순간 맹수의 움직임은 집중과 몰입의 절정을 보여준다.
먹잇감을 잡고 나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맹수의 모습은 결정적 사냥의 순간에 얼마나 혼신의 힘을 쏟고 집중하는지 보여준다. 

시베리아 호랑이나 알래스카 곰들의 사냥 장면에서도 같은 장면을 목격한다. 그렇게 당당한 호랑이가 사냥에 나서서 먹잇감을 발견한 이후의 행동은 소심할 정도다.

결코 성급하게 다가서지 않고 상대방이 눈치채지 않게 몸을 웅크리고 바닥에 바짝 엎드려 기다리다가 소리 없이 접근해 먹잇감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를 포착, 번개처럼 몸을 날려 먹잇감을 덮친다.

자신 덩치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먹이일지라도 호랑이는 결코 ‘너는 내 먹이다’라는 자신감으로 나서지 않는다. 기회가 오지 않았는데도 무모하게 힘을 소모하며 추격하지도 않는다. 

우둔해 뵈는 곰들도 의외로 영리하게 먹잇감을 사냥한다. 연어가 회귀하는 강에서 연어를 낚아채고 설원에서 먹잇감을 사냥할 때의 소심함과 용의주도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맹수는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고서는 결코 맹수의 속성을 드러내지 않고 조심하고 소심하며 우직할 정도로 때를 기다리는 지혜를 발휘한다.

맹수들의 또 다른 특성은 결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맹수들의 사냥 성공률은 10%에도 못 미친다. 10번 사냥을 시도해 겨우 한번 성공할 정도다. 9번은 실패한다는 얘기다. 

유능한 사냥조직인 늑대는 거듭되는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공유하며 사냥기술을 공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골퍼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맹수의 조심성, 집중, 인내심 그리고 실패를 활용하는 지혜가 아닐까. 

맹수의 특성을 이해하고 난 뒤 정상급 골프선수들을 보면 너무도 맹수를 닮았음을 깨닫게 된다. 내로라는 골퍼들이야말로 맹수들이 지닌 지혜를 터득하고 실천하는 ‘인간 맹수’들이다.

겸손하며 냉정하고, 덤비지 않고,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음을 위해 실력 연마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맹수다움을 잊음으로써 진정한 맹수가 되는 것과 너무도 흡사하지 않은가.

단 골퍼의 먹잇감은 골프 그 자체지 결코 동반자나 경쟁자가 아님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골퍼의 표적은 홀 마다의 파(PAR)다.

그러나 대부분의 골퍼들은 파가 아닌 동반자 또는 경쟁 관계에 있는 동료를 사냥 표적으로 삼음으로써 스스로 자멸의 길로 빠져드는 우를 범한다.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추고 간단없이 연습하는 프로선수들이 맹수다움을 잊는데 기량도 떨어지고 연습도 게을리하는 주말골퍼들이 눈앞의 먹잇감에 성급하게 달려드는 어설픈 맹수 흉내를 낸다면 결과는 물으나 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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