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열린 제42회 라이더컵에 참가해 타이거 우즈의 경기를 직접 관람한 '영원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라는 운동은 골프채를 잡은 사람을 순식간에 골프광으로 만들어버리는 특성을 갖고 있지만 국내외에서 보고 듣는 골프광들의 일화들을 대하면 골프광들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결혼식 날 골프를 한다든가, 아내 장례를 치르면서 영구차 위에 골프채를 함께 싣고 가는 등의 고전적인 골프광들의 얘기는 심심찮게 전해오지만 현대의 골프광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골프 사랑을 표현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전한 골수 골프광들의 이야기는 보통 골프광들의 자존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미국의 골프미치광이협회(Golf Nut Society)가 해마다 선정하는 ‘올해의 골프미치광이’의 역대 수상자들의 면면은 골프광을 자처하는 골프애호가들에게 “나는 아직 멀었군!”하는 자조감을 안길 정도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1988-1989년 미 프로농구(NBA) 시즌에서 소속팀인 시카고 불스를 우승으로 이끈 공로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으나 MVP 시상식을 제쳐두고 노스캐롤라이나 파인허스트 골프장에서 36홀을 돌았다. 그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이튿날 오후 5시 시카고를 출발, 밤새워 페라리를 몰고 파인허스트까지 1,416km을 달려가 친구들과 골프를 쳤다. 조던은 라운드가 끝나자마자 다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렉스포드 플랜테이션으로 이동, 하루 54홀씩 나흘간 골프를 즐겨 그 해 ‘올해의 골프 미치광이’로 선정됐다.

2006년 58세로 은퇴한 짐 멀론은 짬이 날 때마다 골프를 치기로 작심, 전립선암 수술을 받고도 골프를 강행하다 수술 부위가 터져 주위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수술 후유증을 극복한 그는 한 주에 216홀(12라운드)을 도는 것을 시작으로 2007년말까지 무려 4,806홀 267라운드를 돌았다. 그해 ‘올해의 골프미치광이’로 뽑힌 것은 당연했다.

1993년엔 E.M.밴디웨거라는 빵 굽는 사람이 ‘올해의 골프미치광이’로 선정됐는데, 그는 밀가루를 반죽한 뒤 부풀어 오를 때까지 1시간 동안 퍼팅 연습을 하고, 반죽을 오븐에 집어넣고는 칩샷을 연습하며, 오븐에서 꺼내놓고 식는 동안 드라이빙 레인지에 갔다가 구운 빵을 갖고 골프장으로 이동, 친구와 직원들에게 빵을 나눠주었다고 한다. NBA 선수 출신의 올해 88세의 밴디웨거는 플레이할 때면 늘 나이보다 적은 타수를 기록한다니 놀랄 뿐이다. 

미국인이 아니면서 2001년 수상의 영예를 안은 아일랜드의 이반 모리스는 임신한 아내에게 골프 토너먼트에 나갈 수 있도록 출산을 앞당기는 인공출산을 간곡히 요청, 아들의 출산을 확인하고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고는 갓난아이를 우승트로피에 넣고 치켜들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이들 골프미치광이에 못지않은 골프광을 직접 만났거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 골프광이 출산을 앞둔 아내 몰래 친구들과 주말 라운드 약속을 했다. 출산 예정일이 오늘 내일쯤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그는 차마 주말 라운드를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만삭의 몸으로 새벽잠이 든 아내가 깨어날까 조심하며 골프채를 챙겨 집을 나선 그는 한 동네에 사는 장모에게 전화를 걸어 급한 일이 생겨 회사에 나가니 아내를 잘 보살펴 줄 것을 당부했다. 그가 전반 9홀을 마치고 후반으로 넘어갈 때 휴대폰이 울렸다. 처제로부터 온 전화였다.

“형부, 지금 제 정신이에요? 언니가 지금 애를 낳는 마당에 어떻게 골프 칠 생각을 했어요. 장모한테 거짓말까지 하고 골프장에 간 사위가 어디 있어요?”
한바탕 쏟아지는 처제의 공세에 골프광은 할 말을 잃었다.
“오늘은 그냥 넘어갈 것 같아서…”하며 우물쭈물 하자 휴대폰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지금 당장 오지 않으면 형부 죄상 다 불어버릴 거예요.” 

사정을 알아챈 동료들이 골프가방을 챙기려 하자 그 친구가 제지하며 휴대폰에다 대고 말했다.
“처제, 알았어. 금방 출발할 게. 그런데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여기가 강원도거든. 지금 출발해도 3시간을 걸릴 테니까 그렇게 전해줘.”
동료들이 혀를 차며 빨리 떠나라고 다그치는데도 그 친구는 눈을 찡긋하며 휴대폰을 끈 뒤 드라이버를 빼 들었다. 
“후반전 돌고 가면 딱 그 시간쯤 걸릴 거야.”

고등학교 동창끼리 주말 라운드 약속을 했다. 봄기운이 완연한 4월 중순 오전 10시 전후의 골든타임으로 티오프 시간이 정해졌는데 한 골프광이 시간을 좀 당겨줄 수 없냐고 통사정을 했다. 
“오후에 꼭 참석해야 할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이면 좋겠는데.”
부킹을 맡은 친구가 골프광의 사정에 간신히 3시간 정도 앞당겼다. 

동창들끼리 즐거운 라운드를 했으니 뒤풀이가 생략될 수 없었다. 일행은 당연한 듯 골프장 인근의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예의 그 골프광이 평소와 같지 않은 언행을 보였다. 
“먼저 가면 안 될까? 차가 막힐 것 같아서 말이야.”
“무슨 일인데 그렇게 서둘러. 식사나 간단히 하고 가라니까.”
별수 없이 골프광은 일행과 함께 식탁에 앉았다. 찬 맥주잔을 부딪쳤으나 골프광은 입술만 적시고 잔을 내려놓고는 뭐 마려운 개 마냥 엉덩이를 들썩들썩 했다. 

이를 지켜본 한 친구가 말했다.
“무슨 급한 일이기에 안절부절이야. 약속시간이 오후 4시라며? 그럼 시간이 아직 넉넉하잖아?”
그러자 골프광이 어렵게 이유를 털어놨다.
“실은 말이야, 오늘 나 결혼해. 아무리 재혼이지만 너무 늦으면 곤란하잖아.”
이쯤 되면 정말 못 말리는 골프광이 아닐 수 없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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