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어에서 나란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임성재와 고진영 프로.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미국 무대에서 뛰는 임성재(21)와 고진영(24)이 국내 대회에서 값진 우승을 챙겼다. 

PGA투어 신인왕 임성재는 지난 10월 13일 인천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한국 미국 통틀어 생애 첫 1부 투어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같은 날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은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CC에서 열린 KLPGA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썩 잘 치진 못했으나 실수를 피하면서 ‘타도 세계랭킹 1위’의 의욕에 찬 KLPGA투어 선수들의 자멸로 우승컵을 헌상받았다. 

지난 시즌 PGA투어 신인왕을 받고도 우승이 없었던 임성재는 한국에서의 첫 우승으로 아쉬움을 덜었다. 

18세이던 2016년 코리언 투어에 데뷔, 2년간 한국과 일본 투어에서 뛰었지만 우승을 못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지난해 미국 2부 투어에 가자마자 개막전부터 우승하며 순항했으나 PGA 투어에 올라와서는 우승을 못했다. 우승이 없어 신인왕 경쟁에서 밀릴 뻔했으나 워낙 꾸준한 성적으로 캐머런 챔프 등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PGA투어가 아닌 코리안투어 우승이지만 첫 1부 투어 우승이어서 동료들의 물세례가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임성재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PGA투어 신인왕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선두 문경준(37)에 7타나 뒤진 5위로 출발했지만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5타를 줄여 최종 합계 6언더파로 공동 2위 문경준과 권성열을 2타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챙겼다.

이번 대회는 태풍 영향으로 강한 바람의 지배를 받는 라운드였다. 특히 3라운드에선 멋대로 휘젓는 바람으로 80대 타수를 기록하는 선수가 속출했다. 미친 바람 속에서도 문경준은 보기 하나 없이 4개의 버디를 골라내며 5타 차 선두에 올라 이변이 없는 한 그의 우승이 유력시되었다.

그러나 바람이 잦아든 마지막 라운드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문경준은 디봇에 공이 들어가는 등 운이 나빴다. 문경준이 전반에 보기 3개를 하는 사이 임성재는 제 페이스를 유지하며 전반에만 버디 3개, 후반에도 2개의 버디를 건졌다. 

그의 우승은 초조해 하지 않고 기회를 기다리고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기회 포착력의 결실이다. PGA투어에서의 첫 승도 멀지 않았다는 믿음을 주었다.

이븐파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 소극적으로 경기를 펼쳐 우승을 놓친 문경준은 아쉬움이 컸겠지만 제네시스 대상 수상으로 ‘더CJ컵@나인브릿지’ 출전권을 확보하고 유러피언투어 시드도 획득했다. 

KLPGA투어 선수들은 금의환향한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을 반갑게 맞이했지만 필드에선 우승 경쟁자로서 날을 세웠다. 

사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고진영의 플레이는 압도적이지 못했다. 올 시즌 LPGA투어 4승, 11주 연속 세계 1위의 면모를 느끼기 힘들었다. 경쟁자들을 뒤쫓는 모양새였다. 
KLPGA투어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선두에 올라섰으나 제풀에 실수를 자초하며 밀려났다. 여러 명이 선두에 올라서고도 결정적인 순간 샷 실수와 퍼팅 미스로 한꺼번에 타수를 까먹고 미끄러졌다. 

고진영이 다른 선수와 다른 점은 기막힌 샷이 나오진 않았지만 견고한 플레이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바람과 핀 위치 등의 변수로 지루할 만큼 파 행진을 할 수밖에 없는 코스임을 파악한 고진영은 ‘지루함이 베스트’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털어놨다. 파의 지루함을 견디며 섣부른 공격 욕심을 억누르고 평소의 고른 호흡을 유지했다는 뜻이다.

갤러리들과 자연스럽게 교감하며 경기 자체를 즐기는 자세, ‘소폭 세리머니’를 할 정도의 마음의 여유, 매스컴과의 대화 기술 등 그는 세계 정상급 선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진영은 17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뷰익 LPGA 상하이, 24일 부산에서 열리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31일 대만에서 시작하는 타이완 스윙잉 스커츠 LPGA에 출전한 뒤, 내달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 나선다. 그에게 행복한 투어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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