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남자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디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하는 타이거 우즈와 브룩스 켑카, 로리 매킬로이가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 포트러시 골프코스에서 연습 라운드를 하는 모습이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구성(球聖)’으로 추앙받는 영원한 아마투어 골퍼 바비 존스(1902~1971)는 1930년 미국과 영국의 오픈 및 아마 선수권대회 등 4대 타이틀을 모두 석권, 진정한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성취하는 것은 바비 존스가 최초이자 마지막이다. 생애에 걸쳐 4대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등 많지만 한 해에 4대 메이저를 모두 차지한 것은 그가 유일하다. 
그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뒤 28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를 선언, 골프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전설 속으로 사라졌다.

1926년 잉글랜드 랭커셔의 로열 리덤 골프코스에서 디 오픈이 열렸을 때의 일이다. 악천후로 3라운드를 정상적으로 치르지 못해 마지막 날 36홀을 돌아야 하는데 바비 존스는 오전 라운드를 끝내고 점심을 먹으러 호텔로 갔다. 클럽하우스에 있다간 팬들에 둘러싸여 마음이 어지러울 것 같아서였다.

그는 점심을 끝내고 클럽 입구에 와서야 ID카드를 호텔에 두고 온 사실을 깨달았다. 선수 출입구에 가서 경비원에게 사유를 말하고 입장하려 했으나 경비원은 이 유명한 골퍼의 얼굴을 못 알아보고 그의 출입을 저지했다. 경비원은 “안됩니다, ID카드가 없으면 누구든 들어갈 수 없습니다.”라며 그의 입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존스는 더 이상 경비원과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매표구로 가서 관람권을 산 뒤 일반 관객용 출입구로 입장, 무사히 오후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이 에피소드는 그의 신사다운 행위를 보여주는 일화로 소개되지만 사실은 우격다짐으로 입장하려다 경비원과 실랑이를 벌여 자칫 마음의 평정을 잃고 경기를 망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맹타를 휘둘러 세 번째 디 오픈 타이틀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제148회 디 오픈이 68년 만에 18일부터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 포트러시 골프코스에서 열린다. 

메이저대회가 열리는 골프코스는 출전선수들의 기량을 시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코스를 어렵게 만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디 오픈만은 다르다. 스코틀랜드(7곳)와 잉글랜드(6곳) 북아일랜드(1곳) 등 대회가 열리는 곳의 자연환경을 있는 그대로 이용해 선수의 인내심과 기량을 시험한다. 

1951년 이후 처음 열리는 로열 포트러시 골프코스는 바람과 비와 햇볕이 조화를 부리는 예측 불능의 날씨와 있는 그대로의 코스환경에서 어떻게 평정심을 잃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슬기롭게 골프를 치느냐를 테스트 한다.

디 오픈에서 세 번이나 우승한 타이거 우즈도 US오픈 이후 대회 출전을 미루고 시차적응을 위해 새벽 1시에 일어나 운동할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2013년 디 오픈 우승자인 필 미켈슨은 이번 대회에 대비해 1주일간 물과 커피만을 마시며 7kg을 뺐다.

이밖에 PGA챔피언십과 US오픈을 2년 연속 우승했고 통산 6승 가운데 4승이 메이저 우승인 브룩스 캡카와 엄청난 파워의 더스틴 존슨도 아직 거머쥐지 못한 클라레 저그를 향한 열망이 뜨겁다.

이곳이 고향이며 골프장이 집에서 30분 거리인 로리 매킬로이는 2014년 디 오픈 우승 경험이 있는 데다 16세 때 이곳에서 61타라는 코스레코드를 세워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출전선수 152명 중에는 PGA투어의 강성훈, 임성재, 김시우, 안병훈과 KPGA 코리안투어의 황인춘, 장동규, 박상현, 문도엽 등 8명의 한국 선수들이 포함돼있다. 

2017년 디 오픈에 출전해 공동 11위에 올랐던 재미교포 김찬(29)은 17일 로열 포트러시 골프장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비거리 1위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주최 측은 연습장에서의 비거리를 재어 캐리 거리 5위까지 전자게시판에 올리는데 김찬이 캐리 319야드로 1위, 더스틴 존슨이 315야드로 2위에 올랐다. 
188㎝ 105kg의 김찬은 2017년 대회 때도 라운드 별 드라이브 샷 비거리 1, 2위를 차지했었다. 4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각각 342야드와 336야드를 기록했다. 

중국 선종(禪宗)의 제6조인 혜능(慧能)이 인종(仁宗)이라는 당대의 대법사 법회에 참석했다. 혜능은 마음을 활짝 열고 인종의 열반경 설법을 들었다. 사방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그때 어디선가 한줄기 사나운 바람이 불었다. 공중에 걸린 깃발을 찢어버릴듯 강한 바람이었다. 한동안 인종의 법문이 중단되고 있을 때 총명한 눈의 한 아이가 일어나 소리쳤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입니까? 깃발이 움직이는 것입니까?”
이 질문에 청중은 어리둥절했고 인종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한 여인이 일어나 “바람이 움직이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한 젊은이가 일어나 “아닙니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입니다”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어린아이가 던진 질문은 두 사람의 대답으로도 끝을 보지 못하고 청중은 바람이 움직인다는 쪽과 깃발이 움직인다는 쪽으로 서로 나뉘었다. 
그때 한 남자가 일어나 인종을 향해 말했다.
“법사께서 증명하소서. 우리는 법사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인종은 한동안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는데도 한 남루한 차림의 중년 사내가 보였다. 눈을 뜨자 마당 끝에 한 초라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이왕이면 이 일은 대중이 정할 일이니… 어디 저쪽에 앉은 손님이 일어나 말해보구려.”

초라한 사람은 바로 혜능이었다. 혜능은 얼떨결에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공중에서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그의 목덜미를 잡아 드는 것 같았다. 그는 일어서자마자 큰 소리로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 마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조용한 바다에 폭풍이 몰아친듯 했다. 그런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는지 인종법사가 나섰다.
“그러면 무엇이 움직이는 것인가?”

혜능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이곳에 모인 여러분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 청중들은 모두 조용해졌다. 오직 바람소리뿐이었다. 
인종법사는 혜능을 불러 법단 위로 올라오도록 했다. 
“오늘의 열반경 법회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자, 이리 와 앉으시지요”하고 인종은 혜능을 그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히고 물러났다. 백발이 성성한 인종은 이제야 진정한 스승을 만난 즐거움에 굵은 눈물을 흘렸다.

며칠을 함께 지낸 뒤 혜능의 도의 깊이를 확인한 인종은 “이제부터 저는 스승의 제자이옵니다. 이 나이든 기왓장 하나를 받아주소서”라고 말하고 예를 갖춰 절을 올렸다.

디 오픈에 나선 선수들이 변화무쌍한 날씨와 거친 들판에서 어떻게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경기를 이끌어갈지의 해답이 혜능과 인종의 문답에 있지 않을까.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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