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LPGA 투어 손베리 크릭 LPGA 클래식 골프대회에 출전한 노예림 프로. 사진제공=Gabe Roux/LPGA


[골프한국] 지난 5~8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컨신주 오네이다의 손베리 크릭에서 열린 손베리 크릭 LPGA 클래식은 전에 없이 우승 경쟁이 치열했지만 많은 골프팬들의 관심은 낯선 노예림(17)에게 쏠렸다.

우승자 펑샨샨(29·중국)에겐 트로피와 상금 30만달러가 돌아갔지만 노예림에겐 그보다 값져 보이는 골프팬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미래의 새로운 특급 스타가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노예림만큼 스타 요소를 골고루 갖춘 선수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지난달 열린 KLPGA투어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그의 등장이 화제가 되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많은 골프팬들에게 그는 여전히 낯설다. 이다연(22)이 우승한 이 대회에 주최측 초청으로 참가해 공동 31위에 머물렀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골프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75cm의 훤칠한 키에 애니메이션의 인기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이목구비, 잘 다듬어진 스윙, 항상 미소를 머금고 있는 얼굴, 발랄하면서도 지나치지 않은 퍼포먼스는 갤러리들의 휴대폰 카메라를 분주하게 했다. 

이번엔 LPGA투어에 나타나 세계 골프팬들의 눈을 놀라게 했다. 
LPGA투어 시드가 없어 월요 예선 대회에 참가, 2명에게 주어지는 출전권 중 하나를 얻어 출전한 그는 1라운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출중한 미모, 나이를 의심케 하는 샷 능력, 그가 펼쳐 보이는 경기 내용은 물론 출전하기까지의 개인 히스토리까지 모두가 뉴스거리였다. 

첫 라운드 리더보드 맨 위에 10언더파의 중국의 류위가 차지했고 바로 밑에 9언더파의 이정은5와 ‘Yealimi Noh’라는 낯선 이름이 나타났다. 그 옆엔 미국의 성조기가 자리 잡았다. 

미국 국적의 교포로 짐작할 수밖에 없지만 부모가 20여년 전 미국으로 이민 가 그곳에서 태어났고 부모가 한국 국적을 유지하면서 노예림도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고 한다. 2002년 7월26일 생이니 곧 만18세가 된다. 

주니어시절부터 그는 두드러졌다. 2018년 캐나다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US 걸스 주니어 PGA챔피언십 등 전국규모 대회에 9번 출전해 4승을 거두었다. 2018년엔 박세리 선수가 미국 주니어골프협회(AJGA)와 함께 개최하는 박세리 주니어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하고 AJGA에 의해 올해의 최우수 여자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AJGA 최우수 선수상은 1985년 펄 신이 한국계 선수로 처음 수상한 이후 1994년과 1996년 박지은, 2000년 송아리, 2002년 박인비, 2007년 비키 허스트, 2013년 앨리슨 리 등이 받았는데 한국 국적 선수로는 박인비 이후 16년 만이다.

명문 UCLA 진학 유혹을 뿌리치고 올 1월 Q스쿨을 거쳐 프로 데뷔를 선언했으나 아직 LPGA투어나 2부인 시메트라 투어 출전 자격이 없어 주최측 초청이나 월요예선을 거쳐야 한다. 
손베리 크릭 클래식은 세 번째 LPGA투어 출전이자 프로 전환 이후 처음 참가하는 대회였다. 지난해 아마추어 자격으로 CP여자오픈(공동 46위)과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공동59위)에 출전했었다. 
 
그를 ‘예비스타’로 점지한 것은 이런 과거 골프 이력이 아니라 손베리 크릭 클래식에서 세계랭킹 1위 등 톱클래스 강자들과 펼친 그의 빼어난 경기력이었다.

첫 라운드에서 월요예선으로 출전한 선수가 박성현, 펑샨샨, 양희영, 하타오카 나사 등을 제치고 단독 2위에 오르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는 2라운드에서도 16언더파로 2위 자리를 고수했고 랭킹 1위 박성현과 한 조로 경기한 3라운드에선 박성현, 아리야 주타누간, 펑샨샨, 티파니 조 등 4명의 공동선두에 1타 뒤진 5위를 지켰다.

톱랭커들의 각축전이 볼만했던 4라운드에서도 양희영과 한조가 되어 4타를 줄여 박성현과 함께 23언더파 공동 6위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프로 데뷔 후 첫 출전한 LPGA투어에서 세계랭킹 1위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톱10에 들었다는 것은 그의 스타 잠재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미 다음주 오하이오주 실베니아 하이랜드 메도우GC에서 열리는 마라톤 클래식에 초청받은 그의 화려한 개화는 시간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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