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제공=방민준


[골프한국] ‘한 생각 바꾸니 골프가 달라지더이다’란 제목의 칼럼을 쓴 뒤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한 생각이란 다름 아닌 스윙의 시작은 어드레스 자세에서의 테이크 오프(take off)가 아닌 ‘톱 오프 스윙(Top of swing)’이라는 개념. 이 생각을 머릿속에 주입한 뒤 최근 연습장에서나 필드에서 경험하는 일들이 꿈만 같다. 

연습장 지인에게 조언을 하다 우연히 내 입에서 튀어나온 ‘스윙의 시작은 어드레스가 아니라 톱 오브 스윙이다’는 말이 이런 변화를 몰고 올지 상상도 못했다. 

너무 빠른 스윙 버릇, 볼을 때려내겠다는 조급한 마음에 충분한 스윙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클럽을 잡아채는 아마추어 공통의 고질병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엉겁결에 만들어진 이 개념을 스스로 실천하다 체험하는 변화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이 개념을 입으로 뱉고 칼럼으로 소개한 직후 여주CC에서 가진 라운드에서 간단없이 찾아오는 전율을 동반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숨기느라 애를 먹었다.


고백하건대, 어느덧 30여 년이 된 나의 골프 이력에서 이런 라운드는 처음이었다. 

한창때 언더 파나 60대 타수를 치기도 했고 수년 전 나이와 같은 69타를 쳐 생애 첫 에이지 슛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런 전율은 맛보지 못했다. 여러 상황이 상승효과를 일으킨 데다 행운까지 따르며 예상외의 좋은 스코어가 나온 것이지 내 스스로 어떤 경지에 이르렀다는 황홀한 느낌은 없었다. 얼떨결에 만들어진 기록에 흥분했던 기억만 날 뿐 골프의 심오한 경지를 엿보았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라운드는 첫 홀부터 달랐다.

‘스윙의 시작은 톱 오브 스윙이다’는 주문의 효과를 연습장에서 체험했기에 거의 모든 샷은 물 흐르듯 이뤄졌다. 파 온이 쉽지 않은 첫 홀 파5 홀에서 무난히 버디 기회를 맞고 파 세이브 했다. 다섯 홀까지 이런 식의 파 행진이 이어졌다. 예전 같으면 몸이 덜 풀려 미스샷이 나오기도 할 터이지만 마음은 편안했고 스윙은 무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백 스윙이 느려지면서 매번 필요한 풀 스윙이 만들어졌다. 

여섯 번째 홀에서 잠시 욕심이 생겨 미스 샷이 나와 보기를 기록했지만 이후 다시 파 행진이 이어졌다. 

동반자들이 뭔가 눈치채고 “한 달에 한두 번 라운드할까 말까 한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어?”하고 의아해했지만 “생각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이렇게 달라지네. 왜 이렇게 잘 되는지 나도 이상해.”하고 말꼬리를 흐렸다.

인 코스에 접어들어 퍼팅 미스로 두 개의 보기를 범했지만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모두 내 바람을 벗어나지 않았다. 예전에 파온 하기도 어려워 처음부터 보기를 각오하던 홀에서도 무난히 파온이 이뤄졌다.

전반적으로 정확도는 더 높아졌고 방향성도 좋아졌다. 비거리도 살짝 늘었다. 무엇보다 일관성이 보장된다는 것이 그렇게 흡족할 수 없었다. 이런 느낌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새로운 에이지 슛이나 언더 에이지 슛 달성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 본다.

고승들이 득도(得道)의 경지에 이르면 이런 느낌을 맛볼 수 있을까. 라운드를 끝내며 미어져 나오는 환희의 미소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식사를 하며 동반자들에게 달라진 이유를 털어놓고 칼럼을 카톡으로 보냈다. 

물론 부단한 연습 없이 생각만 한다고 이뤄질 리도 없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효과도 다르겠지만 고질병이 된 나쁜 버릇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라운드 후기를 칼럼 소재로 삼아봤다.

→ 관련 칼럼 바로가기: 한 생각 바꾸니 골프가 달라지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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