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2019시즌 세 번째 메이저 골프대회인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 출전한 박인비 프로의 모습이다. 사진제공=Courtesy of The PGA of America


[골프한국] 주말골퍼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고질병의 대표적인 것이 볼을 힘껏 가격하는 버릇일 것이다.
볼을 멀리 날려 보내려면 가격(hit, strike)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볼을 가격하느냐다. 

볼을 멀리 날려 보내려면 헤드 스피드가 빨라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초보 아마추어들이 범하는 오류가 바로 힘껏 쳐야 헤드 스피드가 빨라질 것이라는 오해다. 

이런 생각으로 망치로 못을 박듯, 도끼로 장작을 쪼개듯 온몸에 힘을 주어 클럽을 휘두른다. 

볼을 ‘힘껏 쳐내야 한다’는 이 생각이 아마추어들이 앓는 만병의 근원이다. 이 생각을 갖는 것만으로 어드레스 동작부터 손과 팔, 어깨는 경직되고 만다. 볼을 때려내겠다는 마음이 앞서 충분한 백스윙이 이뤄지기도 전에 다운스윙이 되어 스윙이 작아지고 중력의 도움도 받지 못한다.

하다 만 스윙으로 급하게 볼을 가격하려다 보니 가격 후 충분한 팔로우 스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스윙이 돼지 꼬리처럼 용두사미가 되고 만다. 어드레스에서부터 백스윙, 다운스윙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지다 보니 볼을 스위트 스팟에 맞힐 확률도 낮을 수밖에 없다. 충분한 스윙이 안 되는 데다 정타로 맞히지 못하니 비거리가 나올 리 없다. 

프로들이 말하는 ‘가격’은 온전한 스윙을 하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인데 이를 깨닫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Hit through’와 ‘Hit at’의 차이를 깨닫기도 쉽지 않다.

필자가 30여 년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도 ‘가격하는 버릇’을 떼어내기 위한 노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윙을 크고 부드럽게 하면서도 좋은 스피드로 볼을 정타로 맞히기 위한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거의 30년 만에 답을 얻었다. ‘힘껏 가격하는 동작’이 아닌 부드러운 스윙과 좋은 헤드 스피드로 절로 자연스럽 가격이 이뤄지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것도 우연히.

이론적으로 알고는 있었으나 몸으로 실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급한 스윙으로 볼을 가격하는 고질병이 도졌었다. 

급한 스윙과 백 스윙을 하다 말고 볼을 가격하는 버릇으로 고생하는 지인에게 조언을 하다 내 입에서 ‘스윙의 시작은 어드레스가 아니고 톱 오브 스윙이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정확한 어드레스 자세는 스윙의 기본이지만 지나치게 어드레스 동작 때부터 볼을 때려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충분한 백 스윙이 이뤄지지 못하고 급하게 클럽을 내려찍게 된다. 

클럽 헤드가 스피드를 얻으려면 충분한 톱 오브 스윙을 거쳐야 중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스윙 궤도도 일그러지지 않는다. 스윙이 어드레스 동작에서 클럽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스키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스키 경기의 시작은 슬로프 꼭대기에서 시작된다. 슬로프 꼭대기까지 가기 위해 곤돌라를 타든, 케이블카를 타든, 걸어서 가든 상관없다. 

마찬가지로 골프 스윙의 시작을 톱 오브 스윙이라 생각하면 급하게 클럽을 들어 올릴 이유가 없다. 빠르게 하든 느리게 하든 톱 오브 스윙까지 클럽을 들어 올리고 거기서부터 스윙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전광석화처럼 스윙할 까닭이 없다. 

‘댓잎 위의 눈이 저절로 미끄러지듯’, 스키선수가 슬로프 출발선에서 경사에 의해 아래로 미끄러지듯 스윙을 하면 중력도 얻고 스윙 궤도도 일그러지지 않는다. 몸도 경직이 안 되니 헤드 스피드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부러 가속을 내기 위해 몸을 움찔거리고 출렁거리는 것은 감속 요인이 될 뿐이다.”


그러면서 박인비의 스윙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박인비가 백 스윙하는 동작은 흉내 내기 힘들 만큼 느리다. 그러나 톱 오브 스윙에 이르러 내려올 때는 중력에 가속을 더해 강력한 파워를 얻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인비의 스윙은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그동안 제대로 실천을 못했으나 지인에게 설명하면서 톱 오브 스윙이 그야말로 스윙의 시작이라는 개념이 확실히 머리에 박혔다.
이후 스윙이 확실히 달라졌다. 완전한 백스윙이 이뤄졌고 팔로우스윙도 제대로 되었다. 볼의 구질도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만 바꾼다고 굳은 스윙 버릇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리야 없겠지만 스윙의 시작이 어드레스 자세가 아니라 톱 오브 스윙이란 생각을 갖는 것만으로 스윙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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