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9시즌 세 번째 메이저 골프대회인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한나 그린. 사진제공=Courtesy of The PGA of America


[골프한국] 체즈 리비(37·미국)가 24일(한국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하일랜즈GC에서 열린 PGA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 선수들을 4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2008년 PGA투어에 뛰어들어 RBC 캐나디언오픈에서 첫승을 거둔 지 11년 만의 PGA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PGA투어에 들어와 우승 한번 못하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선수들이 부지기수지만 우승 없이 11년을 버텨낸다는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175cm 73kg이라는 골프선수로서는 왜소한 체격의 체즈 리비가 세계의 별들이 모인 PGA투어에서 11년 동안 퇴출되지 않고 견뎌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다.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시작된 그의 골프 이력은 2001년 US 퍼블릭링크스 챔피언십 우승을 빼곤 내세울 게 별로 없다. 이 대회 우승으로 이듬해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초청 받았지만 컷 탈락, 골프팬들의 뇌리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2004년 프로로 전향, 웹닷컴 투어에서 활동하다 2008년 PGA투어에 진입한 그는 봅 호프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 공동 5위에 오르며 첫 톱10을 경험한 뒤 RBC 캐나디언 오픈에서 첫승을 올렸다. 그러나 루키로서 PGA투어 첫승을 올린 기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참가 대회의 절반 정도 컷을 통과하는데 만족해야 했고 여기에 고교시절 입은 무릎 부상 재발로 PGA투어에서 밀려나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거쳐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4년엔 왼팔 수술로 쉬다가 2015년부터 PGA투어 활동을 재개했다.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다 2018년부터 재기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에선 개리 우드랜드와의 연장전에서 패해 2위에 머물렀고 AT&T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에서 공동 2위, 세인트 쥬드 클래식에서 공동 6위에 올랐다. 

이 기세는 올해로 이어져 더CJ컵 대회에서 공동 7위, 소니오픈에서 공동 3위,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에서 공동 4위, US오픈에서 공동 3위로 선전하더니 드디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11년간 이어진 우승 갈증을 풀었다. 
평범한 선수의 위대한 인내와 기다림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키건 브래들리가 1타 차이까지 쫓아왔지만 추격의 흥분으로 스스로 무너진 반면 체즈 리비는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우승을 지켜냈다. 


같은 날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GC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호주의 한나 그린(22) 역시 길고 긴 기다림을 이겨낸 보상을 받았다. 

한나 그린은 2018년 LPGA투어에 들어온 2년 차의 신인이지만 첫 우승을 위해 5년이란 인고의 시간을 참고 견뎠다. 

2015년 뉴질랜드 오픈에서 4개월 늦은 동갑 리디아 고(22)에게 우승을 빼앗긴 이후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졌다. 

호주의 골프 부흥을 위해 헌신적으로 나선 카리 웹(44)의 도움으로 호주 국가대표로 활동했지만 메이저 2승을 포함해 LPGA투어 통산 15승을 올린 리디아 고는 다가갈 수 없는 별이었다.

리디아 고가 아마추어 신분으로 캐나디언 여자오픈(2012, 2013년)을 2연패하고 LPGA투어에 입성해 신인상에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르는 동안 그린은 2017년에야 LPGA투어 2부리그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뛸 수 있었다. 

시메트라 투어에서 3승을 거두고 톱10에도 12회나 들어 상금순위 2위로 2018년부터 LPGA투어에 들어왔다.

첫해 24개 대회에 참가 14번 컷을 통과했으나 톱10은 한 번에 그칠 정도로 활약은 미미했으나 이번 대회에서 1라운드부터 마지막 라운드까지 선두를 내놓지 않은 저력을 발휘했다.

박성현, 김효주, 박인비, 유소연, 고진영, 김세영 등 막강한 태극낭자들과 아리야 주타누간, 넬리 코다, 리디아 고 등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즐비했으나 지난해 우승자 박성현을 1타 차이로 따돌리고 LPGA 첫 우승을 메이저로 장식했다. 

그의 우승이 결정되자 가장 기뻐한 사람은 이번 대회에 참가해 컷 탈락한 카리 웹이었다. 

LPGA투어 통산 41승(메이저 7승 포함)의 살아있는 전설 카리 웹은 호주 주니어골프 육성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는데 한나 그린도 2015년 카리 웹 장학금을 받는 혜택을 입었다. 

그린의 메이저 우승은 2006년 카리 웹이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13년 만이다.
그린은 이밖에 1998년 박세리, 2011년 청야니(대만) 이후 세 번째 와이어 투 와이어 챔피언 기록과 호주 선수로도 얀 스티븐스, 카리 웹에 이은 세 번째로 '메이저 퀸'의 영광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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