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챔피언 이민지 프로. 사진제공=휴젤-에어 프레이아 LA오픈


[골프한국] 지난 4월 26~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월셔CC에서 열린 LPGA투어 휴젤-에어 프레미아 LA오픈에서 우승한 호주 동포 이민지(22)를 보는 우리나라 골프 팬들의 시각은 미묘하게 갈린다. 

크게 보아 한국인으로 받아들여 그의 우승을 함께 기뻐해 주는가 하면 국적이 호주라는 이유로 다른 외국 선수와 다름없이 덤덤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엄밀히 따지면 한국 국적을 가진 선수라야 한국선수가 되겠지만 넓은 시각으로 보면 같은 한민족의 피가 흐르는 동포(同胞)이니 다른 외국 선수와는 구분될 수밖에 없다. 同胞의 胞가 세포, 배(腹)를 의미하니 해외교포는 같은 DNA를 갖고 있는 우리 민족이라는 뜻이겠다.

LPGA투어에 거세게 몰아치는 한류 골프의 흐름은 물론 한국 국적의 선수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골프 팬들은 범 한국계 선수들이 LPGA투어를 지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적은 한국이 아닌 다른 외국으로 표시되지만 외모나 이름, 행동 양식에서 한국계라는 게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호주 교포를 부모로 둔 이민지의 경우 호주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생김새, 사고방식, 한국어 구사 능력 등에서 한국인과 구별 짓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 미국 동포 미셸 위, 크리스티나 김, 다니엘 강, 애니 박, 제니퍼 송, 앨리슨 리 등 많은 한국계 선수들이 비슷한 케이스다.

성장환경에 따라 한국인의 특징에 농담(濃淡)의 차이가 있을 뿐 뿌리가 같은 한민족이란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세계에 가장 많이 퍼져 있는 화교(華僑)나 이스라엘계 해외 유태인, 이탈리아계 교포들은 조상의 뿌리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국적을 떠나 동질감을 공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국적을 인정하면서도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서로 끈끈한 연대를 형성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민족에 뿌리를 둔 해외 동포는 7백50여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교, 유태계, 이탈리아계에 이은 세계 4위의 규모다.여러 분야에서 한류가 도도한 흐름을 보이는 것도 지구촌 곳곳에 퍼진 한민족의 힘이 밑바탕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에 퍼진 한민족을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외국인으로 치부하는 시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골프에서 발현되고 있는 한국인, 나아가 한민족의 성취는 우리의 축복이나 다름없다. 이민지나 리디아 고를 박인비, 박성현, 고진영, 양희영, 지은희, 김세영, 유소연 등과 함께 한류 골프의 도도한 흐름을 주도하는 주인공으로 받아들인다면 골프 팬들로선 그만큼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진다는 의미가 아닐까. 

이민지 선수 개인만 놓고 봐도 한국 국적의 LPGA투어 톱 클래스 선수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그가 만약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미셸 위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었을 것이고 좀더 일찍 LPGA투어에 뛰어들었다면 리디아 고와 쌍벽을 이루는 스타가 되었을 것이다.한국에서 태어나 골프를 익혔다면 한국 특유의 치열한 경쟁 분위기로 더욱 강한 선수가 되어 진작 세계랭킹 1위를 꿰어찼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민지는 어렸을 때부터 호주에서 골프 천재로 소문났다. 티칭프로 출신의 어머니와 그에 못지않은 아마추어 골프고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0세 때부터 부모의 합동 지도를 받으며 골프를 익히기 시작했다. 부모는 한 살 터울의 남동생인 민우를 골프선수로 키울 욕심으로 8세 때부터 골프를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옆에서 지켜본 민지가 배우고 싶다고 고집해 함께 골프를 가르쳤다고 한다.

2012년 호주 주니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호주 국가대표선수로 발탁된 이민지는 같은 해 US 주니어 아마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2013, 2014년 호주 여자 아마추어오픈을 연속 제패하고 2014년 호주 여자프로골프투어 빅토리안 오픈에서 우승하며 프로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런 폭풍 성장은 LPGA투어 통산 51승(메이저7승 포함)의 호주의 골프 전설 캐리 웹(44)의 헌신적 후원이 결정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리 웹은 호주와 뉴질랜드의 골프 꿈나무 육성을 위해 골프유학을 온 경우를 포함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지원하는 주니어골프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적극 도왔다. 이민지는 물론 양희영, 리디아 고, 오수현 등이 캐리 웹의 도움을 받아 LPGA투어에 진출한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2015년 LPGA투어로 건너간 이민지는 데뷔 첫해 킹스밀 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2016년 롯데챔피언십, 블루베이 LPGA, 2018년 LPGA 볼빅 챔피언십 우승 등 2017년을 빼고는 매년 승수를 보탰다. 휴젤 에어프리미어 LA오픈이 통산 5번째 우승이다.

동생 이민우는 2016년 US 주니어 아마선수권대회에서 우승, 이민지(2012년 우승)에 이어 남매가 US 주니어 아마선수권대회를 제패하는 초유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준수한 외모의 민우는 지난해 말부터 유러피언 투어에 뛰어들어 2월에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활약 중이다. 

이민지가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이 4위에서 2위로 오르면서 1위 고진영, 3위로 내려앉은 박성현, 6위 박인비, 9위 유소연 등과 함께 시즌 내내 한국계 선수들간에 불꽃 튀는 랭킹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국적과 관계없이 뿌리가 같은 한민족의 후예들이 LPGA투어에서 펼치는 우승 경쟁을 지켜본다는 것 자체가 멋진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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