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골프대회에서 준우승한 지은희 프로. 사진제공=Gabe Roux/LPGA


[골프한국] 21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카폴레이의 코올리나GC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시즌 9번째 대회 롯데 챔피언십의 주인공은 당연히 우승자인 캐나다의 브룩 핸더슨이다.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수성(守城)에 성공하면서 만21세에 벌써 메이저 1승을 포함해 LPGA투어 통산 8승을 거두었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브룩 핸더슨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골프천재로 소문이 자자했다. 각종 아마추어 대회를 석권하며 세계 아마추어 1위에까지 올랐던 그는 14세 9개월에 프로대회인 CN캐나디언 위민스 투어에서 우승하는가 하면 아마추어 신분으로 LPGA투어에 8번이나 출전해 6번 컷을 통과할 정도로 기량이 출중했다. 

그보다 5개월 정도 일찍 태어난 뉴질랜드 교포 리디어 고가 LPGA투어 나이 제한규정(만 18세)의 예외를 인정받은 사례를 들며 자신에게도 예외를 인정해 조기에 LPGA투어에서 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4승을 거둔 뒤 2015년에야 LPGA투어 회원이 될 수 있었다. 

현재 LPGA투어의 상황을 보면 막강한 한국선수들에 대항할 수 있는 외국 선수는 태국의 주타누간 자매와 캐나다의 브룩 핸더슨, 미국의 코다 자매와 렉시 톰슨,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스페인의 카를로타 시간다 정도다. 

우승의 영광은 3, 4라운드에서 견고한 경기를 펼친 브룩 핸더슨에게 돌아갔지만 한국선수 맏언니인 지은희(32)의 분전(奮戰)이 값졌다. 

첫날 공동 3위(8언더파)에 이어 2라운드 이글을 포함해 7언더파를 쳐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으나 3라운드에서 오히려 타수를 잃어 핸더슨에 한 타 뒤진 13언더파 공동 3위로 마감했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보기와 버디를 반복하다 결국 한 타를 잃은 12언더파로, 2타를 줄인 핸더슨(16언더파)에 이어 준우승에 만족했다. 준우승의 행운도 핸더슨과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넬리 코다가 마지막 홀에서 쿼트러플 보기를 범하면서 8위로 추락해 얻은 것이다. 

1, 2라운드의 쾌조를 이어가지 못해 지난 1월 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 이후 승수 추가에 실패했지만 계속되는 지은희의 선전(善戰) 레이스는 태극낭자의 맏언니로서 듬직하고 경이롭다. 

지은희는 5월13일로 만 33세가 된다. 163cm의 단신으로 LPGA투어에서 퇴출되지 않고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도 대견한데 올 시즌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KLPGA투어에서 2승을 거둔 뒤 2007년 LPGA에 뛰어들어 2008년 웨그먼스 챔피언십 우승, 브리티시 여자오픈 3위, 2009년 US여자오픈 우승까지 그의 골프행로는 순탄했다.

그러나 이후 2017년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까지 무려 8년이란 무승의 기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LPGA투어 시드를 잃지 않고 버텨온 지은희는 타이완챔피언십 우승 이후 2018년 기아클래식 우승, 올 시즌 개막전 우승으로 3년 연속 승수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30대에 접어들어 이룬 성과여서 더욱 빛나 보인다.

많은 골프 팬들이 대회마다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며 우승경쟁에 나서는 그를 보며 가슴의 떨림을 경험한다. 

그에게 쉽게 ‘노장(老將)’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그나 팬이나 반기지 않을 것이다. 조로(早老)현상이 일반화한 한국 여성 골프계에서 30대는 물론 40대 이후에도 현역으로 우승경쟁을 벌이는 선수를 보고 싶은 마음은 나만의 욕심이 아닐 것이다. 골프 팬들은 한국에서도 줄리 잉스터(58)나 로라 데이비스(55) 같은 선수가 나타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20대 초반까지 지은희에겐 미키마우스란 애칭이 따라다녔다. 놀란 듯한 큰 눈과 동그란 얼굴, 상냥하고 유쾌한 성정 때문에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미키마우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세계의 강자들과 승부를 펼치는 현재의 그의 모습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제 그로부터 미키마우스란 애칭을 떼어낼 때가 된 것 같다. 장난기 넘치고 경박한 미키마우스의 이미지는 고도의 집중과 몰입을 요하는 골퍼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지은희의 경기하는 모습이 미키마우스란 이미지와 근사할 때 경기 리듬이 흐트러지며 난조를 보이고 여전사처럼 전의에 불타고 진지할 때 쾌조의 흐름을 타는 것 같다. 
미키마우스가 아닌 여전사의 모습으로 골프코스를 누비는 지은희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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