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PGA 투어 메이저 골프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자 타이거 우즈.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타이거 우즈(43)가 제83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극적인 부활에 성공하면서 세계 골프사에 새로운 장(章)을 열었다.

골프사가들은 1996년 우즈가 PGA투어에 등장하자 세계 골프 역사는 B.T(Before Tiger Woods)와 A.T(After Tiger Woods)로 구분해 쓰여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양 역사가 예수가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삼아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로 구분되듯 세계 골프 역사도 타이거 우즈의 등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만큼 우즈의 등장은 세계 골프계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PGA투어 데뷔 첫해에 2승을 거두고 2년 차에 1997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대회 최연소, 최소타, 최다 타수 차 등의 기록을 세우며 우승하는 등 4승을 거두면서 단숨에 영원한 아마추어 바비 존스, 잭 니클라우스와 아놀드 파머 등 골프 전설들과 같은 반열의 골프영웅으로 추앙받기 시작했다. 

잭 니클라우스에게 주어졌던 골프 황제라는 칭호가 그의 차지가 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그에게 따라붙는 골프 황제라는 칭호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잭 니클라우스가 역사 속의 골프 황제라면 타이거 우즈는 군림하는 골프 황제였다.

그러나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골프천재로 평가받던 우즈는 2010~2011 2년과 2014~2017 4년 동안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골프 황제의 칭호는 퇴색하고 골프 선수로서의 존재감마저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간단없이 이어지는 불륜 스캔들, 잦은 부상과 약물중독 등으로 ‘골프 황제’ 대신 ‘밤의 황제’라는 조롱을 받았다. 
2017년 5월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주 쥬피터시에서 음주 운전으로 경찰에 체포되어 구치소에 갇힌 그의 사진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골프 여정도 거기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우즈는 포기하지 않았다. 세계랭킹 1199위라는 치욕의 나락에서 일어나 까마득한 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온갖 수모와 비난도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몇 차례의 황제의 귀환을 성공시키더니 드디어 이번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면서 ‘영원한 골프 황제’로 부활했다. 

이런 타이거 우즈의 골프 역정을 지켜보며 만약 ‘골프의 신’이라는 칭호를 붙여준다면 그의 몫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선 타이거 우즈는 여러모로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를 연상케 한다. 

올림포스산 정상 위 천상에서 전지전능한 힘으로 신들을 다스리고 인간세계를 지배한 제우스는 소문난 바람둥이였다. 
제우스는 여러 신들의 도움을 받아 그에 대항하는 반란자들을 성공적으로 제압했지만 여신이나 여인들과의 정사에도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수많은 정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그는 신의 모습을 감추기까지 했다. 크로노스와 레아의 딸이며 제우스의 누이이자 정식 아내인 올림포스 최고의 여신 헤라를 범할 때는 뻐꾸기로 몸을 바꾸었다. 아이톨리아 왕의 딸이자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의 아내인 레다의 아름다움에 반한 제우스는 독수리에 쫓기는 백조로 변신해 레다의 품에 안겨 동침하는 데 성공했다. 에우로파의 아름다움에 반한 제우스는 흰 소로 변해 그녀에게 접근해 크레타로 데려와 아들들을 낳게 했다. 

차이가 있다면 제우스는 많은 여신 여인들과 정사를 나눠 셀 수 없이 많은 자녀들을 남긴 반면 우즈는 처음 결혼한 엘린 노르데그린과의 사이에만 딸과 아들을 두었을 뿐이다.

제우스는 여러 변신술로 정사를 성공시키고 위기를 모면했지만 타이거 우즈는 첫 부인에게 불륜을 들켜 휘두르는 골프채를 피해 도망 다니는가 하면 새로운 연인을 만나서도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제우스의 상대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인생의 가장 낮은 바닥에서 헤어나와 골프 황제로 부활한 불굴의 의지에 관한 한 제우스가 부러워하지 않을까. 제우스가 그런 나락에 떨어진 적이 없기는 하지만 제우스가 우즈와 같은 나락에 떨어졌을 때 과연 모든 신들의 우두머리로 부활할 수 있을까.

샘 스니드의 PGA투어 통산 82승(우즈 81승),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통산 18승(우즈 15승)이라는 넘어야 할 벽이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의 골프 역정만으로도 타이거 우즈는 살아있는 골프 황제로 추앙받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골프의 신’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선수를 꼽으라면 타이거 우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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