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시니어 골퍼들의 최대 화두는 비거리다. 50대까지는 그럭저럭 버텨내지만 60대에 접어들면서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는 비거리에 절망감을 맛본다.

비거리 감소에 따른 비애가 싫어 근력을 키우고 볼을 스위트 스팟에 맞히는 훈련을 열심히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근력운동이나 연습량 증대, 장비 교체 등이 효과를 발휘하긴 하지만 비거리를 늘린다기보다는 비거리 감소의 속도를 늦추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뿐이다. 

드라이브 비거리에 관한 한 주말골퍼들은 뻥튀기기가 심한 편이다. 주말골퍼들은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정확한 자신의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를 머리에 담아두지 않고 있다. 미스 샷, 시원찮게 맞은 샷은 다 빼고 제대로 맞아 나간 드라이브 샷 몇 개를 기준으로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로 삼는다.

이처럼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가 잘못 입력돼있는 데다 나이를 먹으면서 나타나는 비거리 감소를 쉽게 인정하지도 않는다. 입으로는 ‘아 옛날이여!’를 읊조리며 날로 줄어드는 비거리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실제 라운드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옛날의 비거리를 기준으로 클럽을 선택하곤 한다. 

어느새 비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음을 인정하기 싫은 측면도 있겠지만 한창때의 비거리와 현재의 비거리 차이를 객관적으로 직시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과연 나의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는 얼마나 될까. 

지난 2월 영국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공동발표한 ‘2018년 Distance Report’에 따르면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 남성의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196.3m, 여성 평균 거리는 135.2m로 나타났다. 나이, 핸디캡에 관계없이 골프를 하는 미국과 영국 남녀의 평균이 이렇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남성의 경우 핸디캡 6이하는 219.2m, 6~12은 202.9m, 13~20은 186.8m, 21 이상은 171.2m로 조사되었다. 여성은 핸디캡 6이하는 179.5m, 6~12는 163.1m, 13~20은 139.5m, 21~28은 126.4m, 29이상은 107.5m로 나타났다. 90대 전후를 치는 이른바 보기 플레이어를 기준으로 하면 남성은 186,8m, 여성은 139.5m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신력 있는 통계는 없으나 이와 거의 비슷하거나 약간 짧을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 나이를 감안하면 60대 이상의 시니어의 비거리는 훨씬 줄어들 것이 틀림없다. 

나이가 들어서도 골프를 계속 즐기려면 우선 겸허하게 나이 듦을 수용하고 여러 면의 노화와 퇴화를 인정하는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 전성기를 떠올리며 노화와 퇴화를 거부하기 위해 뒤늦게 스윙을 개조하거나 무리하게 근력운동을 하고 연습량을 늘리면 자칫 몸을 망칠 위험이 크다. 대들보나 서까래, 기둥을 건드려 집이 통째로 주저앉는 참사를 빚을 수도 있다. 

나이 듦에 따른 비거리의 감소를 인정한다면 무조건 클럽을 한두 개 더 길게 잡을 것을 권한다. 한창때 7번 아이언으로 130~140m를 날렸다면 5번이나 6번 아이언을 잡아야 하고 때로는 하이브리드나 우드 꺼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클럽을 잡느냐가 아니라 목적한 곳에 볼을 보내는 데 있다. 

상당수 주말 골퍼들은 옛날의 비거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나이나 근력 감소 때문으로 인식하지 않고 자신이 잘못 쳐서 그런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잘 맞아도 비거리의 감소는 불가항력이다. 

드라이브 비거리 감소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나 우드의 연습량을 늘이는 것이 필요하다. 남이 아이언으로 온을 시킬 때 우드나 하이브리드로 온에 성공하면 그때의 희열은 더 짜릿하다. 

온 그린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그린 주변에서 필요한 다양한 어프로치 샷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시니어 골퍼의 생존비법이다. 

자존심이 스코어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과감히 자존심을 버리고 실리를 택할 필요가 있다. 나이들고 비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줄어든 비거리를 보완해줄 방법만 터득하면 60, 70이 넘어도 얼마든지 에이지 슛도 가능하고 30~40대와 대결해도 버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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