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2019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한 고진영 프로.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올 시즌 LPGA투어에 몰아치는 한국 선수들의 거센 기세는 노도(怒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런 노도, 이런 파죽지세(破竹之勢)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벌써 6개 대회 중 4개 대회를 휩쓸었다. 이런 기세라면 한국선수 최다승 기록(2015, 2017년 15승) 돌파 가능성도 한결 밝아 보인다. 

25일(한국시간) 미국 아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GC에서 열린 LPGA투어 뱅크 오브 파운더스컵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펼쳐진 고진영(24)의 대역전극은 앞으로 LPGA투어에 몰아칠 한국 여자골프의 위력이 어떠할지 짐작케 한다.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였던 류위(중국)와 한 타 차 2위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의 경쟁으로 귀결될 것 같은 4라운드 후반 도전자들의 추격이 무서웠다. 두 선수가 선두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우승경쟁을 벌이는 사이 제시카 코다, 넬리 코다 자매가 무서운 기세를 올리며 추격했다. 그러나 고진영의 추격은 더 극적이었다.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4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고진영은 이목이 쏠린 챔피언조(시간다와 류위)와 떨어져 자신만의 고고한 경기를 펼쳐나갔다. 그의 추격전은 인디언의 추격장면처럼 인상적이었다. 조용했으나 치명적인 비수가 번득였다. 전반에 3타를 줄이며 선두권 도약을 위한 예열을 마친 그는 14번 홀부터 16번 홀까지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한 타 차이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류위가 끝까지 고진영을 추격했다. 15번 홀 그린 밖에서 퍼터로 홀인에 성공하며 공동선두에 올라 연장전을 피할 수 없을 듯했으나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류위가 파온에 실패하며 보기를 기록, 연장전을 준비하고 있던 고진영의 우승이 확정되었다. 

LPGA의 본고장 미국에서 치러진 대회에서의 첫 우승이다. 2017년 인천에서 열린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LPGA투어 직행티켓을 받아든 그는 지난해 2월 데뷔전인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했으나 미국 본토 대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새로운 기대주 류위와 함께 괴력을 보였던 카를로타 시간다, 제시카 코다, 넬리 코다 자매가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밖에 펑샨샨, 영국의 샬롯 토마스, 브룩 핸더슨, 김세영, 김효주 등이 막판 선전을 펼쳤고 3라운드까지 우승권에 있던 박성현은 후반의 난조로 선두권에서 밀려나 공동 14위에 그쳤다. 

이번 대회의 두드러진 특징은 한국 선수들의 전투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었다. 

리더보드 첫 페이지의 절반가량을 한국선수가 점령했음은 물론 그 뒤에도 한국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LPGA투어가 한국 선수들에게 점령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선수들이 대거 돌아와 성공적으로 개화(開化) 준비가 이뤄지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박인비는 긴 휴지기에도 불구하고 골프여걸의 풍모를 보여주었고 김효주, 최나연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노랑나비’ 최나연(32)의 성공적인 복귀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녀 특유의 부드럽고도 아름다운 스윙을 다시 보게 된 것 자체가 골프팬들에겐 큰 기쁨이었다. 
11개월 만에 LPGA로 돌아온 그는 1 라운드를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기록, 1타 차 공동 2위에 자리했다. 마지막 라운드가 아닌 첫 라운드를 끝낸 후임에도 신지은(23) 등 후배들이 홀아웃하는 최나연에게 샴페인 세례를 한 것은 그의 긴 슬럼프를 동료선수들이 얼마나 안타까워했는가를 보여준다. 

2008년 LPGA투어 루키로 우승 없이 상금 100만달러를 넘어설 만큼 안정된 기량을 뽐내기 시작한 그는 2015년까지 LPGA투어 통산 9승(메이저 1승)를 쌓은, 자타가 인정하는 ‘LPGA의 대세’였다. 2010년 LPGA투어에서 상금왕과 평균타수 1위 등을 기록하며 최상의 기량을 뽐내던 최나연은 2016년 갑자기 드라이버 입스와 허리 디스크로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해 4월 아예 병가를 내고 재활을 하며 귀중한 휴식시간을 가졌다. 골프에 매달려 사느라 모든 것이 소진된 것을 깨달은 그는 독서와 여행, 취미활동을 통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런 재충전의 시간이 성공적이었음을 이번 대회에서 멋지게 증명해주었다. 

한국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빛나는 성적을 올리는 만큼 이를 저지하려는 거센 도전이 당연히 뒤따를 것이다. 박세리의 도전으로 LPGA의 벽을 무너뜨렸듯 한류 골프의 아성에 거센 도전이 일어날 것이다 

안방을 내어준 미국의 자존심을 건 대반격을 비롯해 골프의 본고장 유럽세의 도전, 주타누간 자매로 대표되는 태국선수들의 반격, 중국과 일본 선수들의 공세도 거세어질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맹활약이 LPGA투어의 인기와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말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선수로 인해 펼쳐질 수성(守城)과 도전(挑戰)의 드라마는 LPGA투어의 발전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은 자명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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