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에서 얻는 즐거움은 사람마다 각양각색 천차만별이다.

논어(論語)의 학이편(學而篇) 1장의 ‘배우고 때로 익히면 역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나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역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를 떠올리며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고 다양한 사람과 교유하는 데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이는 중국 명말(明末) 청초(淸初)의 문학비평가 김성탄(金聖嘆)의 ‘불역괘재 33측(不亦快哉 33則)’에서 맛볼 수 있는 ‘소확행(小確幸)’의 즐거움을 골프 속에서 음미하기도 한다.

김성탄의 ‘불역쾌재’는 결코 요란하거나 진한 즐거움이 아니다.

-식사 후 무료한 때 헌 가방을 열고 그 안을 이리저리 뒤적이니 우리 집에서 돈을 꾸어간 사람들이 남긴 수백 장의 차용 증서가 나타난다. 꾸어간 사람 중에는 고인이 된 이도 있고 살아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여하튼 빚을 갚을 가망은 없다. 나는 슬그머니 그것을 다발로 묶어 불을 지피고는 하늘을 쳐다보며 연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다. 아,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한밤에 누군가 먼 곳에서 나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음날 그 사람을 찾아 나선다. 그 집에 들어가 거실을 보니 본인은 남쪽을 향해 책상에 앉아 무슨 기록인가를 읽고 있다. 내 모습을 발견하자 대뜸 인사를 하고는 내 소맷자락을 당겨 그 자리에 앉게 하고, “때마침 잘 왔네, 자아 이것을 읽어 보게나,”하고 권한다. 그래서 우리는 웃음을 나누며 담벼락 끝으로 석양이 사라질 때까지 즐겁게 담화를 나눈다. 이윽고 친구는 시장기를 느꼈는지 내게 조용히 말한다. “자네도 시장할 테지.” 아,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여름 날 오후, 새빨간 큰 소반에 새파란 수박을 올려놓고 잘 드는 칼로 자른다. 아,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빚진 돈을 모두 갚는다. 아, 이것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스포츠 중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것으로 알려진 골프는 다양한 깊이의 즐거움과 함께 그만큼의 고통을 안긴다. 그리고 한번 빠지면 쉬 헤어나기 힘든 마약 같은 중독성도 있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기량 향상, 건강 유지, 마음 수련, 벗들과의 교유, 자연 완상 등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골프 3樂’ ‘골프 5樂’이라고 해서 골프의 즐거움을 모아둔 것이 있는데 골프 자체의 즐거움과 함께 남의 불행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도 꽤 많다.

대충 이런 내용들이다.

-라운드를 끝내고 목욕탕 속에서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볼 때

-배판에 동반자 3명이 모두 OB를 내고 나만 페어웨이에 볼을 보냈을 때

-갑작스런 강우로 대부분 라운드를 포기하고 골프장을 떠날 때 버티고 기다리다 햇볕이 쨍 하고 나와 라운드를 했을 때

-라운드 후 생맥주 첫 잔을 마실 때

-라운드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이 뻥 뚫렸는데 반대편 길은 꽉 막혔을 때

-친구가 운전하는 차 뒷자리에 알딸딸한 기분으로 깜빡 잠이 들었을 때

-3만원 딴 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 세어보니 5만원을 딴 것을 알았을 때


위에 든 예들도 ‘快哉(쾌재)’를 외칠 만하지만 각자의 ‘골프 쾌재’도 많은 것이다.

나는 다음을 더 보태고 싶다.

-모처럼 좋은 스코어로 주머니가 두둑해져 캐디피를 내고도 삼겹살집에서 뒤풀이를 했을 때

-새벽에 휴대폰 벨이 울린다. 가슴이 철렁하며 귀에 갖다 대었더니 “지금 라운드 할 수 있지?” 하며 당장 골프백 메고 골프장으로 오라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을 때

-한참 라운드 중 버디로 하고 홀 아웃 하는데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울린다. 꺼내 보니 카톡에 문자가 와있다. 열어보니 ‘○월○일 골프할 수 있지? 무조건 나와!’라고 찍혀 있을 때.

-드라이브 샷을 날렸는데 까마귀가 공을 물고 날아가다 그린 근처에 떨어뜨려 쉽게 버디를 했을 때.

오, 쾌재라 골프여!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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