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프로.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지난 1월 17~20일(현지시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시작으로 시즌을 연 LPGA투어가 벌써 5개 대회를 치렀다. 5개 대회 중 3개 대회에서 지은희, 양희영, 박성현 등 3명의 한국선수들이 우승을 차지, 한국선수 시즌 최다승 기록(2015, 2017년 15승)의 경신 여부가 초미의 화제로 부상했다.

현역 LPGA투어 한국선수 중 맏언니인 지은희(32), 허리 격인 양희영(29)의 부활, 세계랭킹 1위를 놓고 아리아 주타누간과 경쟁을 벌여온 박성현(25)의 우승과 뒤이은 세계랭킹 1위 복귀 소식은 분명 핫한 뉴스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국내 골프 팬들 사이에 LPGA투어의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는 것 같다. 우승장면을 보면서도 뭔가 심심하다. 좋은 요리에 핵심 양념이 빠진 기분이다.

왜일까? 물음만 갖고 답을 못 찾고 있는데 LPGA투어의 한국선수들 활동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한 지인이 지나는 말로 툭 던졌다. 한국선수 우승 장면만 모은 골프채널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저럴 때 장하나처럼 좀 화끈한 퍼포먼스를 보이면 금상첨화일 텐데….”

그러고 보니 올 시즌 LPGA투어 대회에서 기억에 남는 우승 세리머니를 본 기억이 없다.

스포츠 경기에서 승패는 중요하지만 팬들의 뇌리에 깊은 흔적을 남기는 것은 결정적 순간 주인공들의 퍼포먼스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핫스퍼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손흥민이 한국 팬은 물론 영국 팬들로부터 폭발적 사랑을 받는 것은 골을 성공시킨 후의 멋진 세리머니 공이 크다. 그는 골을 넣은 뒤 운동장을 질주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돌고래처럼 하늘로 치솟는가 하면, 무릎으로 잔디 위를 미끄러지기도 하고, 유니폼 상의에 인쇄된 토트넘의 로고를 가르키며 팬들의 환호를 유도한다. 

세계의 골프 팬들이 타이거 우즈에 열광하는 것도 결정적 순간에 터져 나오는 그의 포효하는 퍼포먼스 때문이기도 하다.

타이거 우즈는 대체로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며 퍼포먼스나 세리머니에 인색한 편이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순간에 기막힌 벙커샷이나 퍼팅을 성공시킨 후 포효하며 주먹으로 어퍼컷을 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골프 팬들을 전율케 하기에 충분하다. 퍼포먼스나 세리머니를 남발하진 않지만 했다 하면 화끈하다. 다이나믹하고 유니크하다. 지켜보는 이들에게 “과연 우즈답다!”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LPGA투어에 장하나가 없으니까 심심하다.”는 한 지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만약 장하나가 우승했다면 어떤 세리머니를 보여줄까 궁금할 정도다.

장하나는 특히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그가 LPGA투어에서 활약할 때 갤러리들이 그의 이름을 차용해 만든 ‘Hanagizer’라고 피켓을 들고 응원하는 모습은 쉬 잊혀지지 않는다. 그의 걸음걸이는 물론 플레이하는 일거수일투족이 보는 이로 하여금 힘을 느끼게 한다. 

그는 우승할 때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세리머니를 고안해 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는 대회 때마다 어떤 세리머니를 할까 궁리한다고 했다. 그 세리머니를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선 우승을 해야 하니 경기 집중도가 더욱 높아진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일부에서 과도하다는 비판이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골프 팬들은 그의 퍼포먼스나 세리머니를 통해 재미와 통쾌함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모든 스포츠에서 멋진 세리머니는 기록 못지않게 좋은 구경거리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퍼포먼스나 세리머니가 없는 우승 장면은 싱겁고 아쉬움이 남는다. 

스포츠맨도 연예인과 다름없는 엔터테이너로 인식되는 이상 골프선수들도 팬들을 위한 퍼포먼스나 세리머니에 소홀할 수 없다. 정치인들이 이를 흉내 내 알맹이 없는 쇼만 펼치는 건 꼴사납지만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스포츠맨의 그것은 팬들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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