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니클라우스.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구촌의 아이돌 스타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킨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46)는 40대의 아이돌 스타다.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걸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대성공을 거둔 그는 ‘이 풍진(風塵)’ 세상을 사는 모든 현대인에게 초월자처럼 비친다. 

그러나 방시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좌절하고 방황하는 젊은이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만인이 부러워하는 오늘에 이른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난 2월 26일 서울대 졸업식에서 한 그의 축사가 깊고도 넓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서울대 졸업식 축사는 유명 학자들이나 고위 공직자, 성공한 기업인들의 몫이었다. 2013년 입학식 때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66)가 축사를 한 적이 있지만 졸업식에서 대중문화계의 유명 인사가 축사를 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그는 축사에서 자신이 야망가도 아니고, 원대한 꿈도 없이 살아왔으나 ‘불만은 많았다’고 고백했다. 원대한 꿈이 없는 대신 불만에서 분출된 분노가 있었고 그 분노가 자신을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고, 자신을 멈출 수 없게 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최고가 아닌 차선을 택하는 ‘무사안일'에 분노했고, 더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여러 상황을 핑계로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는 관습과 관행에 화를 내며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명으로 타협 없이 하루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달려왔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성공의 원동력은 대단한 야심이나 꿈이 아니라 불만에서 터져나온 ’분노의 에너지‘였던 것이다. 

골프에서도 분노(화, anger)는 도약의 원동력이 되는가 하면 추락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화를 낼 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끓어오르는 화를 지혜롭게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분노, 즉 화는 엄청난 에너지다. 화는 잘못 발산하면 자신과 남을 모두 해치지만 잘 활용하면 자신을 도약시키는 생산적 동력으로 변한다.
 
골퍼라면 누구나 라운드를 하면서 분노에 휩싸인다. 
구력이 비슷한 데 현격한 기량 차이가 난다거나, 지난번 패배를 설욕하러 나왔다가 또다시 참패를 당했을 때, 손쉬운 버디 기회를 놓쳤을 때, 있을 수 없는 미스 샷을 연발할 때, 긴 시간과 땀 흘리며 담금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이 없을 때, 나의 불행에 동반자가 기뻐할 때 분노의 화염에 휩싸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골퍼들은 이 때 일어나는 분노를 어떻게 다스리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골퍼의 행로가 바뀐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냥 분노하면 자신만 해로울 뿐이다. 마음이 상하고, 라운드 자체가 저주스럽고, 동반자들에 대한 적대감만 쌓인다. 그러나 이 분노를 생산적으로 활용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의 기회로 삼으면 도약의 발판이 된다. 때로는 분노가 실전연습이나 체력단련보다 더 효과를 발휘할 때가 많다. 

형편없는 라운드를 하고도 자연 속을 산보했다며 희희낙락한다면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그렇게 많은 공을 들이고도 싱글 스코어 한번 기록하지 못하고 80~90대 스코어에 만족한다면 ’남의 지갑‘이 될 뿐 골프의 진수를 맛보지 못한다. 두 번 다시 치욕을 당하지 않겠다는 분노, 미스 샷을 연발하는 자신에 대한 분노, 어처구니없는 패배를 당하고도 태연한 척하는 자신에 대한 분노가 없이는 골프의 발전이나 도약도 없다.

자신을 돌아보면 골퍼로서 분노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구력 10년이 지났는데도 80대 스코어 한번 맛보지 못했다거나, 그렇게 공들여 레슨을 받고도 나쁜 습관을 떨치지 못하고 타성에 젖은 괴기한 스윙을 계속하고 있다거나, 체력훈련이나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도 작심삼일에 그치거나, 주위에 좋은 스윙을 가진 고수들이 있는데도 자존심 때문에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한다거나 부지기수다. 
   
피어오르는 분노는 잘만 활용하면 생산적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지만 분노를 승화시키지 못하면 자신을 불살라 버릴 수도 있다. 
잘 나가다가도 한 번의 어처구니없는 미스 샷을 낸 뒤 분노에 휩싸여 마음의 평정을 잃고 끝없이 추락하는 것은 분노에 자신을 내맡겨버리기 때문이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도 사소한 실수로 분노에 휩싸여 승리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화를 다독여 평정심을 되찾는 정신력이다.
  
잭 니클라우스가 마스터스 대회 파3 홀에서 티샷을 연거푸 연못에 빠뜨리는 바람에 한 홀에서 8타를 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어진 홀에서 연속 버디를 했다. 
이를 두고 당시 해설을 맡고 있던 왕년의 골프스타 켄 벤츄리는 “단언합니다. 잭 니클라우스는 아까 파3에서 8을 친 기억을 까맣게 지워버렸다는 걸. 그는 충분히 그럴 의지가 있는 골퍼입니다.”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켄 벤추리를 놀라게 한 것은 잭 니클라우스가 8타나 치고도 분노에 휩싸이지 않고 평정심으로 새로운 홀을 맞이하는 그의 정신력이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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