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와 잰더 쇼플리. ⓒAFPBBNews = News1


Some people run Some people crawl 
Some people don't even move at all 
-어떤 사람은 뛰어가고 
-어떤 사람은 기어가고 
-어떤 사람은 움직이지도 않는다

[골프한국] 60년대 이후 거의 반세기 동안 미국 컨트리음악계의 스타로 사랑을 받아온 글렌 캠벨(Glen Campbell, 1936~2017)의 히트작 ‘타임(Time)’의 도입부 가사 일부다. 지나온 인생을 회상하며 좋았던 시절을 아쉬워하는 내용의 가사는 듣는이에게 지나온 인생의 발자취를 더듬게 한다.

2019년 PGA 투어 첫 공식 대회로 1월 4~7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의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에서 열린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경기를 지켜보며 글렌 캠벨의 ‘타임’이 떠오른 것은 2개월에 가까운 휴지기를 보낸 PGA투어 선수들의 변화한 모습 때문이다. 

2018년 치러진 PGA투어 대회의 우승자 37명 중 불참자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저스틴 로즈를 제외한 34명의 강자들은 나름 새해 벽두에 펼쳐진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를 지켜본 골프 팬들의 눈에는 ‘타임’의 가사처럼 확연히 구분돼 보였다.

한국 골프팬의 입장에선 한국 선수가 보이지 않은 데다 재미교포 케빈 나가 대회 초반 기권하고 마이클 김이 최하위로 떨어져 감흥은 덜했다. 그러나 세계 최강자들이 그사이 어떻게 담금질했는지 가늠할 수 있었고 올해 PGA투어의 기상도를 예측해볼 수 있는 많은 단서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34명의 참가선수 모두가 새로운 다짐과 각오로 대회에 임했겠지만 골프 팬들의 눈에는 달라진 모습이 포착되었다. 날다시피 뛰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뚜벅뚜벅 걷는 선수도 있었고 절룩거리며 뒤로 쳐지는 선수도 보였다. 

본격적인 투어에 대비해 이 대회에 불참하면서까지 담금질에 열중하고 있는 세 명의 불참선수들의 동향과 이번 대회 참가선수들의 변모를 보며 주관적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올해 PGA투어의 기상도를 떠올릴 수 있었다. 

역시 올 PGA투어 태풍의 핵은 타이거 우즈(43)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난해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한 우즈에겐 정복하지 못한 두 개의 성(城)이 남아있다. 샘 스니드의 PGA투어 통산 82승과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18승이다. 샘 스니드의 기록엔 2승이 모자라고 니클라우스의 기록엔 4승이 모자란다. 

우즈는 지난해 9월 PGA투어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통산 80승째를 신고했다. 미국의 골프채널은 자동차 사고를 극복하고 필드로 돌아온 벤 호건과 전설적인 자동차경주 포뮬러(F1) 레이서 니키 라우다(70·호주) 등을 제치고 우즈를 위대한 복귀 1위로 꼽았다. 

우즈가 샘 스니드의 기록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18승 달성 여부는 그의 나이와 잦은 부상으로 쉽게 예단할 수 없지만 지난해 보였던 기량에 몸 관리만 잘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즈는 대외적으로 센트리 토너먼트 불참 이유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라고 밝혔지만 ‘위대한 비상’을 위한 자신만의 숨 고르기에 돌입했음에 틀림없어 보인다. 

우즈의 비상은 필 미켈슨(48)에게도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이 높다. 전형적인 모범 가장으로 많은 팬들을 거느린 미켈슨은 지난해 11월 타이거 우즈와의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주가를 올렸다. PGA투어 측은 성공적인 흥행에 힘입어 앞으로 2년 더 ‘세기의 대결’을 개최할 계획이라 미켈슨으로선 타이거 우즈의 상대로 걸맞는 기량을 유지해야 한다. 무하마드 알리와 격투기 세기의 대결을 펼친 안토니오 이노키처럼 누워서 돈을 벌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불꽃 튀는 우승 경쟁을 벌인 미국의 잰더 쇼플리(25)와 게리 우드랜드(34)는 올해 PGA투어의 강력한 다승 후보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마지막 라운드 시작할 때 3라운드 내내 선두를 지킨 게리 우드랜드에 5타 뒤져있던 쇼플리의 추격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한때 다섯 타 차이로 선두에 나섰던 우드랜드가 주춤거리는 사이 쇼플리는 첫 홀 보기 이후 이글 2개, 버디 7개로 코스레코드 타이인 62타 11언더파를 몰아쳐 좀처럼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우드랜드를 한 타 차이로 따돌렸다. 마치 집요한 늑대가 방심한 들소를 쓰러뜨리는 듯했다.

그동안 그는 내성적으로 보이는 외모와 쇼적인 요소가 배제된 담백한 플레이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두드러진 존재감은 없었다. PGA투어 정상권을 누벼온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마스와 동갑내기로 고교 때부터 ‘미래의 골퍼 3걸’로 명성을 얻었지만 PGA투어에선 조던 스피스와 저스틴 토마스의 빛에 가렸다. 
2017년 그린 브라이어 클래식과 투어 챔피언십 우승으로 신인왕에 오르는 등 통산 4승을 올렸지만 좀처럼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챔피언들만 모인 별들의 전쟁에서 당당히 우승하면서 그동안 그를 괴롭혀온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비상의 날개를 얻었다.

프랑스계 독일인 아버지, 대만 출신으로 일본에서 자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크지 않은 체구(178㎝, 78㎏)지만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날리고 숏게임과 퍼트에도 강하다. 

4라운드 한때 5타 차 선두로까지 나섰던 게리 우드랜드의 우승 좌절은 아쉬웠다.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결코 못 친 것은 아니었지만 신들린 듯한 젠더 쇼플리를 넘는 데 실패했다. 

그는 확실히 예전의 우드랜드가 아니었다. 원래 터프하게 밀어붙이는 강심장으로 탄탄한 플레이를 펼쳐 왔지만 올해는 더 강인해진 모습에 날카로운 비수까지 갖추었다. 숏게임은 정교했고 퍼팅도 흔들리지 않았다. 휴지기 동안 강도 높은 담금질로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성공한 것 같다. 

공동4위 로리 매킬로이(29·영국)와 공동 11위 신인 카메론 챔프(23)도 주목의 대상이다. 유러피언 투어와 PGA투어를 겸업하던 매킬로이는 올해는 PGA투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를 보여주었다. 더 이상 들러리는 싫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아직은 의욕이 넘치는 느낌이었지만 제자리를 잡으면 몇 승은 챙길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웹닷컴 투어에서 PGA투어로 넘어와 두 대회 만인 샌더스 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카메론 챔프는 이미 그냥 신인이 아닌 신예 강자로 급부상했다. PGA투어 최장타에 정교함까지 겸비한 그는 기존 PGA투어 강자들을 위협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번 대회에 불참하고도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선 저스틴 로즈도 로리 매킬로이와 함께 영국을 대표해 자존심이 걸고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랭킹 1위로 이 대회에 참가한 브룩스 켑카는 24위에 머물러 저스틴 로즈에게 1위 자리를 넘기고 2위로 물러났으나 여전히 1위를 넘볼 수 있는 기량을 보여주었다. 

PGATOUR.COM은 대회 직전 우승 후보 1위에 마크 레시먼(호주)을 꼽고 이어 전년도 챔피언 더스틴 존슨, 존 람, 제이슨 데이, 웹 심슨, 페트릭 리드, 저스틴 토마스, 잰더 쇼플리, 브라이슨 디섐보, 맷 쿠차, 프란체스코 몰리나리, 로리 매킬로이, 브랜트 스네디커, 버바 왓슨 등의 이름을 올렸다. 

이 중 페트릭 리드, 브랜트 스네디커, 버바 왓슨, 프란시스코 몰리나리 등을 빼곤 20위 안에 들어 PGATOUR.COM이 뽑은 우승후보 대부분이 올해 PGA투어에서도 우승을 놓고 각축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틈에서 한국선수들이 우승의 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세계랭킹 100위 안에 든 한국선수는 안병훈(52위), 김시우(62), 임성재(99) 세 명뿐이다. 여기에 배상문, 강성훈, 김민휘, 이경훈이 가세한다. 최경주, 양용은, 노승열, 김시우로 이어진 우승 바톤을 누가 넘겨받을 지 궁금하다. 

미국 골프 전문매체 ‘골프 위크’는 최근 ‘2019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일 선수 11명’을 발표하면서 임성재를 4번째로 거론했다. 지난 연말에는 캐머런 챔프에 이어 두 번째로 임성재를 ‘올해 주목할 신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 간의 우승 경쟁도 올 PGA투어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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