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성 프로.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최호성(45)이 기어코 일을 저질렀다.(?) 무례한 표현이긴 하지만 그의 스윙만을 놓고 보면 이해해주리라 생각한다. 

27세라는 늦깎이로 프로세계에 뛰어든 그로선 2부 투어 2승, 1부 투어 2승, 일본 프로골프투어 겸 원아시아투어로 열린 대회에서 1승을 거둔 것만으로도 대견스러운데 일본 프로무대에서 상금 4000만 엔(약 4억 원)이 따라오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니 큰일을 저질렀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가 걸어온 인생 수레바퀴의 자국을 펼쳐놓으면 바로 ‘인간승리’다.

포항 근처 작은 어촌에서 태어나 원양어선의 선장 꿈을 안고 수산고에 진학한 그는 실습 때 참치 손질을 하다 오른손 엄지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어쩔 수 없이 바다사나이의 꿈을 접은 그는 생존을 위해 전전하다 1998년 안양CC 직원으로 있으면서 처음 골프채와 인연을 맺었다. 24세 때다.

골프를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이 독학의 길을 걸은 그는 1년 만에 세미프로 자격증을 따고 2001년부터 2부 투어, 2004년부터 1부 투어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의 스윙이 지금처럼 괴기스러운 ‘낚시꾼 스윙’은 아니었다. 잘 나가는 선수나 동료들을 보며 눈썰미로 스윙을 터득한 그는 프로 초반엔 다른 선수의 스윙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곧 벽에 부딪혔다. 늦게 골프를 시작한 데다 교과서적인 스윙을 익히지 못해 젊은 선수들과의 비거리 차이가 한계였다. 그렇게 해서 궁리해낸 것인 지금의 낚시꾼 스윙이다. 덕분에 280야드에 머물던 드라이버 비거리가 300야드 넘게 늘이는데 성공했다. 

생존의 기회를 찾아 2013년 JGTO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2014년부터 일본에서 JGTO투어에서 뛰면서 한 일본기자에 의해 그의 스윙이 '낚시꾼 스윙'으로 처음 명명되었다. 당시엔 성적이 좋지 않아 유명세를 타지 못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으나 지난 6월 천안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로 나서면서 그의 괴이한 스윙이 본격적으로 미디어와 SNS를 타기 시작했고 세계에 알려졌다. 

그는 공을 치고 나서 오른쪽 다리를 들었다가 무릎을 굽히기도 하고, 때로는 왼쪽 다리를 들고 한 바퀴 회전하기도 하고, 허리를 뒤로 90도 가까이 꺾으면서도 스윙을 잘 했다. 

그의 특이한 스윙 영상이 미국 골프채널에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스윙’으로 소개되면서 저스틴 토머스(미국) 등 PGA투어 선수들 사이에도 최호성 따라하기 동영상이 올라오는가 하면 온라인 청원 전문사이트(Change.org)에는 그를 디 오픈에서 초청해야 한다는 청원도 나왔다. 

이런 최호성이 지난 25일 일본 고치현 고치쿠로시오CC에서 막을 내린 JGTO투어 카시오 월드 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 골라내며 5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브랜던 존슨(호주)을 1타 차로 따돌리고 감격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013년 JGTO 진출 첫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일본과 아시안투어 공동 주관의 인도네시아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두 번째 우승이자 일본 본토에서의 첫 우승이다. 

고난을 극복한 그의 인생 역정도 대단하지만 그만의 스윙을 개발해 자신 고유의 스윙으로 소화해냈다는 것에 존경심을 감출 수 없다.

수많은 골퍼들이 교과서 스윙이란 이름 아래 ‘붕어빵’스윙을 하는 익히는 시대에 이를 거부하고 독창적인 스윙을 터득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스윙으로 우승을 일궈냈다는 것은 그냥 화제로 넘길 일이 아니다. 
이른바 철칙으로 통해온 것을 거부할 수 있는 용기, 남들처럼 안하고도 버텨낼 수 있는 집요함, 그리고 나만의 스윙에 자존감을 갖는 독립성 등 최호성은 실로 많은 미덕을 실천하고 이뤄낸 선수임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는가. 

29일부터 나흘간 일본 도쿄 요미우리CC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 골프닛폰시리즈 JT컵 대회에 출전하는 최호성이 어떤 성적을 올릴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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