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 원스 더 매치'에서 맞붙은 필 미켈슨과 타이거 우즈. ⓒ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타이거 우즈(43)와 필 미켈슨(48)의 이른바 ‘세기의 대결’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복싱이나 격투기에선 종종 세기의 대결이라 할 만한 경기가 열렸지만 골프에선 투어나 대항전에서의 매치 플레이를 제외하곤 독립적인 1대1 경기는 없었다.

PGA투어 대회는 시즌 중 1주일에 한번 꼴로 열리니 우열은 그때그때 가려진다. 개인별 리듬에 따라 추락과 상승을 피할 수 없는 골프의 특성상 승패는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다. 시즌 중 누적상금과 누적 포인트로 주어지는 두둑한 보너스 등으로 상금순위나 세계랭킹이 저절로 정해지기 때문에 굳이 최고를 가리기 위한 대결의 필요성이 없었다. 

그럼에도 11월 24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우 크릭GC에서 열린 ‘캐피털 원스 더 매치: 타이거 VS 필’ 경기는 지구촌 골프팬들에게 많은 화제를 남겼다. 

18홀에서 승부를 결정짓지 못해 연장 네 번째 홀에서 미켈슨이 버디로 상금 900만 달러를 독식하고 이와 별도로 특정한 미션을 두고 두 선수 사이에 벌어진 ‘사이드 베트’에서도 미켈슨이 우즈의 주머닛돈 60만 달러를 챙겼다. 사이드 베트에서 미켈슨이 딴 60만 달러와 우즈가 딴 20만 달러 등 80만 달러는 자선 단체에 기부되고 미켈슨이 챙긴 900만 달러 중에서도 상당부분에 대해서도 기부설이 나오고 있다. 
당초 이 매치는 스폰서와 VIP들만 초청하고 미국 내에서는 별도 시청료(19.9달러)를 내야만 중계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기술상의 이유로 무료시청이 가능해지면서 시청료수익은 올리지 못했지만 지구촌의 화제가 되는 부수효과를 보았다. 

골프팬들의 입장에선 어떻게 해서 이런 대회가 열릴 수 있었을까가 궁금한 대목이다. 

‘대결’(Match, Competition)이나 ‘결투’(Dual, An affair of honour)가 자주 영화의 주제가 되고 제목에도 등장하듯 스포츠분야에서도 ‘싸움붙이기’는 대중의 이목을 끄는 데 호재다. 대중의 이목을 끌 목적은 당연히 흥행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 매치가 MGM사, 타이틀 스폰서 캐피털 원(Capital One), 중계방송사(TNT), PGA투어가 기획하고 도박과 유흥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타이틀 스폰서인 금융기업(신용카드) 캐피털 원과 중계방송사, PGA투어의 참여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MGM은 다르다. 

MGM(Metro-Goldwyn-Mayer)이 어떤 회사인가. 헐리우드 최대의 영화 제작사이자 배급사이고 라스베이거스에 호텔과 카지노 등 대규모 위락시설을 운영하며 베팅사업까지 하는 복합기업이다. 
섀도우 크릭GC도 소유한 MGM이 매 홀 두 선수의 승리확률을 제공하고 일반인은 돈을 걸고, 이 자료는 TNT에 실시간 제공돼 시청자에게 전달된다. TNT는 당초 시청료로 19.99달러를 책정해 PPV(Pay Per View)방식으로만 시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기술적 문제로 무료시청으로 풀었다.

어쨌든 두 선수의 대결은 스포츠 베팅업체에겐 호재였고 실제로 내기에 많은 돈이 몰렸다고 한다. 전체 승부는 물론 다양한 부문에서 베팅이 이뤄졌는데 우즈가 클럽을 몇 번 휘두를 것인가, 3퍼트를 할 것인가, 셔츠 색깔은 무슨 색일까, 홀인원이 나올 것인가 등 시시각각 다양한 내기 소재를 제공했다. 

MGM이 이 대결을 기획한 것은 미국 카지노사업의 침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는 곧 미국 정부의 주요 세금원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세수를 늘려야 하는 정부로선 카지노사업의 대안으로 스포츠도박을 지목했다. 연방대법원이 지난 5월 스포츠도박에 대해 합법화 판결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흐름에 프로농구 NBA와 여자프로농구 WNBA, PGA투어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NBA, WNBA는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카지노업체인 MGM리조트와 공식 후원계약을 체결했고 MGM은 경기에 로고를 노출시킴은 물론 각종 경기자료를 스포츠베팅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PGA투어가 이번 대결 성사에 적극 나선 것도 스포츠 도박이 투어 활성화와 수익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수 확대가 절실한 미국 정부와 스포츠도박을 통해 스포츠 활성화를 노리는 경기단체, 이 틈에서 카지노사업 침체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스포츠도박 업체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의 리턴 매치는 물론 LPGA투어의 1대1 매치, 남녀 성대결 등 다양한 스포츠 대결이 뒤를 이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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