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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의 만물상 보여준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어우러진 LPGA팀과 KLPGA팀. 사진제공=2018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조직위


[골프한국] 지구상에 이런 골프대회는 없다. 23~25일 경북 경주시 블루원 디아너스CC에서 열린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은 한국이 아니면 열릴 수 없는 대회다. 미국과 영국, 미국과 유럽연합팀, 한국과 일본 등 국가 간이나 대륙 간 대항전은 있지만 뿌리가 같은 선수들이 국적을 떠나 활동무대로 나눠 경기를 벌이는 대회는 이 대회가 유일할 것이다. 

한 팀은 한국인이면서 K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 13명으로 구성됐고 상대팀은 세계 최고수준의 여자골프투어인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선수와 한국계선수 13명으로 구성됐다. LPGA투어 팀은 한국국적도 있고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적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조합으로 팀을 구성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을 빼곤 찾을 수 없다. 어떤 국가가 같은 혈통의 선수들로 국내 투어와 해외투어로 나눠 경기를 벌일 수는 있겠지만 이 대회처럼 국내 투어와 미국 투어 소속의 선수들이 정상적인 대결을 벌일 수 있는 국가는 없다. 이런 대회가 가능하다는 것은 국내 투어 즉 KLPGA투어의 선수의 기량이 LPGA투어 선수의 기량에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는 ‘태극낭자들의 제전’이라 할 만하다. 

객관적인 기량은 LPGA투어 선수들이 KLPGA투어 선수들보다 한 수 위일 것은 당연하다.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선수 또는 한국계선수는 대부분이 KLPGA투어에서 정상수준에 올랐던 선수들이거나 골프유학 또는 이민으로 일찍이 골프를 익힌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LPGA투어의 한국선수 및 교포선수들과 KLPGA투어 선수들이 여러 형태로 대결을 벌인 이번 대회는 골프의 진면목을 낱낱이 보여주었다. 골프팬들의 입장에선 서로 다른 다양한 조건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경기를 감상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가진 셈이다. 

첫날 포볼경기(같은 팀 선수 두 명이 각자 공으로 플레이 한 뒤 좋은 스코어를 팀 성적으로 채택하는 방식)와 둘째 날 포섬경기(같은 팀 선수 두 명이 한 개의 볼을 번갈아 치는 방식), 셋째 날 싱글매치 성적을 종합해 LPGA팀이 13대11로 KLPGA팀을 이겨 지난해 패배를 설욕하고 통산 3승1패의 우위를 지켰다.

승패를 떠나 3일간의 대회는 골프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이 등장해 AI(인공지능)도 예측할 수 없는 복잡계(複雜系) 골프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포볼, 포섬경기는 개인의 객관적 기량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좀처럼 포볼이나 포섬경기를 할 기회가 별로 없는 선수들로선 팀플레이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경기 성향이나 리듬이 서로 달라 어떤 방식으로 조화를 이뤄 상승효과를 이끌어내느냐 여부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다. 
특히 LPGA투어에서 뛰든 선수들로서는 국내 코스나 낯설고 시차 적응에도 어려움이 없지 않아 KLPGA투어 선수들에 비해 불리한 입장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3일째 치러진 개인별 매치플레이가 그래도 객관적 기량을 판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잣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LPGA팀 선수와 KLPGA팀 선수의 매치 플레이를 지켜본 소감을 정리해봤다. 물론 순전히 개인적인 소견이다. 
두 팀 선수들 모두 1번 티잉그라운드에서 이뤄진 즉석 인터뷰에서 덕담을 나눴지만 전반적으로 LPGA팀 선수들은 체면은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을 가진 듯했고 KLPGA팀 선수들은 도전욕이 충만했다. 

‘미소골프’의 대명사인 호주교포 이민지(22)는 전반 연이은 버디로 좋은 출발을 했으나 차돌처럼 단단한 김지현2(27)를 주저앉히는 데는 실패했다. 김지현2는 평소 그의 경기방식대로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뒷심을 발휘해 비기는데 성공했다. 단신에 길지 않은 비거리로 거친 KLPGA의 들판에서 버텨온 내공이 빛을 발했다. 

리디아 고(21)와 김자영2(27)의 대결은 겉으론 부드러워 보였지만 자존심을 건 라운드였다. 어렸을 때 골프천재 소리를 듣고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른 리디아 고로선 지역리그 선수에게는 질 수 없다는 자존심이 꿈틀거렸고 김자영2 역시 많은 팬을 거느린 선수의 자부심을 놓지 않았다. 리디아 고는 마지막 홀 어프로치 세이브로 천재성을 입증했고 김자영2는 노련미와 평상심으로 잘 막아내 무승부를 기록했다 

유소연(28)과 이승현(27)의 대결에선 일찌감치 큰물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유소연이 경기를 압도했다. 이승현의 플레이가 나쁘진 않았지만 유소연의 기복 없는 플레이에 영향을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명랑골퍼’ 이미향(25)이나 왕중왕전의 우승자 이다연(21)의 기량 차이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으나 내심 업어치기를 노린 이다연의 패기가 즐기는 골프가 몸에 밴 이미향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경기를 끝낸 뒤 이미향에게 경례로 승리를 축하해주는 이다연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은희(32)는 오지현(22)의 거센 도전을 노련미로 무력화시키며 불리한 신체조건으로 LPGA투어에서 장수하는 이유를 증명했다. 
처음 이 대회에 참가한 제니퍼 송(28)은 모국 나들이 나온 기분에 다소 들떠 김지현(27)의 탄탄한 플레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이정은5(30)는 김지영2(22)를 맞아 가벼운 푸트워크로 대응하고자 했으나 김지영2의 당찬 대응에 혀를 내두르고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최근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최운정(28)은 이번 대회를 통해 존재감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이소영(21)이 끝까지 잘 버텨 1UP으로 패했고 즐기는 골프를 하지만 기복이 심한 편인 신지은(26)은 저돌적이면서 흔들림 없는 플레이를 하는 동갑내기 조정민에게 3&2로 잡혔다. 

세계랭킹 2위 박성현(25)은 ‘이겨야 본전’이라는 부담을 안고 겁 없는 최혜진(19)과 대결, 아리야 주타누간과 함께 LPGA투어의 대표 강자의 면모를 보이며 4&2로 승점을 보탰다. 최혜진의 도전이 보다 집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전인지(24)는 여전히 새색시 같은 플레이로 LPGA투어 Q시리즈 수석합격으로 자신감에 차있는 이정은6(22)을 휘어잡지 못하고 1홀 차 패배를 맛봤다. 

최근 상승기류를 타며 즐기는 골프를 하는 다니엘 강(26)은 KLPGA의 장타자 김아림(23)에게 2&1으로 무릎을 꿇었다. 김아림의 선전은 지난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박인비와 맞붙어 선전하면서 얻은 자신감의 산물이 아닐까 여겨진다.

승패를 떠나 친선경기의 성격이 강한 대회지만 골프팬들로선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골프의 다양한 면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8-11-26 07:2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