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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세상] LPGA투어 '주타누간의 벽' 과연 누가 넘을까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아리야 주타누간.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박성현(25)을 2위로 밀어내고 세계랭킹 1위에 복귀한 아리야 주타누간(22)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LPGA투어가 시즌을 마감하며 수여하는 상 중 신인상(고진영)을 제외한 모든 상(CME글로브,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최저타수상)을 휩쓸고 메이저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에게 주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까지 차지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리야 주타누간이 2014년 누적 포인트로 1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주는 CME글로브가 도입된 이래 신인상을 제외한 LPGA투어의 전 부문을 석권한 최초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 자체도 놀랍지만 골프전문가들이나 골프팬들은 그의 미래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올해 승수는 박성현과 같은 3승이지만 통산 승수에서 10승으로 박성현(5승)에 크게 앞서고 있어 현재와 같은 그의 페이스가 지속된다면 LPGA투어 역사에 금자탑을 쌓은 안니카 소렌스탐이나 로레나 오초아에 근접하는 궤적을 밟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예측까지 나온다. 

안니카 소렌스탐(48·스웨덴)은 1994년 LPGA투어에 뛰어들어 2008년 은퇴할 때까지 15년간 프로 통산 59승을 올리고 2001년 LPGA투어 8번 우승, 2002년 LPGA투어 11번 우승, 그랜드슬램 달성, 명예의 전당 입성 등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족적을 남긴 살아있는 전설이다. 

로레나 오초아(37·멕시코)는 2004년 신인상을 시작으로 2010년 멕시코 항공의 최고경영자와 결혼으로 은퇴할 때까지 LPGA투어 통산 27승을 올리며 올해의 선수 4차례,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헌액 등 7년이란 짧은 기간 불꽃같은 선수의 족적을 남겼다. 2008년엔 8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선수생활 중 가장 강렬한 불꽃을 피웠다. 

현재의 아리야 주타누간을 두고 안니카 소렌스탐이나 로레나 오초와 같은 불멸의 골프여걸의 궤적을 뒤따를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성급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주타누간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그가 갖고 있는 잠재력 및 가능성 등을 생각해보면 현존 LPGA투어 선수 중 이둘 두 골프여걸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선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아리야 주타누간은 질투가 날 정도로 한국 선수들에게 흔치 않은 많은 장점들을 지녔다. 

우선 좋은 신체조건에 좋은 스윙, 탁월한 비거리를 자랑한다. 드라이버를 빼놓고 경기하면서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비거리의 우월을 보여준다. 이런 그가 만약 드라이버에 대한 입스를 없애는 비법을 터득한다면 비거리에 관한 한 그야말로 천하무적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요즘엔 어프로치까지 정교해졌다. 그가 참가한 국내 대회에 갤러리로 옆에서 지켜본 한 지인은 “아리야 주타누간을 가까이서 보니 마치 코끼리가 떡 버티고 선 것 같은 위압감을 주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흔들리지 않고 의연한 태도로 자신만의 경기를 펼친다는 의미다. 

그의 또 다른 장점은 성장통(成長痛)을 미리 겪었다는 사실이다. 2015년 루키로 LPGA투어를 시작한 그는 1년간 무난한 신인시절을 지낸 뒤 2016년 메이저대회인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포함해 무려 5승을 거두며 꽃을 피웠고 2017년 2승에 이어 올 시즌 US여자오픈을 포함 3승을 올렸는데 이 같은 화려한 행로는 2013년에 치른 홍역이 약이 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2013년 태국에서 열린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 대회에 비(非) LPGA투어 선수인 그는 주최 측 초청으로 참가해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우승을 거의 예약한 상태였다. 꿈꾸던 LPGA투어 직행티켓도 쥘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파5 마지막 홀에서 2위 박인비에 2타 앞선 그는 드라이브샷을 잘 보냈다. 그냥 3온을 해서 파만 하면 우승이 보장되었으나 그는 태국 갤러리들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생각이 앞섰는지 2온을 노리고 우드를 휘둘렀다. 그러나 거리가 모자라 볼은 그린 앞 벙커 턱에 폭 박혀버렸다. 이 때문에 트리플 보기를 범해 파 세이브에 성공한 박인비에게 우승컵을 내주었다. 

이 때의 기억은 두고두고 그를 괴롭혔다. 2014년 LPGA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도전해 공동 3위로 통과, LPGA투어에서 뛰었으나 역전패 악몽을 극복하지 못해 2년간 우승 맛을 보지 못했다. 특히 그는 번번히 태극낭자와의 악연(?)으로 무릎을 꿇어야 했다. 2015년 시즌 개막 대회인 퓨어실크 바하마 대회에선 연장전에서 김세영(23)에게 무릎을 꿇었고 ISPS 호주 여자오픈에서는 3라운드까지 공동선두로 나섰다가 4라운드에서 4타를 잃어 리디아 고에게 우승을 내주었다. 

2016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 대회에서도 마지막 라운드 3홀을 남기고 공동 2위 그룹(리디아 고, 전인지, 찰리 헐)에 2타 앞서 있었으나 3개 홀에서 모두 보기를 범하면서 리디아 고에게 우승을 내주었다.

그러나 이 기간은 그에게 놀라운 면역력을 키우는 기간이 되었다. 그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던 정신력을 장점으로 바꾸는데 성공했고 미스 샷을 내고도 더 이상 무너지지 않는 방법, 미소로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는 방법, 결코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방법 등 천금보다 값진 루틴들을 몸에 익히는데 성공했다. 

2013년의 역전패 경험과 태극낭자들이 안긴 패배가 그에게 보약이 되는 성장통이 된 셈이다. 그는 태극낭자들과의 대결에서 흥분과 분노를 다스리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기에 몰입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는 소통능력도 한국선수들에 비해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영어를 통한 소통능력은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비영어권 출신 선수들에게 영어는 LPGA투어라는 커뮤니티에 녹아드는데 큰 장벽이다. 

소렌스탐의 실토가 이를 증명한다. 애리조나 대학을 나와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 골프대회에서 2번이나 우승한 경력의 소렌스탐은 영어를 할 수 있는데도 경기를 끝낸 뒤 미디어와의 인터뷰가 걱정이 되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선두로 나가다가 우승 인터뷰가 신경 쓰인 적이 많은데 실제로 우승 직전에 적당히 하다 우승을 놓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런 면에서 아리야 주타누간은 확실히 한국선수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 그만큼 LPGA투어 커뮤니티에 잘 적응할 수 있고 스트레스도 덜 받고 편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윙의 품질에선 그를 능가하거나 대등한 한국선수는 많다. 그러나 기복 없는 경기를 할 수 있는 능력, LPGA투어 커뮤니티에 녹아들 수 있는 능력, 팬들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 등에서 그는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며 여전히 자신을 탁마(琢磨)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 아리야 주타누간은 당분간 LPGA투어의 최강자로 군림하며 한국선수들에게 높은 벽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입력날짜 : 2018-11-23 06:3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