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 출전한 다니엘 강이 퍼팅 라인을 읽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제공=LPGA


[골프한국] 캐디(caddie)의 어원은 프랑스 귀족의 젊은 자제를 뜻하는 ‘카데(cadet)’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기록에 나타난 최초의 여성골퍼인 스코틀랜드의 메어리 여왕이 1561년 여름 세인트 앤드루스를 방문했다. 고색창연한 골프의 고향에 매료된 메어리 여왕은 이듬해인 1562년 다시 세인트 앤드루스를 찾아 골프에 열중하는데 이때 경기를 도와주는 보조자로 프랑스에서 데려온 카데들을 대동했다. 이 카데를 세인트 앤드루스 사람들은 캐디라고 불렀다. 골프에 캐디가 처음 등장한 순간이었다. 

여왕이 라운드를 돕기 위해 골프백을 메고 따라다니는 것에서부터 여왕이 요구하는 골프채를 건네주는 일, 숲속으로 사라진 볼을 찾아내는 일, 러프나 해저드 등 위험지역을 알려주는 일, 홀까지의 거리를 어림짐작이나마 알려주는 일 등이 그들의 일이었다. 골프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골프를 하는 사람, 즉 골퍼다. 골퍼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어떤 스윙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마음먹은 샷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신의 몫이다. 

그러나 골퍼가 확신이 안 설 때, 코스에 숨은 위험을 다 파악할 수 없을 때 캐디의 의견을 묻는다. 이때 경기 보조자로서의 캐디의 역할은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골퍼에게 의견을 피력하는 정도다. 결코 자신 있게 단정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정도의 소극적 의견을 벗어나기 어렵다. 단정적으로 말했다가 그대로 따른 골퍼가 위험에 빠지면 그 책임을 몽땅 뒤집어쓰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다. 

골프는 철저하게 자신과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운동이라고들 말한다. 3~4명이 한 조를 이뤄 라운드를 하지만 동반자로부터는 도움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보조자인 캐디가 있지만 실제로 볼을 치는 사람은 골퍼이기에 모든 판단과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하고 그 결과 또한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캐디 제도가 일반화, 골퍼들의 캐디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골퍼 스스로의 경기능력을 퇴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경기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생소한 코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캐디 제도를 도입했지만 상당수 주말골퍼들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시시콜콜 캐디의 의견을 묻고 도움을 구하는 게 버릇이 되다시피 했다. 

특히 그린 위에서의 캐디 의존도는 도가 지나칠 정도다. 자주 접하지 않은 코스이니 그린의 특성을 쉽게 파악할 수 없어 캐디에게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발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골퍼를 찾아보기 어렵다. 볼을 닦고 라인을 맞춰 놓는 일까지 캐디에게 맡기는 게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볼을 보내야 할 방향까지 찍어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그린 위에서의 모든 행위는 골프의 압권이다. 멀리서부터 그린의 모양새를 읽고 잔디의 상태, 360도를 돌면서 홀 주변의 지형 등을 치밀하게 파악한 뒤 어떤 스트로크를 할 것인가 결단을 내린 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결단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은 골프의 모든 것이 농축돼있다. 

대부분의 주말골퍼들이 그린 위에서 지나치게 캐디에게 의존하는 바람에 골프의 짜릿한 농축미를 맛보지 못하고 있다. 심한 경우 퍼팅을 미스하고 나서 그 책임을 캐디에게 돌리기까지 한다. 그린에서의 캐디의존도가 높은 것은 프로선수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퍼팅 하나에 상금이 달라지고 우승이 걸려 있으니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지나치게 캐디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주말골퍼들보다 더 심할 정도다. 그린 위에서 이뤄지는 일만 놓고 보면 캐디와 선수가 뒤바뀐 것 같다. 

내년부턴 PGA투어나 LPGA투어 등 모든 경기에서 스코틀랜드의 목동이나 어부들이 해온 골프 원형(原形)에 가까운 경기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내년 1월1일부터 새로 적용될 개정된 골프 룰을 발표했는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 캐디와 관련된 것이다.

룰 개정 전 캐디는 골프 룰 14-2b에 따라 선수의 라인을 보고 정렬을 도와주는 등 선수가 샷을 하기 전에 선수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선수가 샷을 하기 전에 플레이 혹은 퍼팅 라인의 연장선에서만 비켜주면 됐다.

그러나 새로 개정된 룰에서는 이 같은 캐디의 행위는 금지된다.선수는 샷을 할 때 캐디에게 조언을 구할 수는 있지만 캐디가 고의로 플레이어의 선상 후방에 서서 라인을 봐주는 것이나 선상 후방이나 가까이에 서 있는 것도 금지된다.

R&A와 USGA는 “골프란 선수가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단독으로 책임져야하는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룰 개정을 했으며, 경기 속도를 빠르게 하는 장점이 있다”고 룰 개정 배경을 밝혔다.

16~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시즌 마감 대회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개전 전 룰이 적용되는 마지막 대회다. 그린 위에서의 룰 개정으로 그동안 캐디에게 지나치게 의존해왔던 선수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하다. 주말골퍼들도 동반자들 간에 다툼이 없도록 그린 위에서 캐디 도움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습관을 익혀야 할 때가 됐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