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6 프로. 사진제공=LPGA


[골프한국] 올 시즌 LPGA투어 공식 토너먼트는 32개다. 이번 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대회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뺀 31개 대회 중 9개 대회에서 한국선수가 우승했다. 우승 점유율이 29%로 우승컵의 3분의 1을 한국선수가 차지한 셈이다. 여기에 해외 동포선수의 우승을 포함하면 범 한국계의 우승 점유율은 45%에 이른다. 

이는 LPGA투어의 수원(水源)이 한국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LPGA투어 중흥의 중심세력이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들이라는 의미다. 국가별로는 한국 다음으로 미국이 8회로 두 번째고 태국 5회, 캐나다와 일본이 각 2회, 영국, 스웨덴,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가 각 1회씩이다. 

박세리의 LPGA투어 진출 이후 박세리의 친구들과 그 키즈들, 그리고 박세리의 성공에 영향을 받아 어릴 때 골프이민을 떠났던 한국계 선수들이 LPGA투어에 진출하면서 고여 있다시피 했던 LPGA투어가 아연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조용한 연못에 메기가 들어가 휘저어 놓은 셈이었다.

한국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자 이에 자극받아 일본, 중국, 태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도 속속 LPGA투어에 진출, LPGA투어를 명실 공히 지구촌 여자골프의 경연장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여자선수들이 LPGA투어의 성장에 결정적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한때 너무 많은 한국선수들이 진출해 우승을 차지하는 바람에 ‘그들만의 리그’ 틀이 흔들리면서 한국선수의 진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없지 않았으나 LPGA투어의 질적 수준 향상과 흥행에 미치는 한국선수들의 긍정적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LPGA측은 Q시리즈를 수석 통과한 이정은6(22)의 LPGA투어 진출 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LPGA측은 이정은6가 투어카드를 얻기 위한 Q시리즈에 참가해 수석 합격했으니 당연히 LPGA투어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정은6 측에선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는 이유로 미국 진출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이 같은 이정은6 측의 태도에 LPGA투어 관계자들과 골프전문 미디어들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LPGA투어 측은 당황하는 기색까지 보인다. 

KLPGA투어 시즌 최종전 ADT캡스 챔피언십을 마치고 난 뒤에도 이정은6 측은 “이번 겨울에 준비를 시작해 원하는 준비가 다 됐다고 판단되면 미국에 가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LPGA투어가 이정은6의 미국 진출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가 LPGA투어에 줄 새로운 수혈(輸血)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박인비, 박성현, 김세영, 장하나, 전인지, 고진영 등과 태국의 주타누간 자매의 등장으로 활력을 되찾은 LPGA투어에 이정은6와 같은 젊은 피를 수혈해 투어 흥행에 탄력을 얻겠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골프팬들에게 상당히 알려진 이정은6는 LPGA투어 입장에선 영입 1순위나 다름없다.  
지난해와 올해 US 여자오픈에 참가해 각각 공동 5위와 공동17위, 에비앙챔피언십에서 공동6위에 오르는 등 LPGA투어를 통해 세계 골프팬들에게 얼굴이 알려진데다 Q시리즈 수석합격에 이어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차지해 기량도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미국행을 선뜻 결정짓지 못하는 이유로 집, 자동차, 코치, 매니저, 비행기 이동의 부담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정은6에겐 가족문제가 가장 무거운 숙제인 것 같다. 아버지는 주니어시절 자신을 태우려 골프장으로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되었고 그 사고보상비로 골프훈련 비용을 댔으니 이런 아버지를 남겨두고 미국으로 가는 게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머니의 건강도 좋은 편이 아니어서 그의 심정은 이해된다.

LPGA투어 측은 이정은6와 함께 지난해 아마추어자격으로 US여자오픈에 출전, 준우승을 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최혜진(19)의 미국 진출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US여자오픈 현장에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최혜진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바람에 유명해진 최혜진은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이정은6와 함께 두 개의 상(대상, 신인왕)을 확정지어 기량도 입증된 터라 LPGA투어에 참가한다면 돌풍의 핵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혜진의 경우 초청 케이스로 참가하는 방법 외에는 당장 LPGA투어에서 뛸 수 있는 길은 없다. Q시리즈에 참가해 티켓을 확보하거나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해 직행카드를 얻든가 해야 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LPGA투어가 이정은6 다음으로 미국투어에 가세해주길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이정은6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의 미국 진출 결정의 여파로 KLPGA에서 다시 LPGA투어 바람이 일지 궁금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저작권자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