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커뮤니티에서 인정 받는 '골프여제' 박인비. 사진=골프한국


[골프한국] 현대인은 결코 커뮤니티(community, 공동체)의 그물을 벗어날 수 없다. 혈연, 지연, 학연, 결사 등으로 엮어진 공동체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인터넷이나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한 가상공간의 모임이 활발해지면서 커뮤니티의 공간은 거의 무한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프로골퍼도 예외일 수 없다. 프로선수는 성적에 따라 상금을 챙겨 살아가지만 프로세계가 존립할 수 있는 것은 팬의 존재 때문이다. 특정 스포츠를 좋아하는 선수가 있고 팬이 있기 때문에 광고주가 붙고 스폰서가 생기고 방송사는 돈을 내고 중계방송을 한다. 프로선수는 이들의 낙숫물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 골프투어는 스포츠 중에서도 매우 끈끈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투어의 회원이 되면 싫든 좋든 일주일에 4~5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밖에 없다. 같은 목적을 갖고 경쟁하지만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면 필연적으로 공동체의식을 갖게 된다. 정적(政敵)끼리 다투는 정치판에도 고유의 커뮤니티가 형성돼 그들만의 규칙과 관례가 있듯 골프 투어의 세계에도 특유의 공동체의식이 존재한다. 
같은 공간에서 상금을 놓고 경쟁하지만 동류의식, 동질감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대화, 배려, 친밀감의 농담(濃淡)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공동체의식이 형성된다. 

마음이 통하는 투어 선수들끼리 서로 초청해 파티를 열거나 맛집을 순례하고 취미활동을 함께 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친한 선수가 결혼할 때는 지구 반 바퀴를 도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유대감이 강한 커뮤니티는 경쟁을 친교로 순화하는 상생의 힘으로 작용한다. 
 
기량으로만 승부하는 시대는 끝났다. 프로 골퍼의 성공 여부는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는 것 못지않게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에 얼마나 잘 녹아들어 긍정적 기여를 하느냐로 결정된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팬들과의 교감이 부족하고, 사회봉사나 기부에 인색하다면 사랑받는 스타가 될 수 없다. 뛰어난 기량으로 잠깐 반짝 스타는 될 수 있지만 긴 생명을 이어가지 못하고 도태되기 일쑤다. 

오랜 기간 투어를 지배할 것 같은 선수 중에 기량만 내세우고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외면하다 사라진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한국선수 중에도 이런 사례가 많은 편이다. 사교성 부족에다 외국어 구사능력의 한계로 스스로 자신을 우리 안에 가두어 지내다 커뮤니티에 뿌리내리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장수하는 선수와 일찍 시든 선수의 차이는 커뮤니티의 적응 여부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량이 뛰어나면서 동료들과 잘 어울리고 다양한 퍼포먼스와 교감, 개성 있는 의상 등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몸에 걸친 의상이 비싼 광고판으로 변신하고 굵직한 스폰서가 따라 붙는다.

여기에 그만의 히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과 미디어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금상첨화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고 우승을 많이 하더라도 미디어를 통해 자신만의 히스토리를 전달할 수 없다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PGA투어나 LPGA투어는 피 튕기는 경쟁만 존재하는 레드 오션이 아니다. 치열하게 경쟁을 하면서도 끈끈한 공동체의식이 흐르는 블루 오션이기도 하다.
블루 오션을 형성하고 있는 공동체의식은 선수간의 친밀감, 배려정신, 공감대 형성, 팬들과의 교감 등이 밑바탕이 되고 골프 외의 취미활동과 지역사회나 소외이웃에 대한 봉사와 기부행위 등으로 꽃을 피운다.

세계 투어무대에서 활동하며 많은 혜택을 입고 있는 우리 선수들은 과연 자신이 소속된 커뮤니티와 얼마나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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